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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숙 시인의 '화홍문'
詩 해설 - 정수자 시인
2016-05-13 15:29:18최종 업데이트 : 2016-05-13 15:29:18 작성자 :   e수원뉴스
홍문숙 시인의 '화홍문'_2
홍문숙 시인의 '화홍문'_2


비에 씻긴 신록만큼 청신한 모습이 또 있을까. 비가 흠씬 내린 날은 어딜 가나 맑게 씻긴 나무와 풀과 길로 덩달아 맑아지고 명랑해진다. 그런데 화홍문 근처를 가면 한결 선명해진 단청들을 만나 오방색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만끽할 수 있다.
 
화홍문은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을 정도로 수원화성 중에서도 최고 명소다. 한쪽에 방화수류정을 거느려 위용이 돋보이는 데다 수원천을 흘려보내는 칠간수문(七間水門)을 끼고 있어 구도도 더 아름답게 잡힌다. 물론 날아갈 듯 서 있는 문루도 말할 나위 없는 그림의 완성이다. 거기서 물소리를 들으며 광교산을 내려오는 바람을 맞거나 건네 보내면 더 이상 시원하고 아름다운 문루가 없지 싶다.
 
화홍 풍류의 격을 한층 높이는 칠간수문. 일곱 수문에서 물을 쏟아내는 경우는 여름 큰물 때뿐이지만 마르지 않고 흐르는 물소리로 화홍문은 늘 각별하다. 수원의 시인 홍문숙(1958~)도 화홍문에서의 즐거움을 오래 꺼내보는 축인가 보다. 시인은 2009년 등단(차령문학)을 재검증하듯 201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가볍게 통과한 후, 곧바로 시집을 내며 문단과 상관없이 홀로 밀도 높은 시세계를 열고 있다.
 
'무지개의 날들이 아름다웠다'는 첫 문장은 추억을 불러오는 흡인력이 높다. 화홍(華虹)이라는 이름이 비롯된 무지개이자 시인이 실제로 봤을 법한 무지개에 어린 시절 꿈의 상징 등 여러 겹의 의미가 중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지개'라면 얼른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부터 떠올리게 되는 영국의 계관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무지개'도 있다. 많은 이미지를 환기하는 첫 문장에 시 전체를 실어 펼치는 전개는 전달에도 효과적이다.
 
'비개인 오후마다' 찾아든 시인에게 아름다운 세계를 열어주던 화홍문. '삐걱, 문을 열면 깨어나던 화홍의 무지개', 그때 마주친 무지개는 얼마나 눈부셨을 것인가. 그것은 '경이로움'을 깨워주는 새로운 개안(開眼)의 순간이기도 했을 터. '아주 잠깐'이라도 낯선 경험은 심중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내 몸을 붕 띄우곤 하던 날들의 나'를 찾아 그곳을 거닐곤 했으리라. '아직은 어떤 친구도 돌아오지 않은 기억의 단청/그 한 모퉁이에 서서 오지 않는 유년을 기다'리지만 화자에게는 가장 빛나는 무지개 한때가 거기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어떤 장소는 우리를 부르고 휴식이며 위안을 준다. 그곳에서는 이미 접어둔 꿈이 무지개처럼 슬쩍 피어나기도 한다. 화홍문은 많은 사람에게 그런 무지개를 꺼내주고 걸어주는 특별한 곳이다. 수원이 오래 사랑해온 화성의 으뜸 명소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추억의 향유에 시의 무지개를 걸어본다.

홍문숙 시인의 '화홍문'_3
홍문숙 시인의 '화홍문'_3

시해설, 수원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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