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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병 시인의 '솔개 날다'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5-26 09:28:12최종 업데이트 : 2016-05-26 09:28:12 작성자 :   e수원뉴스
채성병 시인의 '솔개 날다'_2
채성병 시인의 '솔개 날다'_2


원천저수지에서 솔개를 본 적이 있던가? 그것도 여름 하늘에 비상하는 솔개의 힘찬 날갯짓을! 이제는 이름마저 잊혀가는 원천저수지. 광교지구로 개발되면서 광교호수공원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곳이다. 그곳의 여름 한때를 잡아낸 시 앞에서 마음이 한참 머문다.
 
채성병(1950~) 시인은 1978'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는데, 이 시는 수원 이주 후 몇몇 시인들과 어울리던 때의 작품이다. 시인은 뭔가에 깊이 빠져 즐기면서 생활에는 매이지 않아 '자유로운 영혼'으로 비쳤다. 알코올 아니면 클래식, 음악이 아니면 게임, 이런 식으로 하나에 빠져드는 성향이라 음악에도 조예가 꽤 깊었다. 그리고 그런 취향을 굳이 감추지도 않았으니 시집 제목 '중독된 땅에서'를 보면 짐작할 만하다.
 
이 시집 출간 즈음에도 시인은 홀로 수원의 어느 거리를 걷거나 이슥한 주점에 앉아 있곤 했을 것이다. 간혹 전화를 해서 편히 얘기할 시인들을 불렀지만 취흥이 깊어가도 점잖게 취하는 본연의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다. 깊이 즐기되 함부로 망가지지는 않는 품격의 중독을 지닌 시인이라고 할까. 그 후에도 간간이 어느 골목의 주점에 나타나다 또 종적이 감감하다 수원에서의 날들을 조용히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인 자신의 투영으로 봐도 좋을 시 속의 '솔개'는 높이 날고 있다. 환각으로 만나는 솔개라도 괜찮은 솔개. 실제로 비상하는 솔개의 모습에 취해 썼다 해도 시인의 또 다른 도취가 겹치니 현실이든 착각이든 상관없다. 이카루스(Icarus)는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태양에 타서 떨어져 죽을지언정 끝까지 날아오르지 않던가. 취함 없이 이 풍진 세상을 어찌 살며 시를 또 어찌 쓰냐는 시인들의 변()이 아니라도 무릇 도취가 시적 영감을 부르기도 하니 말이다.
 
'원천 저수지 윗 방죽'에서 '소리 없이 날고 있는 솔개 한 마리'의 그 '당당''비상'. 그 자태에 탄복하는 시인은 혼자의 시간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솔개''비상'은 뭔가를 '노리는' 것이니 설사 살아 있는 생명체를 먹이로 낚아채기 위한 몸짓이라도 '평화에의 침범이 아니'라고 한다. 극히 '자연스런 자연의 풍경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을 보면 솔개는 비상하고 싶은 시인의 욕망을 투사한 게 아니라 그냥 '풍경'의 묘사로만 읽을 수도 있다.
 
뜻밖에 만난 '솔개'라는 큰 새. 유유히 날개를 펼 때면 누구나 탄복할 만큼 범상치 않는 위용을 지닌 새다. 북에서 남하해 해안이나 강 하구 같은 습지에서 겨울과 봄을 보내고 올라가는 겨울 나그네새인데 최근에는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솔개를 여름 원천에서 만나긴 쉽지 않았을 터. 흔치 않은 경험이라 '꿈 속'까지 따라와 계속 날고 있었던가. 여기서 다시 솔개에 투영되는 시인의 소망을 읽게 된다.
 
솔개처럼 날기를 꿈꾸지 않는 이가 있을까. 사라진 이름 '원천 저수지'에서 솔개처럼 자유롭게 나는 꿈을 엿보며 잠시 눈을 감고 날아본다. 저수지이자 유원지였던 옛 원천저수지의 정취 대신 잘 꾸며진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또 다른 '솔개'들의 날개를 그려본다. 한여름의 재즈페스티벌에서는 또 다른 솔개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리라

채성병 시인의 '솔개 날다'_3
채성병 시인의 '솔개 날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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