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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시인의 '미루나무 책갈피'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6-23 16:38:55최종 업데이트 : 2016-06-23 16:38:55 작성자 :   e수원뉴스
최동호 시인의 '미루나무 책갈피'_2
최동호 시인의 '미루나무 책갈피'_2


유월이면 신록이 우쭐우쭐 청록으로 우렁차게 변한다. 목소리 굵어지고 수염 거뭇해지던 중학생처럼. 아직 풋내가 나지만 교복에도 꽤나 신경 쓰며 형의 세계로 발돋움하던 까까머리 소년들은 그렇게 우렁우렁해지곤 했다.
 
이 시의 주인공도 쑥쑥 자라는 신록 같은 소년. '꼬부랑 단어 외우'는 즈음이면 더 풋풋한 중1이다. '검은 교복 새로 입어' 옷 속에 갇힌 듯 신경도 날카로워지는 시기다. 그럴 때 '펜 습자 처음 쓰던 방과 후' 바라보던 미루나무는 묘한 지루함 속의 설렘과 그리움으로 반짝거리고 있다.
 
그 학생은 '1948년 수원 출생'을 약력에 늘 적는 최동호 시인. 수원에서 보낸 유소년 시절은 특히 귀한 경험으로 시에도 간간 등장하는데 '수원'에서의 시간을 풍요롭게 하는 추억 저장소다. 시인은 연구와 현장비평을 왕성하게 펼쳐온 국문학자로 최근에 고려대에서 정년을 했다. 그 후 수원에서 시창작교실과 남창초등학교의 여름시인학교 등을 이끌며 시창작에 더 몰두하고 있다.
 
유난히 팔랑대고 반짝대던 미루나무 이파리. 잎자루가 길어 잔바람에도 늘 팔팔팔 떨고 있었다. 펜글씨 연습하던 시인의 '수원 중학' 시간도 그 미루나무 이파리에 겹쳐져 더 파릇이 물든다. 그 안팎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아련히 깔려 있다. 그러니 이파리들의 하염없는 팔랑임이 '미루나무 그늘'을 딛는 소년의 허한 마음을 더 깊이 적셨을 것이다.
 
'펜 습자' 연습은 '입 속으로 들어가면/딱딱해지던 철자법'과 어우러지며 '중심을 잡으려 뻣뻣한 목을 빼고' 가던 소년의 통과제의 같은 긴장을 보여준다. 새로 산 잉크를 조심조심 다뤄도 자주 묻히던 시절. 잘 지워지지도 않는 파란 잉크를 흰 교복에 엎질렀을 때의 난감은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여학생의 하얀 교복에 몰래 잉크를 묻히는 남학생 장난도 꽤 있었으니 펜글씨 쓰던 시절의 푸르른 잉크 스냅들이다.
 
그렇게 '풍금소리 묻은 이파리''바람에 날'리는 오후라면 서정적 요소가 다 담긴 셈이다. '풍금소리'는 옛 학교의 상징처럼 누구에게나 그리운 추억의 선율이니 말이다. 그 소리 실린 미루나무 이파리들이 바람 따라 날리곤 했으니 소년의 마음도 그 파동만큼이나 이파리 수만큼이나 오래 흔들렸으리라.

지금 수원중학교 교정에는 미루나무가 없다. 수원중학만 아니라 생산성 떨어진다고 우리나라에서는 미루나무가 거의 사라졌다. 봄부터 동구와 신작로 혹은 강어귀를 팔랑팔랑 지키곤 했던 정겨운 미루나무. 이파리들 잔물결로 하늘을 더 푸르게 쓸어주다 겨울이면 더러 연도 걸고 있던 키 큰 미루나무. '미류나무'로 불리던 그 모습은 아스라이 멀어졌는데 이파리들의 파동은 선명한 여운으로 가끔 찾아온다.
 
'미루나무 책갈피'로 유월 중순의 잎사귀들을 푸르게 넘겨본다. 점점 짙어지는 청년 같은 녹음으로 도처가 푸르러질 것이다. 짙푸른 이파리들이 보내주는 자연의 노래에 우리도 심신을 씻으며 한여름을 또 건너갈 것이다.

최동호 시인의 '미루나무 책갈피'_3
최동호 시인의 '미루나무 책갈피'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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