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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락 시인의 '돌이 뜬다'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7-01 14:10:16최종 업데이트 : 2016-07-01 14:10:16 작성자 :   e수원뉴스
 
신현락 시인의 '돌이 뜬다'_2
신현락 시인의 '돌이 뜬다'_2

수원화성은 돌성이다. 주요시설은 전돌로 방어라는 기능과 선의 아름다움까지 살렸지만 나머지 성곽은 돌로 쌓은 것이다. 그 많은 돌들은 다 어디서 데려왔을까. 생각해보면 돌들도 제 살던 곳에서 떠나와 낯선 곳에 부려진 것. 화성 성역에 여러 곳의 돌들이 한 부역씩 한 셈이다.
 
그 돌을 뜬다는 것에 대한 사유가 내밀하게 직조된 시를 읽는다. 이 시를 쓴 신현락(1960~)은 화성 수영리 출신으로 수원에서 자란 시인이다. 199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등단 후 4권의 시집과 논저와 산문집을 냈다. 시인은 '집의 상실과 고향에서의 추방''생의 존재론적 전환'을 가져왔다며 자신의 무의식에는 '추방의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단체에 쉬 끼지 않는 성향이지만 작품 활동은 활발하다.
 
이 시에는 화성 성곽 걷기를 통해 발견한 '뜬 돌'의 의미를 아이들의 눈높이 말들로 즐기는 맛이 있다. 교사의 시선이 따듯하게 겹치는 구절이 자주 보이는데, 돌을 떠내던 옛 노역이 200년을 지나와 새로운 음악으로 변주되는 느낌마저 준다. '뜬다는 말/공깃돌처럼 가벼워서 좋다' 같은 대목에서도 아이들의 경쾌한 놀이였던 '공깃돌'의 율동 어린 추억이 어른댄다.
 
돌들을 '받아쓰기 하는 아이처럼 귀를 쫑긋'하는 모습으로 그리는 시인의 눈길에서는 잔잔한 웃음이 배어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아야, 어여 같은 아프고 힘찬 모음과/돌을 뜨던 사람들의 손가락들,' 그리고 '마음을 다하던 그들의 표정이/기역니은디귿리을로 떠오른다'는 구절은 성역에 담긴 고된 일손들을 돌아보게 한다. 많은 일손이 힘을 합쳐 뜬 돌을 옮겨오고 각각의 자리에 힘겹게 들어앉히며 쌓아온 성곽의 사연을 공부처럼 노래처럼 들려주는 것이다.
 
그 속에서 '수를 뜨는' 정성이나 '꽃밭'을 이루는 화음도 아름답게 피어난다. 나아가 '물수제비처럼/, 돌이 뜬다니!' 탄복하는 대목에서는 말의 새로운 진경도 만난다. 물론 성돌은 큰 바위에서 돌을 떠낸 것이니 '물수제비처럼' 물 위를 뜨는 게 아닌 줄은 안다. 그래도 '돌을 뜬다'는 표현에서 촉발되는 언어유희의 다양한 파장 또한 성곽 걷기의 색다른 즐거움처럼 번진다.
 
축성 때 돌은 여러 곳에서 떠왔지만 숙지산이 가장 많은 돌을 바쳤다고 한다. 숙지산 입구에 세운 '부석소(浮石所)' 빗돌은 그 공로의 인정이다. '돌 뜨던 터'라는 한글 이름을 크게 써놓고 부석소를 작게 곁들여 여느 표지석보다 반갑다. 이백 여 년 전엔 어여차 함성을 모아 저의 돌들을 보냈으리라.
신현락 시인의 '돌이 뜬다'_3
신현락 시인의 '돌이 뜬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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