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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시인의 '지동 감자탕'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7-22 14:27:22최종 업데이트 : 2016-07-22 14:27:22 작성자 :   e수원뉴스

권성훈 시인의 '지동 감자탕'_2
권성훈 시인의 '지동 감자탕'_2


수원의 옛 마을 같은 곳. 지동은 못골 즉 못이 있는 고을이라는 유래에서 나온 한자 지명이다. 그 지동에는 낮은 담장의 집과 조붓한 골목이 많고 전통시장도 많다. '지동', '미나리꽝', '못골' 세 개의 시장이 나란히 붙어 있어 수원 전통시장의 힘을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다.

지동의 감자탕 이야기를 쓴 권성훈(1970~) 시인은 2002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등단했다. 2013년에는 '작가세계' 평론 신인상을 받으며 평론가로도 등단해 활동 중이다. '유씨 목공소' 외 2권의 시집과 '시치료의 이론과 실제' 외 3권의 저서와 편저 등을 낼 정도로 창작과 저술이 두루 활발한 편이다.

지동에 유명한 감자탕집도 있던가? 갸웃거릴 만큼 지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은 순대다. 순대는 지동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수원 가면 지동순대는 꼭 먹어야 한다는 방문객들의 입소문을 끌어낸 그 장본인이다. 그만큼 지동 순대는 수원 사람들은 물론 화성 답사객들도 반드시 거쳐 가는 맛집 코스로 이름이 자자하다. 맛도 맛이지만 유명세가 붙으면 꼭 먹어 확인해보려는 심리도 작용하니, 이래저래 순대는 지동시장을 살려주는 명물이다.

지동에서 순대가 아닌 감자탕을 먹으며 화자는 '등뼈'의 이면에 시선이 자꾸 간다. '등뼈는 등을 보이고 나는 늑골을 감추고'라는 대구(對句) 형식의 구절로 '보이는 것'과 '안 보이(려)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굳이 '늑골을 감추'는 행위를 통해 상위포식자로서의 죄의식 같은 것도 슬쩍 비친다. 그것이 먹는 자세의 표현이라 해도 '늑골'에 뭔지 숨기고 감추고 간직하는 등의 의미를 담아온 함축이 있기 때문이다.

등뼈는 모든 척추동물의 근간이자 자존의 상징이다. 돼지라고 해서 등뼈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마구 발라먹는 돼지의 등뼈는 먹히는 입장에서 온전히 보여줄 수 있겠다. 등을 보이는 게 무장해제나 마찬가지였던 시절부터 등뼈의 역사를 보면 그런 존재의 등뼈를 먹는 자가 부끄러워질 수도 있다. 그렇게 먹을 수밖에 없는 자의 비애 같은 게 스며 있어 비조차 '고해 중'이라고 읽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등뼈를 발라먹으며 어찌 자신의 등뼈를 다시 보지 않으랴. 결국 화자도 '숭숭 뚫린 등뼈를 보일 것이다'라며 먹고 난 자신의 뒤를 그려본다. 이미 '뼈와 뼈 사이 죄가 발라먹은 저녁'을 곰곰 들여다보고 난 뒤다. 먹는 주체로 '죄'를 불러내는 대목도 '구멍 난 자리마다 등을 보인 흔적들'을 새겨보게 한다. 그처럼 자신의 등뼈도 깊이 만져보았던 게다.

그런데 이름이 왜 '감자탕'일까? 감자가 많이 들어간 뼈다귀탕이라 그러려니 했던 것도 하나의 설이고, 돼지 뼈를 '감자뼈'라 부르는데 감저(甘猪)의 변형으로 감자탕이 됐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돼지의 뼈를 우려낸 국물에 감자나 우거지를 많이 넣은 게 '감자탕'이거니 하고 식성대로 즐기면 되리라. 지동의 소문난 순대와 마찬가지로 돼지의 보시로 만드는 감자탕도 지동 특유의 골목 풍경과 더 어울리지 싶다.

그나저나 '비가 오는' 그것도 '늦은 일요일'에 지동 감자탕 먹으러 나서야겠다. 골목 구경도 실컷 하고 그곳을 빛내주는 많은 벽화를 다시 보며 다리품 좀 팔아야겠다. 그러다 보면 감자탕에 한잔이 더 진하게 당기리라.

권성훈 시인의 '지동 감자탕'_3
권성훈 시인의 '지동 감자탕'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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