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최순애 시인 '오빠생각'
詩 해설 - 정수자 시인
2016-01-19 16:24:09최종 업데이트 : 2016-01-19 16:24:09 작성자 :   e수원뉴스

최순애 시인 '오빠생각'_2
최순애 시인 '오빠생각'_2

이 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싶다. 그러나 노랫말을 쓴 최순애(1914~1998)가 수원 출신이고, 노랫말 역시 수원에서 나온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게다가 노랫말에 얽힌 사연과 최순애 남편이 한국의 대표적 아동문학가인 이원수(1917~1981)임을 아는 사람은 더 적을 듯하다. 

오빠 생각. 이 노래에는 여운만큼이나 애틋한 사랑이 겹으로 들어 있다. 알고 볼수록 노랫말에 교직되는 사랑은 짧은 동요를 서정적인 사랑 노래로 만들어준다. 최순애와 이원수와의 사랑만도 감동적인데 그 사랑의 결실까지 힘이 돼준 '오빠' 이야기며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아픔들이 엮이며 크고 깊은 울림을 더하는 것이다.   

수원에 동시 잘 짓던 소녀 최순애가 있었다. 어느 날 열두 살 소녀의 동시 '오빠 생각'이 '어린이'(1925. 11)에 실린다. 이듬해 같은 잡지(1926. 4)에 경남 이원수의 '고향의 봄'도 실린다. 최순애의 동시를 본 이원수가 편지를 하고, 소녀와 소년의 편지 연애가 시작된다. 편지가 수원과 마산 사이를 오가는 동안 '기쁨사'('어린이' 출신 문학동인)를 통해 문학과 사랑을 더 키운 두 사람은 드디어 만날 약속을 한다. 

그런데 1935년 수원역에서 최순애는 바람을 맞고 만다. 오매불망 그리던 이원수가 끝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실망과 분노와 배신감에 결별을 결심했을 듯하다. 너무나 먼 거리의 편지요, 긴 기다림 끝의 약속 아닌가. 하지만 그 전날 이원수는 '함안독서회사건'으로 유치장에 들어가 있었으니 더 애가 탔으리라. 나중에 사정을 안 최순애 집안에서도 위험한 인물이라고 반대해 그냥 끝날 법한 사랑은 1936년 결혼에 이른다. 노랫말 속의 '오빠'인 최신복(1906~1945)이 감싸주어 가능한 결실이었다.  
   
오빠 최신복(필명 최영주)도 수원이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호드기'라는 동시가 묘비에 새겨진 아동문학가지만 사회운동가로도 활동이 컸기 때문이다. 최신복은 소파 방정환을 도와 여러 잡지의 편집 일을 하면서도 수원의 동화구연대회나 '화성소년회' 등을 이끌며 지역의 중추적 역할을 해냈다. 소파를 존경해 '소파 묘비 건립'이며 '소파 전집' 출간 등에도 앞장섰는데, 심지어는 그 묘소 아래 묻히기를 유언했다. 결국 수원 선산이 아닌 소파 앞에 묻혔다니 절로 숙여지는 마음이다.
    
'오빠 생각'에는 소리말들이 돋우는 서정적 분위기가 일품이다. '뜸북 뜸북',  '뻐꾹 뻐꾹',  '기럭 기럭',  '귓둘 귓둘' 소리 내서 불러보면 뜸부기, 뻐꾸기, 기러기, 귀뚜라미가 우는 그 시공간 속으로 빨려들지 않을 수 없다. '오빠'를 간절히 기다리며 커다래진 소녀의 귀, 거기 와 감기는 새들과 벌레 소리는 작은 가슴을 더 졸이게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소리로 리듬에 빛깔까지 가미하는 소리의 주인공들은 어린 소녀의 기다림을 함께해주는 자연의 벗들만 같다. 

그런데 왜 하필  '비단구두'일까? 콕 짚어보게 하는  '비단구두'는 노랫말의 핵을 이룬다. 게다가 재미있는 사연이 또 있으니, 최순애가  '댕기'로 쓴 것을  '구두'가 더 좋겠다는 오빠 의견에 따라 바꿨다는 것이다. 여자 선물로 댕기는 약속의 이미지가 있으니  '비단댕기'라 했으면 뭔가 더 아련함이 풍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오빠 선물이니  '비단구두'가 나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입에는 이미  '비단구두'가 붙어 떼려야 뗄 수도 없는 고운 신발이 되었지만 말이다.    

'오빠 생각'은 동요를 넘어서는 노래다. 좋은 시에 뛰어난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붙인 것만도 문학성과 음악성의 행복한 조화인데, 깊은 사연까지 깃들어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많이 부른 '꼬부랑 할머니'가 최순애 동생인 최영애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이원수의 빛나는 동시들도 다시 새겨봄직하다. 팔달산 중턱에 세운 노래비  '고향의 봄'도 국민의 노래였으니-. 

알수록 더 정겨운 수원의 詩, 최순애와 이원수의 아름다운 노래들이 우리 마음을 새삼 애틋이 적신다. '오빠 생각'을 부르며 추위와 일상에 찌든 마음을 씻어보는 것도 이곳에서의 나날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리라. 

* 이 노래의 인연을 듣고, 영화 '오빠 생각'의 이한 감독이 수원에서 시사회를 가짐.
  1월 26일(화) 6시 30분, 남문메가박스

최순애 시인 '오빠생각'_3
최순애 시인 '오빠생각'_3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