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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용 시인 '통발'
詩 해설 - 정수자 시인
2016-03-04 13:51:27최종 업데이트 : 2016-03-04 13:51:27 작성자 :   e수원뉴스
홍사용 시인 '통발'_2
홍사용 시인 '통발'_2


홍사용(1900~1947)의 초기시다. 고향 '돌모루'의 삶을 그린 점에서 더 주목되는 수원의 노래다. 홍사용의 본적은 수원군(현재 화성시) 동탄면 석우리 492번지. 용인(기흥면 농서리 용수골) 출신이지만 서울에서의 유년기 외에 청소년기를 지낸 곳이니 시의 고향은 당연히 돌모루겠다.
 
노작(露雀) 홍사용은 1920년 '文友''크다란 집의 찬 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만 아니라 소설, 희곡, 수필, 평론에 손을 댔고 문예지 발간과 신극(新劇) 운동에도 헌신하는 등 활동 폭이 넓었던 문인이다. 이 모두 돈을 요하는 일이었는데, 돌모루 논밭을 팔아 쏟아 부었을 정도로 부모가 대지주였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 전반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홍사용은 '나는 이로소이다'의 시인으로 알려져 주로 시에서 평가를 받아온 편이다.
 
20년대 한국문단에는 절망과 퇴폐가 뒤섞인 낭만적 센티멘털리즘이 넘쳤다. 노작 또한 감상과 낭만이 과도한 '백조' 동인으로 활발했다. 하지만 3·1운동 좌절 후 그런 낭만적 세계를 거두고 우리 시 살릴 방안으로 모색한 민요시운동에 뛰어들었다. 서구시 흉내를 버리고 민족적 리듬과 정서를 찾기 위한 길로 조선의 민요인 '메나리'를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메나리 창작과 확산에 한동안 집중했지만 시인의 기대와 달리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 했다.
 
이 시에서 노작은 일제강점기 농촌의 생활상을 담담히 서술하듯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돌모루[石隅] 냇가에서 통발을' 갖고 고기 잡던 어린 시절의 단순한 경험들 이면에는 일제의 수탈 같은 당시의 민족 현실이 담겨 있다. 고기를 빼앗기는 상황 즉 '밤새도록 든 고기를 다털어 갔더라'는 슬픈 확인과 상실감이 강자의 횡포며 수탈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너 가지리 나 가지리' 몫을 나눈 것도 ''일 뿐이니, 깨어 보니 '때는 벌써 늦'어버린 것. 설사 빼앗길 줄 알았다 할지라도 일제처럼 '재재바른 노마'에게는 당하기나 하고 '비죽비죽 우는' 나약한 화자의 모습이 실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눈물을, 주먹으로 씻으며/나를 본다'는 무기력한 모습이 어찌 돌모루 소년뿐이었으랴. 당시 농촌의 전반적인 상황이 그랬음을 넌지시 일깨우는 이 대목은 시에 더 보편적인 호소력을 부여한다.
 
이런 소년의 모습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시에서 '눈물의 왕'을 자처한 울보 소년을 다시 읽게 한다. '모가지 없는 그림자'이자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의 모습이야말로 식민지 현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슬픈 자식들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기껏 '파랑새'를 쫓다 '돌부리에 걸리어 넘어져' 울어버리는 무력한 소년의 모습. 희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식민 현실의 환유 속에 노작은 '눈물의 왕'으로나 크게 울었을 뿐이다.
 
노작의 시에서 되짚고 싶어지는 것은 지역의 역사와 정서가 담긴 표현들이다. '돌모루''봉당'('통발')도 그렇지만 '맨잿더미''옹당우물'이니 '장군바위'('나는 왕이로소이다') 같은 이름들은 이 지역 출신에겐 더 진한 그리움을 남긴다. 그 무렵 소년들의 눈물과 콧물과 웃음이 묻어 있는 소매의 곤때 자국 같은 정겨움. 툭 하면 올라가 다투거나 휘파람을 날렸을 고향 뒷동산의 이야기들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다. 시에 종종 등장하는 '쥐불놀이', '통발 놓기', '별점치기' 같은 민속놀이도 우리에게 더 친근한 향토적 정서에 취하게 한다.
 
지금 돌모루 그의 묘 앞에는 '노작 홍사용문학관'이 아담하게 세워져 있다(2010년 개관). 노작이 안치된 산자락 끝에 앉힌 형국으로 아늑하거니와 조붓한 골짝을 활용할 수 있어 전시나 시낭송 등 행사에도 오붓한 문화 공간이 되었다. 해마다 노작문학상 시상과 함께 여는 노작문학제로 작은 문학관 동산이 시잔치를 노작거린다. 고향 언덕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내려다보며 노작도 퍽 흐뭇할 것이다.


홍사용 시인 '통발'_3
홍사용 시인 '통발'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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