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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를 하는 심리는 뭘까?
공공시설물은 시민 스스로 보호하고 가꾸어야
2010-05-27 10:50:22최종 업데이트 : 2010-05-27 10:50:2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주섭

감정을 가진 인간이면 누구나 낙서 심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낙서의 역사는 선사시대로까지 올라간다. 무덤 속의 벽화부터 시나리오나 국무회의 보고서 여백의 메모까지 우리 생활주변가까이에서 낙서가 발견된다. 

흥분하거나 놀라면 '비명'을 지르고, 말이 안 먹히면 '욕'을 하고, 좋으면 '감탄사'를 날린다. 
비명, 욕, 감탄사…. 이것도 마음의 중심을 잡기 위한 낙서의 일종이다. 낙서는 '일탈행위'다. 
평상심을 가진 보통사람은 좀처럼 낙서를 하지 않는다. 심리 상태가 불안해지고, 비정상적 일 때 인간은 중심을 잡기 위해 기존 심리를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낙서한다. 

예를들면, 금강산의 바위에 김일성이나 정일봉이라고 큰 글씨로 새겨 놓은 것도 북한의 체제유지를 위한 불안한 심리의 표출임에 틀림없다. 
또한, 실연을 했을 때 실연자는 자신도 모르게 옛 애인의 이름을 적게 마련이고, 돈 때문에 절망한 자는 '돈이 인생의 전부냐?'라는 낙서를 통해 가난한 자신을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낙서는 '역설적 에너지'를 갖는다.  

낙서는 인간의 심층심리 상태를 가리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인간은 구획지어진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시간과 공간을 학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늘 좌절하기 십상이다. 
낙서의 메시지도 좌절한 만큼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낙서를 통해 자신을 지킨다. 낙서를 통해서도 평정심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간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낙서를 음성적 문화로 치부하기 보다는 문화의 한 흐름으로 끌어안을 때 더 성숙한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낙서를 하는 심리는 뭘까?_1
낙서를 하는 심리는 뭘까?_1

낙서를 하는 심리는 뭘까?_2
낙서를 하는 심리는 뭘까?_2

그러나 낙서를 공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에 함부로 하는 것은 선량한 시민에게 정신적으로 매우 큰 피해를 끼치게 된다. 공공시설은 나의 것 보다도 더 소중하게 가꾸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비온 뒤 오랜만에 날씨가 너무 좋아 집 앞의 소공원에 나가 하늘을 쳐다보다가 농구 골대위에 낙서가 보인다. 
그 낙서 하나 때문에 일순 기분이 우울 해진다. 그리고 바로 옆의 공원안내판에도, 잠시 앉아 쉴 정자 기둥에도 낙서 천지다. 

사유재산이면 과연 이렇게 낙서를 할 수 있을까?

공공시설물, 낙서, 사유재산, 이주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