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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도 없이 사라질 고향마을을 만나다
임여송 작가의 ‘6월 둥지를 떠나며’ 전에서 만난 고향마을
2018-06-18 12:48:10최종 업데이트 : 2018-06-20 16:05:25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전시실 한 편에 삼선동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일일이 파내 전하고 있다

전시실 한 편에 삼선동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일일이 파내 전하고 있다

고향이 사라진다. 물론 그 마을 전체가 어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고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면, 그 또한 슬플 것이란 생각이다. 내가 한 때 자란 곳은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동이다. 마을 한편으로는 성북천이 흐르고 있고, 집 뒤편으로는 한양성이 자리했다. 그 성곽이 나의 놀이터였고 여름이 되면 성북천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고는 했다. 그곳에 내가 어릴 적 힘들게 다녔던 삼선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그곳을 떠난 지 반백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을 <대안공간 눈>이라는 전시실에서 만나게 됐다. 임여송 작가의 전시 '6월 둥지를 떠나며'전이다. 그 마을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만나면서, 이제는 한때나마 살았던 또 하나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온다.

16일, 화홍문 옆 문화광장에서 열린 수원천 버들마켓을 찾아갔던 길에 들린 대안공간 눈 제1전시실. 전시되어 있는 풍경이 어딘지 낯이 익다는 느낌에 앞에 놓인 전단을 들고 임여송 작가의 작가노트를 열어보았다. 성북구 삼선동 3가가 재개발된다는 소식이다. 그곳이 재개발이 되면 난 또 하나의 지난날을 기억 속에서 지워야 한다.
한편에 아파트가 들어선 창문에 한지로 작품설치를 한 임여송 작가의 작품사진

한편에 아파트가 들어선 창문에 한지로 작품설치를 한 임여송 작가의 작품사진

임여송 작가가 전해 준 고향소식

'6월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 우리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거 같던 집을 떠난다. 평생을 지내왔고 지켜왔던 삼선동 할머니 집과 그 동네는 재개발로 인해 하나 둘씩 떠나야 한다. 삼선동 3가 할머니 집 동네는 할머니가 반평생 살아온 동네이고 나의 유년시절을 보낸 동네이다. 하지만 그런 이 동네는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그 동네가 쌓아온 시간과 흔적은 사라질 것이고 황량한 땅을 거치고 세워질 아파트는 우리에게 축적된 그 공간에 대한 기억조차 점점 흐릿해지게 만들 것이다. 이미 동네 절반은 빼곡한 아파트가 들어서있다. 슈퍼가 있고, 약국이 있고, 세탁소가 있었던 장소는 큰 주차장이 된지 오래고 개구리 소리가 들리곤 했던 달동네의 모습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임여송 작가는 아파트단지와 주택단지 경계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느껴지는 두 단지 사이의 이질감이 마치 현실의 한 단면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아마 작가도 지금 이 전시된 작품을 바라보면서 옛 기억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나처럼, 언젠가 이곳을 지우지 못하고 달라진 마을의 모습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쓸 것이다.
재개발로 사라질 마을에서 임여송 작가가 작품설치를 하고 촬영한 사진

재개발로 사라질 마을에서 임여송 작가가 작품설치를 하고 촬영한 사진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만난 고향마을

임여송 작가는 2015년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2018년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17년 '반복 그리고 흔적'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서울 성북예술창작터에서 가진 후, 이번 대안공간 눈 제1전시실에서 전시되어 있는 '6월, 둥지를 떠나며'전이 두 번째 개인전이다.

그동안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임여송 작가는 2015년 태안 기념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성신여자대학교 졸업 작품 최우수상(성신여대 박물관 소장)을 수상했다. 작가는 개인의 일상에서의 흔적을 조명하는 표현방법을 실험하는 작업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런 작가가 전해 준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동의 모습. 어릴 적 개구쟁이처럼 한양성과 성북천을 놀이터로 삼아 살아왔던 지난 시간. 그런 시간들을 기억하게 만들어 준 작가의 작품들과 한편에 보이는 영상. 한참이나 그곳에 서서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이젠 그 흐릿한 기억조차 사라지게 되었다. 임여송 작가가 전해준 고향소식. 하지만 '6월 둥지를 떠나며'전에서 본 아련한 그 정경마저 살아진다는 생각에 서둘러 옛 살던 정든 곳을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정든 어릴 적 마을이 사라지기전에 그 모습이라도 담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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