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원뉴스 로고
상세보기
행궁동 벽화마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붉은 칠을 한 담벼락에 새로운 그림으로 치장
2018-07-03 23:18:21최종 업데이트 : 2018-07-10 14:01:57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팔달구 행궁동 벽화마을 안내지도

팔달구 행궁동 벽화마을 안내지도

수원에서 가장 먼저 벽화골목을 조성한 곳은 팔달구 지동과 행궁동이다. 팔달구 지동은 전국에서 가장 긴 벽화골목을 자랑하고 있고, 그 벽화골목 조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이야 예전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전국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골목을 갖고 있는 마을이다.

또 한 곳은 바로 팔달구 행궁동이다. 이곳은 2013년 9월 '차 없는 거리'를 한 달간 운영하기 전부터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먼저 벽화가 그려진 곳이 바로 현 북수동(행궁동의 법정동)에 소재한 비영리 전시공간인 대안공간 눈의 주변에 그려지기 시작한 벽화들이다. 이곳은 '행궁동벽화마을'이라고 칭할 만큼 예술성이 뛰어난 벽화들이 그려졌던 곳이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조선조 정조 당시 '팔부자거리'로 북수동 일대의 옛길을 말한다. 장안사거리 뒷길을 이용해 현 북수동성당 안에 자리하고 있는 등록문화재인 소화초등학교와 북수동성당 뒷길에 그려진 벽화들이다. 팔부자거리는 조선후기 정조 당시 전남 해남 등에서 올라 온 부자들이 강한 국권을 조성하기 위한 상업의 진흥을 꾀하던 거리로, '팔부자거리'란 명칭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곳 팔부자거리의 또 다른 명칭은 어려운 수원백성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었다고 하여 '보시동(普施洞)'이라고도 불렸다.붉은 칠을 해 놓은 것을 인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붉은 칠을 해 놓은 것을 인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건물주가 생존을 위해 칠을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 닭을 그렸다

건물주가 생존을 위해 칠을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 닭을 그렸다

붉은 칠을 해놓은 보기 흉한 벽화마을 담벼락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안공간 눈 인근 벽에는 온통 붉은 칠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붉은 칠을 한 것은 이곳 벽화마을 주민들로 2016년 10월 경 건물주들이 직접 칠을 해 놓았다. 당시 이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칠을 한 이유를 물으니 "수원화성사업소가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이 일대를 문화마을로 지정하고 개인들의 재산권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 칠을 했다"고 대답했다.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집을 마음대로 개조를 할 수 없도록 증개축을 할 수 없고 집을 새로 지으려고 해도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한 주민은 "문화마을로 지정하려면 먼저 주민들에게 사전에 의견을 물어야하는데 주민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 그리고 이 벽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시끄러워 편히 쉴 수가 없다. 생존을 위해 이렇게 칠할 수밖에 딴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당시 수원화성사업소는 이 대안공간 눈 일대를 "옛 정취가 보존돼 있어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라 판단되어 문화마을로 지정 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벽화마을 지정을 하면서 정작 거주민들에게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문화마을 지정이라는 강수를 둔 화성사업소와, 재산권 침해라고 맞서는 주민들 간 의견이 좁혀들지 않으면서 결국 담벼락에 붉은 칠을 한 상태로 흉물이 되어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주변 시민단체들이 설득을 했는지 최근 다시 벽화가 그려지고 있다.
신라시대 전설의 관악기인 만파식적에 관한 벽화도 그렸다

신라시대 전설의 관악기인 만파식적에 관한 벽화도 그렸다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우선하는 행정 돼야

이렇게 볼썽사납게 붉은 칠로 두 해를 넘긴 요즈음 이곳 붉은 칠을 한 담벼락에 다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3일 오후 장마 중 잠시 해가 들어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찾아간 행궁동 벽화마을. 한 편에는 붉은 페인트칠을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붉은 벼슬을 단 닭과 인근 금보여인숙에 그려졌던 커다란 물고기 그림도 보인다.

골목 안쪽에는 우리나라 신라시대의 전설의 악기인 만파식적(萬波息笛)에 대한 설명과 그림도 그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몇 집의 담벼락은 붉은 칠 그래도 남아있는 모습이다. 벽화를 그리는 단체들은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새로운 그림을 그리지 않을 심산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든지 주민이 먼저인 행정이 베풀어져야 한다.

주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밀어붙이기식의 행정이 이렇게 몇 년 동안 힘들여 마련해 놓은 벽화마을을 온통 벌겋게 만든 것이다. 다시 그려지고 있는 행궁동 벽화마을. 아직은 붉은 칠이 다 지워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주민들과 서로 소통하면서 아름다운 옛 모습을 찾기를 기대한다. 시민이 먼저인 행정을 펼치는 수원시답게 앞으로 의사소통 없이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삼가야 할 것이다.

벽화마을, 행궁동, 붉은 칠, 문화마을, 지정고시, 소통부재, 생존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