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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뉴지엄에서 ‘바람-온새미로’ 전 열려
이윤숙 조각가, 십자가 통해 화해와 용서, 희망 등 표현
2018-07-12 22:48:41최종 업데이트 : 2018-07-13 14:51:4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온새미로'는 자연 그대로, 변함없다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조각가 이윤숙은 대안공간 눈의 대표이기도 하며 지역 문화 예술 발전에 관심이 많다. 지난 해 '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 로 실험공간UZ에서 선보였던 '바람'의 연작으로  이번 전시는 경기여성연대가 주최하고 경기도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하여 열리는 것이다.

고색 뉴지엄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측백나무 수십 그루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향을 뿜으며 관람객의 몸을 깨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수백 개의 십자가가 철사줄에 매달려 있고, 벽면에는 250km의 비무장지대 철책길을 걸었던 예술그룹 '슈룹'의 촬영 기록물이 흘러나온다. 나와 남을 구별짓고, 벽을 만드는 세상에서는 절대 평화가 찾아올 수 없다. 우리 사회 속의 차별과 경계가 무엇인지 바라보게 만드는 전시다.
고색 뉴지엄에서 열린 이윤숙 작가의 '바람 온새미로 전' 의 매달린 십자가

300여 개의 십자가가 애식적인다.

"이곳에 사용된 측백나무는 봉담에 있는 작업실 인근에 10여 년 전부터 심은 것이에요. 전시를 위해 가꾼 나무입니다. 의미있게 사용되기 위해 길러진 나무에요. 피톤치드가 강하게 나오는 나무이기 때문에 들어오면서 심신이 안정되고 힐링될 거에요. 측백나무 숲에 들어선 듯한 환상적인 기분이 들게끔 한 것은 이곳과 저곳의 다른 세계를 구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십자가를 통한 화해와 용서, 희망 등을 표현했습니다" 
전시장 내부의 모습, 십자가와 영상이 어우러짐

전시장 내부의 모습, 십자가와 영상이 어우러져 있다.

이윤숙 대표는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해설하였다. 카톨릭 신자로서 30년 넘게 수집하고, 만들어 온 십자가를 사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이 처음 조각하면서 만들었던 첫 십자가, 아이가 어릴 때 만든 십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사오거나 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들, 쓰임을 다한 손상된 십자가까지 온갖 종류를 볼 수 있다. 십자가는 종교성이 짙은 소재이다. 예수가 인간의 죄를 위해 피흘리고 죽음을 당한 처형대다. 하지만 부활하여 인류에게 천국의 소망을 주었다. 다시 살아남, 회귀, 재탄생 등의 의미는 예술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아이들과 관람객이 함께 체험을 할 수는 모습

아이들과 관람객이 함께 체험을 할 수는 모습

 또한 이 작가는 "수원의 고색뉴지엄은 이러한 실험적인 전시를 하기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공간의 재탄생, 버려진 곳이 새롭게 재생된 곳이기 때문이죠. 지난 해 무경계 프로젝트 전시를 보았던 경기여성연대에서 2018년 경기도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하여 초대한 전시입니다. 자연의 재생(再生)을 주제로 조각과 설치, 공동체미술 작업을 이어왔다는 게 경기여성연대의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기지촌 여성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사진까지 어우러진 전시가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전시가 지닌 가치를 전달했다.
바람-온새미로 전은 체험 전시다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도구들이 있다

십자가 앞에 서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세속에서 탈 세속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마음을 정화시키면서 내가 구별짓고, 판단했던 모든 고정관념을 내려놓는다. 세상에는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다. 너와 내가 하나일 때 소통이 시작되고 벽이 허물어진다. 천장에 매달린 십자가와 함께 영상을 바라보면 오묘한 느낌을 준다. 38선의 철책길을 따라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면서 촬영한 영상 속에는 비무장지대의 자연 풍광과 슈룹 멤버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모든 것들이 더하여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체험 설명하는 이윤숙 대표

아이들에게 체험 설명하는 이윤숙 대표

오늘날 한반도 남북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비무장지대 철책의 의미를 되묻고, 사회 속 여성차별문제 등 세계의 다양한 경계들을 허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전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작가는 폭력없는 세상, 경계가 없는 세상, 용서와 화해의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5일간 설치작업을 하면서 함께 도움을 준 작가들이 애를 많이 썼다고 전한다. 예술가의 사상과 가치를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이는 사물에 보이지 않는 의미를 담아내었다.
전시장 입구의 측백나무

측백나무 향을 맡으며 전시장 내부로 들어선다

수원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이었던 폐수처리장이었던 곳이었던 고색뉴지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재생' 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은 낡고 버려지지만 또다시 재창조 된다. 전시는 또한 관객과 소통하고 참가를 이끌어내는 체험도 연계된다. 전시를 감상한 느낌을 나무에 그려서 매달아 두는 코너를 마련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고색뉴지엄 1층의 어린이집 아이들은 자주 와서 전시를 감상한다고 한다. 미술관이 있는 어린이집이라는 점이 최고의 교육환경이 아닐까. 관객의 참여로 내용은 확장되어 공동의 결과물이 완성되는 모습도 재미있다.
모두가 이곳에서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십자가와 영상물

예술그룹 슈룹의 철책 영상이 함께 어우러진 전시

이번 전시는 7월 29일까지 고색 뉴지엄에서 열린다. 여성폭력없는 세상을 위한 기억과 공감 展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화의 메시지가 읽혀진다. 전시에 관심있는 분들은 고색동 산업단지 내에 있는 고색뉴지엄에서 '바람-온새미로' 전시를 꼭 관람해보면 좋겠다. 사회속 차별 문제를 예술로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조각가이자 대안공간 눈의 이윤숙 대표

조각가이자 대안공간 눈의 이윤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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