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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도 도로다] ① "섬도 사람 사는 곳인데 돈벌이 안된다고…"
섬 주민 "여객선 없으면 택배 상자도 못 받아요"
노후화·영세성에 '돈 안 되는' 생활항로 존폐 기로
2017-08-27 08:11:01최종 업데이트 : 2017-08-27 08:11:01 작성자 :   연합뉴스
연안 여객선 더존페리1호에 오르는 사람들

연안 여객선 더존페리1호에 오르는 사람들

[뱃길도 도로다] ① "섬도 사람 사는 곳인데 돈벌이 안된다고…"
섬 주민 "여객선 없으면 택배 상자도 못 받아요"
노후화·영세성에 '돈 안 되는' 생활항로 존폐 기로

[※ 편집자 주 = 섬 주민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연안 여객선 이용객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 노후화와 선사 영세성 등으로 여객선 인프라는 수요를 맞추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지만 여객선에 대한 중앙·지방정부의 지원은 육상 운송수단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입니다. 최근 열악한 해상교통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여객선 공영제 도입이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연안 여객선 운항실태를 살펴보고, 정부 지원 상황과 여객선 공영제 추진 방안을 소개하는 3편의 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무안 신월항∼신안 송공항 더존페리1호=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88올림픽 끝난 지 한창 됐을 때였죠. 철부선이 들어오면서 제가 살던 섬에도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어요."

더존페리1호에서 이달 24일 만난 김양운(55)씨는 전남 신안군 소악도에서 나고 자란 섬 토박이다.
나룻배에서 큰 배로 옮겨탈 필요 없이 여객 기능을 겸한 대형 짐배가 섬과 뭍을 직접 연결하면서 김씨와 이웃들 생활에는 격변이 찾아왔다.
더존페리1호는 육지인 무안 신월항과 신안 송공항에서 8개의 섬을 기항지로 삼아 순환하는 연안 여객선이다.
하루 3차례 운항하는데 1회차에는 8개 섬 모두를, 2회차에는 2개 섬만, 3회차에는 5개 섬을 왕복한다.
김씨가 사는 소악도에서 중간에 배를 갈아타지 않고 육지로 나갈 수 있는 수단은 신월항과 송공항을 종착지로 오전 두 차례 찾아오는 더존페리1호가 전부다.
그는 13가구 30명이 사는 섬에서 이날 송공항으로 나가는 배를 이용한 유일한 손님이었다.
김씨는 "연안 여객선 터미널 주변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저 같은 섬 주민"이라며 "첫배를 타고 나오더라도 육지에서 밤을 보내지 않으려면 반나절 안에 모든 볼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큰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차례차례 완성되면 여객선이 줄어들지도 모르는데 자그마한 부속 섬에 사는 우리 같은 사람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존페리1호는 이날 김씨를 태우기 전에 승객 21명과 자동차 8대를 싣고 신월항을 나섰다.

승객과 자동차가 고이도와 선도, 마산도 등 3개 섬을 거치는 동안 차례로 모두 내리면서 더존페리1호는 병풍도, 대기점도, 소기점도를 빈 배로 기항했다.
소기점도에 이르렀을 때는 선착장 주변에서 어구를 손질하던 주민이 '배에 탈 사람이 없으니 그냥 지나쳐가라'는 몸짓을 보내기도 했다.
더존페리1호에서 만난 또 다른 섬 주민 이평재(56)씨는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배편이 줄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가끔 걱정 들 때가 있다"며 "섬도 사람 사는 곳인데 여객선이 없으면 우리는 택배 상자 하나조차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객선이 너무 오래돼 고장으로 결항하기라도 하면 비싼 뱃삯을 치르고 어선을 빌려 타야 한다"며 "그럴 때는 자동차나 화물은 못 싣고 사람 몸만 들락날락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후 강화한 여객선 선령 제한에 따라 더존페리1호는 내년 7월 퇴역한다.
선사인 정우해운의 이금봉(70) 대표는 현상 유지도 힘든 형편에 새 배 건조를 위해 목돈이 필요한 상황까지 닥치자 사업을 이어갈지 말지 최근 들어 고심이 깊다.
이 대표는 "더존페리1호처럼 특별한 관광지 없는 생활항로를 책임지는 여객선은 낙도만 오가는 국고보조선과 황금노선을 꿰찬 대형선사 배들의 중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항로까지 모두 국고보조선으로 전환한다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며 "운영비나 실적을 따져서 손실분을 보조하는 준공영제가 현실적인 대안이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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