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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4층서 추락한 청년인턴, 공공기관 4곳서도 인턴 전전
"다음 근무처 고민 많아"…전문가 "인턴은 단기간 실적주의 함정"
2017-04-25 18:50:49최종 업데이트 : 2017-04-25 18:50:49 작성자 :   연합뉴스
경기도청 4층서 추락한 청년인턴, 공공기관 4곳서도 인턴 전전_1

경기도청 4층서 추락한 청년인턴, 공공기관 4곳서도 인턴 전전
"다음 근무처 고민 많아"…전문가 "인턴은 단기간 실적주의 함정"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일자리 박람회 가봐야 저에겐 소용이 없어요."
24일 경기도청 별관에서 추락한 청년인턴 A(28·뇌전증 4급)씨가 며칠 전 같은 부서 상사에게 한 말이다.
이 상사는 "고양 킨텍스에서 박람회를 하니 다녀오는 게 어떠니"라고 물었지만 A씨는 "그런데 가봐야 나에게 맞는 곳은 없고 거절당할 게 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경기도청에서 청년인턴으로 근무하기로 한 A씨는 24일 오후 6시께 별관 4층 옥상에서 추락해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경찰은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근거로 "사고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가 추락한 것이 사고가 아닌 극단적 선택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경찰 판단이 나오면서 A씨가 이런 선택에 내몰릴 수밖에 없던 현실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A씨는 2011년 대학을 졸업한 뒤 구직활동을 하면서, 국토연구원, 의왕시청, LH, 국가기록원 등 공공기관 4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바 있다.
정규직 직장을 얻지 못한 채 수차례 공공기관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그는 최근 주변 동료들에게 "이번 경기도청 인턴이 끝나고 나면 다음엔 어디서 인턴을 해야 할지 걱정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뇌전증 4급이란 장애는 사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없이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정도였지만 고용시장은 그에게 만만치 않았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로 보면, 장애를 앓는 20대 인턴 경력자가 결국 직장을 얻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 청년인턴 제도는 정부가 청년들에게 공공기관에서 일 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한 취지로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실질적인 취업이 아닌 단기간 인턴을 통해 피상적으로 고용실적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A씨와 같이 인턴을 수차례 거쳤어도 안정적인 직업을 얻지 못한 청년들은 고용시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감이 A씨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끈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청년을 단기 채용해 고용 실적을 챙기는 '실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몇 개월간 계약을 맺는 쪼개기식 초단기 인턴은 청년들의 취업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턴은 글자 그대로 '견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규직이 되는 브릿지(가교)보다는 트랩(함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청년인턴 업무 관계자는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민간 인턴제도와 달리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단기간 체험형이라는 특성이 있다"라며 "안정된 직장과 직접적인 연결이 될 순 없지만, 인턴근무를 통해 취업역량을 기르고 이력에 도움을 주는 등 안정적인 직장을 얻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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