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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후포항에서 울진대게와 흐드러지게 놀다
2017-04-14 08:03:05최종 업데이트 : 2017-04-14 08:03:05 작성자 :   연합뉴스
[연합이매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_1

[연합이매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후포항에서 울진대게와 흐드러지게 놀다

(울진=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쪽빛 바다. 그 품에 포근히 안긴 항구는 눈부신 은빛 물결로 곱게 일렁거린다. 바라보는 풍경은 말 그대로 '비단 바다'다. 옛 지명이 '휘라포(輝羅浦)'인 울진군 후포항. 그 해변 무대에서 새봄의 바다 먹거리 축제가 흐드러지게 이어졌다. 바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대게 맛에 미치고 대게 춤에 취한 신명의 잔치마당이었다.



"풍악을 울려라!"
사회자의 힘찬 외침 속에 무대가 일거에 흥청거렸다. 지난 3월 4일 후포항 왕돌초광장의 게줄 당기기 현장. 울진군의 읍면동 대표들이 출전해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다. 게줄 당기기는 여성들이 5명씩 두 편으로 나뉘어 대게의 몸통 모형에서 뻗어 나온 10개의 게다리 줄을 각각 허리에 감고 겨루는 전통민속놀이다. 무릎을 꿇고 손은 땅바닥에 짚은 채 20~30초 동안 힘겨루기로 승부를 가린다.
"준비! 출발!"
시작 신호와 동시에 징소리가 무겁게 울리고 서로 등을 돌린 채 긴장 속에 엎드려 대기하던 양측은 있는 힘껏 앞으로 기어가며 치열한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영차! 영차!" "읏샤! 읏샤!"
양측 응원단의 숨 가쁜 응원 소리. 이윽고 "5! 4! 3! 2! 1!"이라는 사회자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가 끝났다. 최종 승자는 울진읍팀. 3판 양승제에서 두 판을 내리 이겨 3년 연속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물악기 소리가 또다시 항구를 쩌렁쩌렁 울려댔다. 출전자와 응원단, 관람객들은 함께 어울려 덩실덩실 춤판을 벌였다. 주객이 따로 없고 승자와 패자도 따로 없이 이 순간만은 모두가 축제의 당당한 주인공들이었다. 울진읍 대표로 나온 임순옥(57) 씨는 "해마다 참가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다 보니 무지무지 재밌네요"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준우승한 근남면의 권영자(52) 씨도 "져도 즐겁다고요! 왜?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니까!" 하며 웃음을 머금은 채 온몸을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추었다.

◇ 바다, 놀이, 먹거리가 한데 어울린 축제마당

경북 울진을 대표하는 봄축제인 '2017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3월 2일부터 5일까지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후포항 일원에서 펼쳐졌다. 올해 주제인 '비단바다 후포항에서 울진대게와 놀다'에 걸맞게 풍경과 놀이, 먹거리가 어우러져 축제 기간 내내 즐거움을 듬뿍 선사했다.
축제 기간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절기가 들어 있는 때다. 동해의 미항인 후포항에도 따스한 봄바람과 투명한 햇빛이 충만한 가운데 이 고장의 명물인 대게는 바다 기운을 듬뿍 안고 돌아와 온 세상에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게 했다. 주인공은 축제 이름 그대로 대게와 붉은대게. 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는 민간 주도형의 참여축제인 이 행사를 2년째 개최했다.
올해는 먹거리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고 전통의 민속놀이 행사도 다양화했다. 먹거리 프로그램으로는 '방티 페스티벌' 등이 다채롭게 선보인 가운데 대게빵, 대게고르케 같은 지역 특유의 주전부리 문화가 소개됐다. '대게춤 플래시몹' 등 체험 프로그램과 '월송 큰줄 당기기' '달넘세' 같은 전통 놀이문화도 수시로 펼쳐져 대동 한마당이 연출됐다. 지난해까지는 후포어시장 근처의 한마음광장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후포항여객선터미널의 왕돌초광장으로 주 무대를 옮긴 가운데 부두무대까지 모두 세 군데로 축제장을 넓혔다. 그만큼 규모가 커지고 다양성도 강화됐다.
축제 주인공인 대게와 붉은대게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다리가 10개여서 십각목(十脚目)에 속하는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 나간 두 마디의 다리가 곧고 길쭉해 마치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글납작한 몸통의 양쪽으로는 각기 5개의 다리가 기다랗게 나 있다. 게줄 당기기 놀이에서 10명이 두 편으로 나뉘어 경기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누런색 대게가 주로 수심 500m 이상의 바다에서 서식한다면, 빨간색이어서 홍게라고도 하는 붉은대게는 500m 이하의 심해에서 산다. 따라서 잡는 방법도 대게는 그물을, 붉은대게는 통발을 이용할 만큼 다르다. 대게는 후포항에서 23km가량 떨어진 동해 수중 암초인 왕돌초 해역이 주요 서식지이나 붉은대게는 울릉도, 독도 등 좀 더 먼 바다로 나가야 만날 수 있다. 대게는 속살이 꽉 차고 달면서도 담백한 맛을 자랑해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반면에 붉은대게는 살이 적은 데다 약간 짠맛이 나서 다소 싼 편. 축제장 거일수산의 김태형(58) 씨는 "우리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붉은대게를 먹지 않았다"면서 "1980년대부터 일본 수출이 활기를 띠고 붉은대게 특유의 맛과 향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지금은 대게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 "과거에서 현재로"…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

올해 축제에서 특히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수토사(搜討使) 행렬, 월송 큰줄 퍼레이드·큰줄 당기기 재연이었다. 울진문화원의 파도풍물단을 앞세운 이들 행렬은 3일 오후 후포해수욕장 입구를 차례로 출발해 1.8km 구간에서 장엄하게 이어졌다.
수토사는 조선시대에 울릉도와 독도에 파견돼 섬의 실정을 조사하고 밀입자나 일본인들이 들어와 있을 때 수색하고 토벌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숙종 19년인 1693년, 안용복이 일본 어민의 울릉도 진입을 막다가 일본으로 끌려간 사건을 계기로 조선과 일본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일자 현지에 관리자를 파견했는데 이는 수토제도가 폐지된 1894년까지 200여 년 동안 존속했다고 한다.
그 수토사가 파견된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울진군 평해읍의 월송마을. 울진군청의 박금용 문화관광과장은 "매년 5월에 수토사 뱃길 재현행사가 울진 대풍헌에서 진행됐는데 올해는 대게축제에 처음으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수토사 행렬에 이은 월송큰줄 퍼레이드도 장관이다. 남녀노소 300여 명이 암줄과 수줄로 나뉜 60m 길이의 큰줄을 각각 어깨에 들쳐 멘 채 수토사 행렬을 뒤따른 것. 월송큰줄당기기는 1940년대 초까지 음력 정월 대보름날이면 평해읍 월송마을에서 행해지던 놀이로, 본래는 수천 명의 주민이 200m 길이의 암줄과 수줄로 맞대결했다고 한다.
이날 월송큰줄 퍼레이드의 백미는 행렬 후 왕돌초광장에서 벌어진 큰줄당기기였다. 마을 위 서낭당의 할배신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범기'와 마을 앞 서낭당의 할매당을 상징하는 용의 '용기'로 나뉘어 건곤일척의 한판 대결을 펼쳤다. 수줄인 범기가 이기면 보리 풍년이, 암줄인 용기가 승리하면 쌀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월송큰줄 당기기는 말 그대로 용호상박의 결전장이자 풍어와 풍농, 역사성과 놀이성이 결합된 한마당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양쪽 장수들, 하늘을 향해 함성!"
"야~!" "야~!"
사회자가 분위기를 이끌자 두 편으로 갈린 수줄과 암줄의 줄꾼들은 대결에 앞서 하늘이 떠나갈 듯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이어지는 두 줄의 결합. 이는 동서와 남녀와 천지가 하나 됨을 뜻했다. 외견상 승부를 놓고 다투는 맞대결 같지만 속내는 원기를 주고받는 호혜적인 경기라 할 수 있다. 한참 동안의 밀고 당김 끝에 결국 무승부가 선언되고 사회자는 "올해는 쌀과 보리 모두가 풍년이요!"를 호탕하게 외쳤다.
월송마을 김민웅(77) 씨는 "해마다 큰줄당기기 놀이에 나오는데 주민 단합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한 마을의 안현숙(59) 씨도 "축제를 통해 마을은 물론 외지분들까지 하나가 되는 듯싶다"면서 "줄당기기에 앞서 1시간가량 큰줄을 어깨에 메고 거리행진을 하다 보면 다소 힘들긴 해도 기분은 무척 좋아진다"고 웃었다.
3일과 4일 오전에 진행된 '달넘세' 공연도 빠뜨리기 아까운 볼거리였다. 달넘세는 울진군 기성면 기성리에서 젊은 처녀와 새댁들이 모여 손에 손을 잡고서 연출한 춤과 노래다. 이 해안마을에서 정월 대보름을 중심으로 행해진 달넘세는 '달을 넘자'라는 말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어려운 일을 이겨나가자'는 뜻이라고 한다.
"달넘세 달넘세 어허 하자네 달넘세 / 달이나 쿵쿵 밟아나 보자 어허 하자네 달넘세 / 달 떠온다 달 떠온다 저기 저 산 밑에 달 떠온다"
요란한 풍물소리와 함께 전승민요가 축제장에 흥겹게 울려 퍼졌다. 관객들의 어깨는 절로 들썩거려졌고,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들도 제 흥에 취한 듯 가볍게 날아올랐다. 30여 명의 아낙네는 하얀 머리띠에 한복차림을 하고서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었다. 고진감래랄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점에서 축제의 본령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온 이상홍(54) 씨 부부는 "'달넘세'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데 알고 보니 의미가 깊어 보인다. 잊혔던 전통문화를 새롭게 알게 됐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들, 며느리, 손주 2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고세열(서울ㆍ64) 씨는 제 흥에 겨워서인지 무대 앞에서 온몸을 흔들며 마구 춤을 추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기분이 정말 좋아요! 어깨가 절로 들썩거리는 걸 어쩌겠어요, 호호호!"



◇ 풍성한 먹거리 프로그램 인기

올해 울진대게축제는 '방티 페스티벌'과 '깜짝 할인이벤트' 등 먹거리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마련돼 관심을 끌었다. 이중 방티 페스티벌은 후포항의 주요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보게 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행사다. 후포항을 배경으로 '회 방티마당'과 '구이 방티마당'을 나눠 운영했다. '방티'는 '대야'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풍성한 해산물을 대야째로 넉넉히 맛보라는 뜻이 담겼다. 회 마당의 남의순(62) 씨는 "우리 마을 주민 다섯 명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는데 오늘이 금요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기대에 못 미친다. 주말에는 찾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대게장밥, 대게국수, 대게묵밥 같은 맛 난 음식들이 한 그릇에 3천원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대게빵, 대게찜, 대게고르케, 대게장비빔밥, 멍게비빔밥 등 울진에서 만날 수 있는 주전부리 먹거리들은 방문객의 입맛을 한껏 돋웠다. 축제장 곳곳에서 수시로 이뤄진 '대게 경매 깜짝 이벤트'는 값비싼 대게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코너로 인기를 끌었다.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코너는 하루 두 차례씩 방문객들에게 행운을 안겼다.
남효선 축제발전위원장은 "첫선을 보인 방티 페스티벌은 생선 회와 구이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라는 한계를 넘고자 마련했다"면서 "소비자가 축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소비를 통한 확대 재생산을 꾀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와 함께 "올해 축제 콘셉트를 '축제의 관광자원화와 공동체 문화 정착을 위한 원년'으로 잡고 후포항을 찾는 모든 사람이 주민과 함께 참여해 신명판을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4월호 [지역축제 탐방]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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