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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30년> ② 진범 쫓는 전직 형사 하승균
당시 수사 지휘…"지금도 제보 전화 오면 현장 달려가" "범인 살아있다면 유족에게 무릎꿇리고 사죄시키고 싶어"
2016-10-21 07:32:01최종 업데이트 : 2016-10-21 07:32:01 작성자 :   연합뉴스
<'살인의 추억' 30년> ② 진범 쫓는 전직 형사 하승균_1

<'살인의 추억' 30년> ② 진범 쫓는 전직 형사 하승균
당시 수사 지휘…"지금도 제보 전화 오면 현장 달려가"
"범인 살아있다면 유족에게 무릎꿇리고 사죄시키고 싶어"

(화성=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10여 년 전 퇴직한 한 전직 형사는 아직도 30년 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기억하는 한 제보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인터뷰 약속을 하고 찾아간 시각에도 우연히 또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지금이라도 '진범'을 찾아내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하게 하고 싶다는 하승균(70) 전 총경(현재 경기도 재향경우회 회장)은 "아는 사람이 진범인 것 같다"는 제보자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놓치지않고 받아 적었다.


하 전 총경이 화성사건 수사에 가담한 건 '연쇄살인사건'이란 명칭이 처음 붙여진 1986년 12월 이모(당시 23세·여·4차)씨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부터다.
경기도에서 알아주는 '사건통'으로 불리며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평생 잊히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연쇄살인사건의 충격은 강산이 세 번 변한 세월 앞에 자연스레 무뎌졌다.
그러나 하 전 총경은 조금 전까지 수사한 것처럼 피해자들의 이름, 당시 주변 상황, 그날 날씨 등 모든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당시 범행수법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하면 습관적으로 후배 형사들에게 '몇 살이냐, 수법이 뭐냐' 등 이것저것 묻게 된다"면서 "사람마다 본인이 제일 선호하고 자신 있는 범행수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화성사건은 형사 시절 오랫동안 집중했던 사건이어서 수법을 꿰고 있다 보니 무슨 사건만 났다 하면 '화성사건의 진범이 아닌가'하고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86년 9월부터 91년 4월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0∼70대 여성 10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세계 100대 살인사건'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극악한 범죄로 기록돼 있다.
10차 사건 가운데 8차 사건의 범인은 잡혔지만, 나머지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른 사건은 미제 상태로 남아있다.
당시 진범은 자신의 물건은 하나도 쓰지 않고 피해자들의 속옷과 양말 등만 사용했다.
현장에 자신의 유류품은 단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도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거의 없던 시절, DNA 정보로 혈액형만 겨우 밝혀낼 정도로 조악했던 당시 과학수사기법도 범인이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 전 총경은 "머리털 하나라도 찾으려고 범행 현장에 난 잔디를 모두 베어내 시멘트 바닥에 펼쳐보기도 하고, 유일한 목격자가 증언한 해당 연령대(25∼35세) 용의자 남성 12만명의 주민등록상 얼굴을 동사무소에서 일일이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뒤 목격자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면서 "그때로 돌아가 다시 수사하라고 해도 진범을 찾아낼 자신이 없을 정도로 증거도 없었고 과학수사 기술도 열악했다"고 전했다.
하 전 총경은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주인공 역을 맡은 박두만 형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화성사건 기록과 수사 일지 등을 모아 에세이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를 출간했다.


그는 책 제목처럼 아직도 진범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하 전 총경은 "그간의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진범은 현재 키 168㎝ 정도에 마른 체구의 B형 50대 남성으로 보인다"라며 "살아있을 확률과 죽었을 확률은 반반인데, 만약 살아있다면 피해자들 생각에 술에 절어 살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퇴직해 수사권이 없으므로 현직 때처럼 활동할 수는 없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제보자들을 만나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며 "진범이 자신이 저지른 짓을 반성하고 유족에게 무릎 꿇고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1971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하 전 총경은 '광주 여대생 공기총 피살사건', '포천 농협 총기 강도 사건' 등 굵직한 강력사건을 해결하며 '사건통'으로 명성을 쌓았다.

◇연쇄살인사건 일지
▲1차 = 86년 9월 15일 오전 6시20분.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 이모(71·여)씨. 하의가 벗겨지고 다리 X자형으로 복부에 밀착됨.
▲2차 = 86년 10월 20일 오후 8시.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 박모(25·여)씨. 알몸으로 농수로에 유기. 가슴에 흉기 상흔.
▲3차 = 86년 12월 12일 오후 11시. 태안읍 안녕리 축대. 권모(24·여)씨. 스타킹으로 양손 결박하고 머리에 속옷을 씌움.
▲4차 = 86년 12월 14일 오후 11시. 정남면 관항리 농수로뚝. 이모(23·여)씨. 스타킹으로 결박하고 신체 부위 훼손.
▲5차 = 87년 1월 10일 오후 8시50분.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 홍모(18)양. 스타킹으로 결박.
▲6차 = 87년 5월 2일 오후 11시. 태안읍 진안리 야산. 박모(30·여)씨. 솔가지로 은닉.
▲7차 = 88년 9월 7일 오후 9시30분.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 안모(52·여)씨. 블라우스로 양손 결박해 신체 부위 훼손.
▲8차 = 88년 9월 16일 오전 2시.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 박모(13)양. 모방범죄 피의자 검거.
▲9차 = 90년 11월 15일 오후 6시30분. 태안읍 병점5리 야산. 김모(13)양. 스타킹으로 결박해 신체 부위 훼손.
▲10차 = 91년 4월 3일 오후 9시. 동탄면 반송리 야산. 권모(69·여)씨. 하의만 벗겨지고 신체 부위 훼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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