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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한글보다 영어가 먼저"…유아 영어학원 '성업'
전국 410곳·원생 3만2천여명…월 200만원 넘는 곳도 한글학회 "모국어 습득할 시기에 영어에만 매몰" 비판
2016-10-09 07:05:01최종 업데이트 : 2016-10-09 07:05:01 작성자 :   연합뉴스

"우리 아이 한글보다 영어가 먼저"…유아 영어학원 '성업'
전국 410곳·원생 3만2천여명…월 200만원 넘는 곳도
한글학회 "모국어 습득할 시기에 영어에만 매몰" 비판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빨리 배울수록 혀가 잘 구르고, 발음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7살, 5살 자녀를 둔 주부 A(40)씨는 두 아이 모두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한 달에 각각 60만 원, 50만 원의 거금이 들지만, 나날이 영어 실력이 느는 아이들을 보면 한없이 기쁜 마음이다.


A씨는 "처음에는 집에서 가깝고, 일반 유치원보다 조금만 더 보태면 된다는 장점이 있어 유아 영어학원을 선택했는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영어를 빨리 접하면 접할수록 실력이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큰 아이는 영어학원에 이어 중국어학원도 보낸다"며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영어와 중국어를 병행하는 셈이어서 아이들 사이에서 'XX는 중국어도 한대요'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영어 선행학습이 목적인 A씨와는 달리 전문직·고소득층이 선호한다는 점, 교육·놀이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 등 다른 요소들도 유아 영어학원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두 자녀를 유아 영어학원에 보내 졸업시킨 학부모 B(41·여)씨는 "영어학원에 가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를 해보니 직업이 의사 등 전문직이거나 고소득인 경우가 많았다"며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매번 축제가 열려 아이들의 학습 만족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 선행학습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유아 영어학원이 전국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유아 영어학원은 410곳이며, 원생 정원은 3만 2천여 명으로, 시장규모가 연간 2천500억 원대에 달한다.
유아 영어학원의 수강료는 월평균 57만 원이며, 가장 비싼 곳은 203만 원으로 파악됐다.
사립유치원과 비교해 수배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학부모들의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


경기도에 소재한 한 유아 영어학원은 7세(한국나이) 기준 수강료 90만 원, 교재비 10만 원, 급식비 12만 원, 셔틀버스 10∼15만 원 등 한 달에 내야 할 비용이 120만 원을 넘는다.
그러나 내년 입학과 관련한 학부모 문의가 벌써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어 선행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영어교육 정보 커뮤니티 윤스맘 회원 4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자녀가 영어교육을 처음 받기 시작한 나이(한국나이)는 평균 4.8세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모국어를 습득할 시기 영어에만 매몰돼서는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총무부장은 "우리나라는 영어의 언어식민지가 된 상태"라며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는 이유로 영어를 잘해야 하고, 그러려면 빨리 배워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국어를 습득할 시기 영어에만 매몰돼 한글 교육이나 인성, 예체능 등은 뒷전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언어(외국어)란 선택의 문제이지 필수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중·고교에서 배우고, 대학에서 심화 학습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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