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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압박에 무산된 獨평화의 소녀상…건립싸고 세계 곳곳서 충돌
'골리앗' 일본과 '다윗' 한국 민간단체·지자체의 싸움…"열세"
2016-09-21 18:07:22최종 업데이트 : 2016-09-21 18:07:22 작성자 :   연합뉴스
日압박에 무산된 獨평화의 소녀상…건립싸고 세계 곳곳서 충돌_1

日압박에 무산된 獨평화의 소녀상…건립싸고 세계 곳곳서 충돌
'골리앗' 일본과 '다윗' 한국 민간단체·지자체의 싸움…"열세"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중단하라는 일본 측의 거센 압박을 받았다. 내가 시장직을 수행한 모든 기간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철회를 21일 경기 수원시에 알려온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디터 잘로먼(Dietor Salomon) 시장이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통화에서 토로한 말이다.
수원시와 함께 프라이부르크시에 유럽내 첫 평화의 소녀상을 세워 오는 12월 10일 제막식을 하려던 잘로먼 시장이 일본측으로부터 얼마나 심한 압박과 방해를 받았는지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염 시장이 프라이부르크 소녀상 건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난 5일 이후 잘로먼 시장은 일본측의 거센 압박과 공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프라이부르크시장으로 취임한 뒤 14년째 시장직을 수행해온 기간보다 최근 2주일이 더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염 시장과 1960년생 동갑내기인데다 환경운동가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잘로먼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무척 적극적이었다.
지난 5월 염 시장이 친서를 보내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인권침해와 범죄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공동대처가 필요하다며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을 때 그는 "자유의 상징이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화답했다.
염 시장이 미국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 일본 정부와 극우단체의 방해와 압박이 컸다는 사례를 소개하자 "우리 시가 일본정부나 우리 시 일본 자매도시로부터의 반발이나 압박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해 수원시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처럼 강력한 잘로먼 시장의 의지가 2주 만에 꺾일 정도로 일본 측의 압박이 거셌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프라이부르크시와 30년 이상 자매결연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가 소녀상을 세우면 단교하겠다는 뜻을 프라이부르크시에 통보했다.
또 독일 베를린의 일본 대사와 프랑크푸르트의 일본 총영사가 프라이부르크시를 방문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는데 강력히 항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로부터 소녀상 건립을 철회하라는 항의성 전화와 전자메일을 끊임없이 보내 잘러먼 시장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잘로먼 시장이 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조직적인 항의를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게 정치적인 위기라고 생각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측이 한일위안부협상이 타결됐으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관련해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개입행위를 하지 말라는 논리로 프라이부르크시를 압박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한인회가 국외에 설치하려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일본이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경기 화성시가 2014년 10월 자매도시인 캐나다 버나비시에 건립을 추진 중인 평화의 소녀상은 현지 일본인들의 거센 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화성시와 버나비시가 소녀상 건립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으나, 현지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소녀상 건립 반대 서명서를 시에 제출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이며 버나비시를 압박한 결과다.
지난 8월 6일 호주에서는 처음으로 시드니 한인 밀집지 인근의 애시필드 연합교회(목사 빌 크루스) 앞마당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를 잡았다.
소녀상은 원래 한인회관 내에 약 1년 정도 잠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가 교회의 조경 작업이 끝난 뒤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훼손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돼 전격적으로 교회로 옮겨졌다.
일본 민간단체를 표방한 '호주-일본 커뮤니티 네트워크(AJCN)'가 한인회관에 소녀상을 세우면 인종차별 반대법에 따라 소송할 것이라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또 소녀상 제막식이 한인회관 앞마당에서 열리면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등 끊임없이 어깃장을 놨다.



미국에서도 일본 극우세력들이 일본 위안부 조형물 건립 확산에 대해 집요하게 방해공작을 해왔다.
지난 2014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가 세운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연방정부만이 가진 외교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녀상 건립으로 일본 아이들이 차별을 받고 있으며, 혐오범죄가 우려된다"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 한인 밀집지인 풀러턴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려던 한인사회는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플러턴 시의회는 2014년 8월 플러턴 박물관센터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승인까지 했지만, 이후 1년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소녀상 건립을 미뤄왔고, 박물관 이사회는 소녀상 건립에 200만 달러짜리 책임보험까지 요구했다.
결국 한인사회는 소녀상 건립을 포기했는데, 당시 미국-일본간 밀월 분위기 속에서 일본 LA총영사가 풀러턴시장을 직접 찾아와 반대의사를 전달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방해로 외국에 들어선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2곳, 캐나다와 호주 각 1곳에 불과하다.



현재 채인석 화성시장을 중심으로 전국 50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3월 국외 자매·우호도시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공동성명까지 내면서 소녀상 건립에 적극 나섰지만, 수원시의 실패사례에서 보듯 지방자치단체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국외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일본과 한국 민간단체·지방자치단체의 힘겨루기에 대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며 일본이 골리앗의 위치에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자행한 폭력과 인권침해 등 일본의 실체가 드러날까 봐 국외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하고, 그래서 일본 정부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소녀상 건립을 막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적극적으로 소녀상 건립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민간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국외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일본의 조적적인 반대로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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