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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고 밝아지고'…'오원춘 악몽' 떨친 수원 지동
'범죄 마을' 오명 씻고 '안전 시범지역'으로 탈바꿈 경기도·수원시·주민 힘 합쳐 벤치마킹 대상 떠올라
2016-06-17 08:01:31최종 업데이트 : 2016-06-17 08:01:31 작성자 :   연합뉴스
'예뻐지고 밝아지고'…'오원춘 악몽' 떨친 수원 지동_1

'예뻐지고 밝아지고'…'오원춘 악몽' 떨친 수원 지동
'범죄 마을' 오명 씻고 '안전 시범지역'으로 탈바꿈
경기도·수원시·주민 힘 합쳐 벤치마킹 대상 떠올라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화성 창룡문 자락에 있는 지동마을은 1970년대 말만 해도 '수원의 명동'으로 불렸다.
지동의 옛 이름인 '못골'에서 알 수 있듯이 '연못이 있는 마을'인 지동은 인근에 재래시장이 형성돼 유동인구가 많아 늘 활기가 넘쳐 흘렀다.
인계동과 영통 등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구도심으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수원 원주민들이 많아 따뜻한 정이 남아있는 마을로 통했다.
2012년 4월 1일을 지동 주민들은 잊지 못한다.
오원춘은 이날 길 가던 20대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다. 이 사건 이후 지동에는 잔혹범죄의 온상, 사람 못살 동네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 매일같이 지동을 찾아와 범죄 위험성을 집중 보도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집 밖에 나가기를 꺼리고 자꾸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세월은 지동을 변모시켰고 악몽도 점차 옛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지 4년 2개월이 지난 16일 오후 '따복소통마루'에서 만난 지동주민 박영자(57·여)씨는 그동안 지동이 어떻게 변했는지 자세히 말해줬다.
소통마루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마을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지동의 한 건물을 임대해 마련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그는 소통마루 회장이기도 하다.
박 씨는 "오원춘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마을 주민들은 그 건물 앞을 지나가지 않고 멀찍이 돌아갔다. 밤 7시 이후에는 길가에 사람이 다지지 않을 정도였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악몽이 점차 잊히고 있다.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오원춘이라는 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며 피했던 주민들이 지금은 그 말을 들어도 견뎌낼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박 씨는 "80% 가량 오원춘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러 지동주민센터 신성용 총괄팀장의 안내를 받아 오원춘 범죄현장을 찾았다.
소통마루에서 10분여를 걸어 찾아간 그곳은 오원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냥 평범했을 건물로 보였다. 워낙 유동인구가 적다 보니 낮에도 건물 앞을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신 팀장은 "중국인이 많이 살기는 하지만 수원 원주민 비율이 높아 정이 넘치는 마을인데, 그런 일이 일어나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그 사건 이후 CCTV가 설치되고 각종 범죄예방 지원사업이 시작돼 도시가 좋아진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오원춘 사건이 벌어진 건물의 도로 맞은편에는 최신 CCTV가 설치돼 주변 도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건 이후 수원시가 추가로 설치했다. 이전에는 5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낡은 CCTV 한대가 전부였다.
수원은 오원춘 사건에 이어 2014년 11월 팔달산 박춘풍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3년간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CCTV를 증설하고 낡은 CCTV를 교체하는 등 종합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래된 단독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지동은 골목길이 많아 범죄발생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때문에 수원시는 골목길을 안전하게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밝혀줄 가로등을 대폭 확충하고 만일의 범죄발생시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주요 건물마다 밤에도 환히 비추는 LED 도로명주소 명패를 설치했다.
또 가로등 불빛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는 '자동점멸 보안등'을 따로 달아 사각지대를 줄였다.
골목길에 보안장비를 설치하는 것뿐 아니라 범죄가 우려되는 이미지의 골목길을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테마가 있는 그림길로 만들었다.
이미 2011년부터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지동 골목길에 벽화를 그렸으나 오원춘 사건 이후 생태, 한글, 동심 등을 주제로 골목마다 서로 다른 테마의 벽화길을 만들었다.
삭막한 콘크리트 벽이 이야기가 있는 벽화로 탈바꿈하면서 관광객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동네 아이들이 자주 찾아와 노는 활기찬 공간으로 변했다.
내년까지 5.8㎞ 구간의 벽화길을 완성하면 국내에서 가장 긴 벽화길이 될 전망이다.
또 수원시의 노력으로 지동의 하드웨어가 조금씩 개선되자 마을 주민들도 스스로 마을 업그레이드에 동참했다.
벽화 그리기에 직접 나서는가 하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렸던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기 시작했다. 마을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기 시작하면서 소통하는 기회도 늘었다.
이에 수원시가 낡은 목욕탕 건물을 사들여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로 만들어 주민들에게 선물했다.
카페, 공방, 공부방 등을 갖추고 올 4월 29일 개관한 창작센터는 이미 주민들이 자주 찾는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지동 미집행 재개발지구내 골목길을 '시장가는 정겨운 골목길'로 만들어 범죄예방은 물론 주변 지동시장,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벽화골목길과 창룡마을 창작센터, 따복소통마루로 대표되는 지동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최근 지역 커뮤니티 모범사례로 알려지면서 타 시도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 지동을 안전한 마을로 만드는 일에 경기도도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4월 8일 지동일대를 순찰하면서 "수원지동을 안전시범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지동 따복안전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지방경찰청이 협약을 맺고 안전도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고, 올해부터 도비 10억원을 지원받아 방범시설 강화, 에너지 효율 개선, 탐방코스 개발 등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국민안전처 공모사업에 지동이 선정돼 3년간 매년 8억∼12억 원씩 지원받아 범죄예방 환경디자인(CPTED)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동에서 30여 년을 살았다는 전모(80) 할아버지는 "범죄 같은 거 잘 모르고 살았어, 가로등도 밝아지고 집 앞에 계단도 예쁘게 만들어줘서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어"라면서 "마을 사람들이 다들 좋다고 해. 점점 더 좋아질 거야"라고 최근의 변화된 마을 모습을 기뻐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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