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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④ 추억을 파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
2016-12-08 07:30:07최종 업데이트 : 2016-12-08 07:30:07 작성자 :   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헌책방은 책뿐만 아니라 문화도 함께 나누는 문화 공간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과 대형서점만 이용하지, 헌책방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아요."
인천시 동구 금곡동에 있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40년 넘게 아벨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곽현숙 대표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만이 아닌 문화와 추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글들이, 살아 있는 가슴에'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아벨서점에 들어서면 사람의 키보다 훨씬 높은 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는 헌책과 곳곳에 있는 나무 사다리, 그리고 오래된 헌책방 특유의 묵은 종이 냄새 등이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옛 추억과 향수를 끄집어내게 한다. 요즘 헌책더미 속에서 값싼 중고 책을 힘들여 찾지 않지만 모든 것이 궁핍했던 시절에는 값비싼 새 책 대신 싼 헌책을 사려는 학생과 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헌책방은 묵은 베스트셀러가 모여 있는 곳'이라는 곽 대표의 말대로 서가엔 옛 베스트셀러들이 눈에 띈다. 2∼3시간 머무르며 누군가의 손때 묻은 헌책을 뒤적이며 헌책방 자체를 즐기는 손님도 많다.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찾던 김성진 씨는 "천장에 닿을 정도로 책이 높이 쌓여 있는 헌책방에 들어서면 알 수 없는 정겨움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면서 "나만의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2007년 서점 옆에 아벨서점의 별관 개념으로'아벨 전시관'을 마련해 1층은 문화·예술 관련 서적만 모았고, 2층 다락방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 낭송회를 연다. 지난 11월 26일로 제101회를 맞이했다. 다락방 한편의 작은 공간에는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선생이 배다리 마을에 살았던 시기에 발행된 책과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1960년대 형성된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1970년대 헌책방이 40여 개로 늘어나 서울 청계천, 부산 보수동과 함께 전국 3대 헌책방 거리로 불리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책 대여점, 인터넷 서점,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하나둘씩 서서히 문을 닫았고, 지금은 아벨서점, 집현전, 삼성서림 등 6개만 남아 있다. 2009년 생겨난 '나비 날다'는 북카페, 배다리 마을 안내소도 겸하는 헌책방이다.
인천시는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동국제강을 연결하는 산업도로 공사를 진행 중이고 재개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곽현숙 대표는 "산업도로 신설과 재개발 사업으로 헌책방 골목뿐만 아니라 배다리의 문화와 역사도 사라질지 모른다"면서 "책을 읽지 않고 서점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시대의 무능 탓"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changho@yna.co.kr
(끝)

<골목길>④ 추억을 파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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