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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 여행> 안동 임청각, 명품 고택에서 보내는 하룻밤
2016-10-17 07:30:04최종 업데이트 : 2016-10-17 07:30:04 작성자 :   연합뉴스

(안동=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한옥 스테이 장소 중에서도 명품 고택은 특별하다. 사대부의 전통과 살림을 둘러볼 수 있는 고택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100년이 넘는 한옥의 고풍스러운 기운과 안온함 속에서 잠시 번잡한 마음을 사뿐히 내려놓는 시간이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내세운 경북 안동에는 수애당, 퇴계종택, 농암종택, 치암고택 등 수백 년 동안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오는 고택이 많다. 안동지역에는 현재 105곳에서 고택 체험이 가능하고, 지난 한해 고택 체험객은 7만1천214명에 달한다.
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은 안동역과 시내에서 가깝다. 임청각은 1519년에 지어진 고성 이씨 종택으로,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을 비롯해 독립운동 유공자 9명이 태어난 조선 중기의 고택이다.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시구에서 '임'(臨) 자와 '청'(淸) 자를 취한 임청각은 영남산 기슭의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기단을 쌓고 99칸을 배치한 살림집이다. 일제강점기 철도 부설로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건물이 훼손됐지만 남은 규모만으로도 조선 시대 민간가옥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종손 이항증(76)씨는 "일제가 독립운동가 집안의 맥과 기를 끊으려고 마당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놓아 원래 규모도 줄었지만 낙동강을 굽어보던 시원스런 경치도 사라졌다"고 말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에 정침이 있으며 우측에는 군자정이 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집은 살림채, 사당, 별당(군자정)으로 구분되고 살림채는 또 안채, 사랑채, 행랑채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복잡한 구성과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마당의 운용이 탁월하여 다른 대갓집에서 느끼던 숨 막힐 듯한 답답함이 없다"고 말했다.
임청각은 어느 방에서나 온종일 햇빛이 들도록 채광 효과를 높인 배산임수의 전형적 건물이다. 건물을 둘러보면 전통한옥의 정취에 빠져든다. 현재 보수 공사 중인 군자정은 너른 대청마루와 방 세 칸이 함께 붙어 있는 구조로 건물 둘레에 쪽마루를 돌려서 난간을 세웠다. 군자정 바로 옆에는 네모난 연못이 있고 연못 안에 둥근 맷돌이 놓였는데 이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을 의미한다.
마루에 앉아 한옥의 고즈넉한 품격을 느껴본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용으로 쓰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문고리를 걸고 누우니 심신이 편안하고 넉넉해진다. 얇은 창호지 사이로 비추는 새벽빛에 눈을 뜨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가을,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고택으로 훌쩍 떠나보자.
chang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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