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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정표 벗 삼는 여행…역사 품은 팔미도 등대
2016-07-11 07:30:01최종 업데이트 : 2016-07-11 07:30:01 작성자 :   연합뉴스

바다 이정표 벗 삼는 여행…역사 품은 팔미도 등대_1
사진/임귀주 기자

(인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등대가 있는 바닷가 풍경은 낭만적이다. 그것이 언덕 꼭대기든, 방파제 끝자락이든 상관없다. 등대가 있는 풍경은 고스란히 한 폭의 그림이 되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된다. 흘러간 시간과 사건을 지켜보며 지금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남겨진 우리 땅의 등대들을 찾아가 봤다.

◇ 팔미도등대, 희망의 불빛을 밝히다

1950년 9월 14일 오후 7시. "15일 0시 팔미도등대에 불을 밝혀라"는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미군 3명과 국군 3명으로 구성된 켈로부대(KLO, 대북첩보부대) 특공대는 팔미도에서 북한군의 저항에 맞닥뜨렸다. 한참의 교전 끝에 점령한 등대. 하지만 점등에 필요한 장치에 나사못이 빠져 있었다. 낭패였다. 전쟁의 승패가 경각을 다투는 시각. 작전 개시 시각은 이미 지났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엎드려 있던 국군의 손에 나사못 하나가 잡혔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 1시 45분 등대에 불이 밝혀졌다.

맥아더 사령관은 팔미도의 불빛을 확인하고 작전 개시 명령을 내렸고, 오전 6시에 연합군 함대 261척은 인천 탈환을 위해 포성을 울리며 육지로 향했다. 연합군은 인천상륙작전(작전명 '크로마이트')으로 국토 대부분을 빼앗긴 최악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1903년 6월 일제에 의해 완공돼 오욕과 고통의 시간을 지켜본 팔미도등대는 이렇듯 한국전쟁에서 전세를 바꾸는 승리의 불빛을 내쏘았다.

바다 이정표 벗 삼는 여행…역사 품은 팔미도 등대_1
사진/임귀주 기자

◇ 평온한 해변 품은 초록빛 섬

금붕어가 배를 삼키는 듯한 모양의 유람선이 인천 연안부두를 떠났다. 유람선은 천천히 수면을 미끄러지며 서쪽 바다 한가운데로 향한다. 유람선은 대도시 항구와 고층 빌딩이 즐비한 풍경을 벗어나 바다 위에 유려한 곡선을 긋고 서 있는 기다란 인천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3층 전망대로 오르자 드넓은 바다 풍경이 세찬 바람과 함께 선선함을 전한다. 머리 위로는 항구에서부터 쫓아온 듯한 갈매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갯짓을 한다. 승객들은 넙죽넙죽 과자를 받아먹는 갈매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한다. 이내 뱃머리 앞으로 머리에 하얀 등대를 인 조그만 섬 '팔미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그만 선착장이 있고, 초록빛 싱그러운 섬에는 평온해 보이는 해변이 군데군데 형성돼 있다.

◇ 일제가 세운 최초의 근대식 등대

인천항에서 15.7㎞ 떨어져 있는 '팔미도'(八尾島)는 섬의 생김새가 여덟 팔(八) 자처럼 가운데는 높고 양쪽으로 경사져 내려갔다는 데서 비롯됐다. 둥그런 본섬과 조그만 섬 두 개가 사도로 이어져 있어 목을 길게 뺀 거북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팔미도는 항구도시 인천의 길목이자 영종도와 대부도를 좌우에 끼고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개항 이후 열강의 배가 자주 드나들었던 인천 앞바다에서 사고가 빈발하자 일제는 등대 건설을 종용했고, 1903년 6월 1일 최적의 장소인 팔미도에 국내 최초의 근대식 등대가 세워졌다.

유람선이 섬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등대를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탐방로 초입에는 등대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관 2층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을 엿볼 수 있다. 크로마이트 작전 계획서와 켈로부대원, 인천상륙작전 상황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인천 지역 등대를 시대순으로 배열한 계단을 오르면 인천 개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팔미도등대 건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천년의 빛' 조형물을 지나면 하얗고 조그만 옛 등대 사무실이 나타난다. 내부는 '등대원의 하루'를 주제로 1960~1970년대 사무실 풍경이 재현돼 있다. 인근 야외문화공간에서는 등대 전등(등명기)의 변천사를 엿보고 팔미도 탈환 당시 사용됐다는 해안포도 볼 수 있다.

바다 이정표 벗 삼는 여행…역사 품은 팔미도 등대_1
사진/임귀주 기자

◇ 시원한 풍경 펼쳐지는 새 등대

드디어 팔미도의 꼭대기인 해발 71m 지점에서 등대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 있는 높이 7.9m의 등대가 바로 국내 최초의 근대식 등대다. 영욕의 역사를 지켜본 등대는 불을 밝힌 지 100년 만인 지난 2003년 12월 훨씬 크고 첨단화된 새 등대에 임무를 넘겼다.

높이 26m의 새 등대는 원통형 기둥 상단에 비행접시 모양으로 설계된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대형 회전식 등명기로 최장 50㎞까지 뱃길을 비추고 있다. 위성항법정보시스템(GDPS) 기준국과 첨단시설을 갖춰 기상과 해양 관측도 하고 있다.

2층에서는 인천상륙작전 때 팔미도 등대 탈환 과정을 디오라마로 볼 수 있다. 등대를 향해가는 켈로부대원들의 모습과 점등 후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 의자에 앉아 점등되기를 기다리는 맥아더 사령관 등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린다. 3층에는 국내외 등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등대도서관이 마련돼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 건너 주변 풍광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가까이에는 인천대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날씨가 좋으면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무의도, 영흥도와 자월도, 고층 빌딩이 즐비한 송도국제도시도 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팔미도 여행은 숲 속 트레킹으로 마감한다. 등대 뒤편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쉬엄쉬엄 울창한 숲길을 거닐다 보면 어느덧 선착장에 닿는다.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11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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