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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 10년] ② 내 인생을 바꿔놓은 단한번의 자원봉사
2017-09-13 06:35:03최종 업데이트 : 2017-09-13 06:35:03 작성자 :   연합뉴스
20살 가냘픈 여대생에서 환경운동 활동가로 변신한 오송이씨
전북도자원봉사센터 유정훈씨 "아이에게 자원봉사 추천할 것"
(태안=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2007년 12월 11일 충남 태안으로 가는 버스 안.
당시 여대생이던 오송이(32)씨는 덜컥 겁이 났다.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호기롭게 서울에서 태안으로 가는 버스를 탔지만, 태안에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자원봉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태안이라는 곳에 한번도 와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전날 기말고사를 마친 그는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거나 영화를 보며 시험 스트레스를 해소할 나이였다.
막상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다시 힘이 났다.
"자원봉사하러 왔는데, 뭘 해야 할까요?"
"아이고 고마워유. 정말 고마워유. 우선 마스크랑 고무장갑부터 쓰셔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주민들은 오씨를 친절하게 맞아줬다.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바닷가로 이동했다.
책에서 본 파란 바다는 없었다. 온통 검은 기름뿐이었다.
봉사활동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처참한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오씨는 그렇게 이틀 동안 태안에 머물며 바다에서 기름을 퍼내는 봉사를 한 뒤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있을 곳은 서울이 아니라 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꺼운 옷을 챙겨 다시 태안으로 갔다.
학교에는 휴학원을 제출했다.
오씨에게는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상황실 시민간사'라는 자리가 주어졌다.
역할은 전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자원봉사자들을 방제 현장 곳곳으로 나눠서 보내는 일이다.
"새벽 1시 30분에 상황실로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받으면 지금 서울에서 50명씩 탄 차량 9대가 출발한다는 내용입니다. 모두 기름을 닦으러 오는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2개월 넘게 기름 유출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오씨는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온 사람들은 한나절 동안 기름을 닦아 놓고 오히려 미안해했다"며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모여 서해의 기적이 만들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환경문제에 막연하게 관심이 있었지만, 현장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환경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는 계기가 돼 지금도 환경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22살 여대생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는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태안을 찾았다.
자원봉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들에게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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