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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
내가 손짓할때 언제든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해요
2014-04-10 08:55:16최종 업데이트 : 2014-04-10 08:55:16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내게는 참 좋은 사람이 있다. 내가 원하면 어디든 함께 동행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하면 나 또한 함께 하기를 즐겨 한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동행은 그곳이 어느 곳이건 상관없이 항상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오늘도 역시 그 친구와 좋은 곳을 다녀왔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꽃들의 속삭임이 가슴을 부풀게 하면서 어디든 떠나고 싶게 만든다. 작년 봄, 남한산성을 다녀 온 적이 있다. 남한산성을 오르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마천역에서 오르는 등산로가 힘은 들지만 경치도 좋으며 산을 오르는 맛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1
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1
 
지하철을 세 번 씩 갈아타면서 마천역에 도착한 후, 등산복 차림의 낯선 아저씨를 따라 겨우 등산로 입구를 찾아 산을 오른 적이 있다. 따스한 편안함으로 나를 반겨주던 봄날의 산성은, 또 새로운 봄이 되자 그리움으로 나를 손짓하며 유혹한다. 

남한산성이 정말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오고 가는 길에 소요되는 시간이 결코 만만치 않은지라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다. 혼자만의 나들이도 즐기는 편이지만 동행이 있으면 고민하지 않고 남한산성행을 바로 결정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날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친구에게 슬쩍 묻는다. 
그날 밤, 시어머님의 제사가 있고 또 낮에는 도서관에서 하는 강좌를 정기적으로 듣는 게 있다며 아쉬워한다. 

내가 남한산성과 함께 후보지로 고민하던 한 곳은 남산이다. 벚꽃과 개나리와 소나무의 맑은 냄새까지, 봄을 느끼기에 참 좋은 곳이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이다. 그런데 다음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를 위해 자신의 일정을 제쳐두고 동행할 의사가 있음이다. 어딘가로 봄바람을 맞으러 가고 싶다는 속삭임이 전해진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두 곳을 알려주며 친구의 의사를 묻는다. 친구에게서 바로 들려오는 대답은 남한산성이다. 역시 우리는 통하는 구석이 참 많다. 

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2
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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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3
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3
 
바로 다음날로 산행을 결정하고 준비를 한다.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간식메뉴를 보내준다. 친구는 겹치지 않는 메뉴로 간식을 준비하겠단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남한산성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남편과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챙기면서 산성에서 먹을 간식도 함께 준비한다.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함께 집을 나선다. 

몇 달 전 개통한 신분당선을 타고 마천역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복잡하다. 세 번의 환승을 거쳐 마천역에 도착한다. 작년 봄 산행 때는, 등산로 양쪽으로 분홍색의 진달래가 시들어가는 중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왔던 터라 이번에는 진달래를 보기 위해 작년보다는 이른 시기에 산을 찾아 나섰다. 
이상기온으로 봄꽃들이 한꺼번에 축제를 벌이는 올해에는 진달래도 일찍 피었으리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평일이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삼삼오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산행에 나도 역시 좋은 사람과 함께 행복한 산행을 시작한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친구는 힘들어한다. 운동시설 옆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가져온 간식을 꺼내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른다. 좋은 사람과 좋은 풍경을 보면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조금 빨리 오르고 천천히 오르는 게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을 오른다. 작년보다 무려 한 달가량이나 빠른 시기의 산행인데, 가장 그립던 진달래는 이번에도 벌써 살짝 시들어 가는 중이다. 그래도 봄 햇살과 함께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천천히 산길을 오르며 진달래도 구경하고 이제 막 여린 연둣빛으로 피어나는 나뭇잎들에게도 눈길을 보낸다. 

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4
참 좋은 사람과 함께 한 남한산성 여행_4
 
강한 햇살에 살짝살짝 시들어 있는 진달래들 사이로 싱싱하게 꽃잎을 펼치고 있는 진달래가 한 그루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상당히 높은 곳에 버티고 서 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가파른 언덕길을 몇 번씩 미끄러지며 올라 기어코 사진을 찍고 내려오며 '헌화가'의 노인이 생각난다 말하니 그럼 자기가 수로부인이 되겠노라 친구는 말한다. 이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다. 상대방이 툭 던지는 한마디의 의미를 알고 받아서 화답 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등산로를 힘들게 올라 산성에서 나눠먹는 컵라면의 맛은 어느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아무리 멀고 험한 곳도 서로가 원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 할 수 있는 좋은 사람과의 하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산행으로 지쳐있음에도 남편의 퇴근을 기다렸다 거창까지 시어머님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먼 길을 나서야 하는 친구에게서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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