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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색감에 맞는 사람 풍경
아름다운 강산, 아름다운 삶
2014-04-10 21:40:17최종 업데이트 : 2014-04-10 21:40: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학교에 다니던 때 나는 매우 부지런한 시골 학생이었다. 16세 어린 날 서울로 '귀양'을 떠나온 내게는 항상 힘겨웠던 것이 아침 잠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닐 때는 전교생 중 가장 일찍 교실에 들어서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정규 교육을 받던 중학생 때까지 그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공부했다. 

오래 동안 정상적인 직장을 다니지 못하다가 또 4년여 외국 생활을 하고 와서 직장생활이 익숙하지 않다. 더구나 나는 매우 게으른 세월을 살았다. 밀란쿤데라의 느림의 미학에 흠뻑 빠져서 그것을 실천하는 오기를 부리며 즐겁게 살았다. 아직도 내 꿈은 느림을 즐기며 사는데 있다. 이제 다시 직장생활을 한지 8개월이 되었다. 최근 아침 출근길이 빨라졌다. 중학교 다닐 때 학교 가던 시간이다. 매우 오랜만이다. 

한 달 넘게 아침 출근길이 학교 다니던 시간으로 바뀌었다. 오늘은 전철 안에서 무심하게 아침 출근길 옷차림을 보았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모두 어두운 옷을 입었다. 침울한 색깔들이다.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채색을 하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산천에 꽃이 만발하고 꽃에 취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아침 삶이 바쁜 사람들의 옷차림이 너무 어둡다. 

계절의 색감에 맞는 사람 풍경 _1
아침 출근길 사람들이 전철을 탔다. 전후 좌우 다 살펴봐도 게절을 닮지 않은 옷 색깔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계절의 색감에 맞는 사람 풍경 _2
무심한 봄날은 사람들을 살필 겨를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 봄에 맞는 옷을 입고 우쭐거린다. 나는 봄날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거기 내 발을 찍듯이 그들의 모습을 살짝 찍어보았다. 어둡다. 세상도 어둡다. 그래서 오늘 꽃들을 보는 마음도 무겁다. 그래도 봄꽃이라도 보며 마음을 다스려 보자. 라일락도 피었다. 향기에 취해볼 마음도 있다. 벚꽃이 만발했다. 꽃눈이 날리던 벤취에 앉아 누군가 친구가 되어 도란거릴 시간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저 벤취의 주인이 되어 여유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의 무거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족과 도란거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살기를 기원해본다. 이웃들과 다정스런 대화를 나누며 평화로운 일상을 꾸미는 꿈을 꾸게 된다.

자연은 무심하게도 우리네 일상의 고단함과 무관하게 고른 일상처럼 변화를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람은 그 계절을 따라 살아가면서도 그 계절의 풍요만큼 풍요롭지 못하다. 항상 모자라다는 것은 채울 것이 잇다는 축복이라 위안하며 산다. 그러나 몇 나라를 떠돌며 살아본 바에 의하면 꼭 우리네 삶이 아름다운 삶의 양태가 아니다. 누구를 위해 급하고 빠르게 일상의 조화를 재촉하는가?

계절의 색감에 맞는 사람 풍경 _3
라일락 향기가 향긋하다. 아주대 주변에 핀 라일락을 어제 찍었다. 오늘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라일락을 볼 수 있었다.

계절의 색감에 맞는 사람 풍경 _4
저 벤취의 주인들은 누구인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파트 단지 안의 그 누구도 저 벤취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쉽다. 누리라. 대화하라. 봄을 만끽하라. 꽃눈도 보면서 밟으면서...

최근 뉴스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살 때 나는 그들이야말로 천국의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살던 크림자치공화국은 유럽의 수많은 나라 사람들의 휴가지다. 물론 러시아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시민기자가 그곳에서 지낼 때도 시베리아에서까지 휴가를 온 사람들을 만난 경험도 있다. 성급한 사람들은 4월부터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 크림자치공화국이다. 그들은 삶의 대부분을 휴가를 생각하고 낭만적인 여유를 생각하며 지낸다. 

그들은 길게는 3개월에서 짧게도 1개월여를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긴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삶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얼마를 벌어 얼마나 축적하다 인생을 마치는가보다 얼마나 여유롭고 즐거운 인생을 사는가가 관심사인 사람들. 나는 그들이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침 출근길 사색에 오늘 하루가 사색의 날이 되었다. 길 위의 사람들의 풍경이 여유롭고 계절과 같은 색감을 유지하며 살아가길 기대해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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