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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굿, 일본 땅에 무녀가 탄생하다
요코하마에서 온 재일교포 2세 송미영
2014-04-11 10:53:29최종 업데이트 : 2014-04-11 10:53:29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내림굿, 일본 땅에 무녀가 탄생하다_1
내림굿을 주관한 고성주 씨
 
곱게 신복(神服)을 차려입은 여인이 주변의 눈길도 의식하지 않은 채 대성통곡을 한다. 왜 내림굿을 할 때는 모두가 저렇게 울어야 할까? 
하긴 울만도 하다. 사회에서 남들이 흔히 말하는 '무당(巫堂)'이 되는 날이다. 예전처럼 집제자로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그저 사람들과는 달리 '접신이 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10일 오전부터 시작 된 내림굿. 이 날 내림을 받은 사람은 현해탄을 건너 온 재일교포 2세이다. 일본 요코하마에 거주하고 있는 송미영 씨(47세)가 주인공이었다. 이날의 굿은 엄밀히 따지자면 내림이 아닌 '가리굿'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가리굿이란 이미 자연통신 등으로 신당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시 제대로 내림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

왜 접신이 되면 다들 울지

부정을 친다. 굿판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는 부정굿이란 굿판의 모인 모든 사람들과 굿판을 정화시키는 굿거리이다. 모든 부정을 다 가셔내 내림굿이 온전히 신령들이 흠향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차이다. 그러고 나서 굿이 시작되었다. 
시작한지 한 시간 쯤 지났을까, 송미영 씨가 신복을 입고 굿판에 들어섰다.

내림굿, 일본 땅에 무녀가 탄생하다_2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2세인 송미영 씨
 
일본에서 나고 자란 송미영은 한국말을 다 알아듣기는 하지만 표현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했다. 거기다가 굿판에서 그 많은 신령들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쉽지가 않다.
"일본의 신당은 우리하고는 많이 달라요. 우리는 큰 절을 하는데 일본의 무당들은 허리만 굽혀 인사를 해요. 우린 굿판에서 타살굿같은 데서만 피를 보는 굿거리가 있는데, 일본은 꼭 굿을 하면 닭 같은 것들을 잡아 피를 뿌려요." 이날 내림굿의 주제자인 고성주 씨(남, 60세. 수원시 지동)의 말이다.

송씨는 굿판에 들어서자마자 도약을 하기 시작했다. 도약이란 접신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행위이다. 그러고 나서 목을 놓아 엉엉 울기 시작한다. 왜 내림굿을 받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목 놓아 우는 것일까?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삼국시대까지처럼 단의 주인이요. 집제자가 아니다.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당'이라고 해서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굿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날 굿판에 함께 들어 선 사람들이 연신 곁에서 말한다.
"참지 말고 다 풀어버리세요"
"울고 싶으면 마음대로 우세요. 그러고 나서 다시는 울지 마세요."
"오늘까지는 마음껏 울고 내일부터는 울지 마라. 이제는 신령님들이 너를 보호하실 테니 앞으로는 울 일도 없다" 
목을 놓아 울던 송미영의 표정이 달라진다.

신복을 갈아입으면서 춤을 추던 송씨는 언제 그렇게 목을 놓아 울었냐는 듯, 피리와 장단에 맞추어 날아갈 듯 춤을 춘다. 거리를 마친 송씨에게 절을 받고 난 고성주 씨가 쪽을 찐 머리에 비녀를 질러준다. 이로써 신아버지와 신딸의 관계가 형성이 된 것이다. 고성주 씨는 직접 내림굿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요즈음은 내림을 받은 지 3년이 안된 무당들도 내림을 한다.

"저는 정말 내림굿을 하고 싶지 않아요. 제 평생 직접 내림굿을 해준 신딸들은 몇 명 없어요. 얼마나 아픈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그 아픔을 전해줄 수가 없어서요."
고성주 씨의 말처럼 이날 굿판에 함께 참여한 이정숙 씨(여, 58세. 부천거주) 등 두 세 명밖에 신딸이 없다. 절을 받은 고성주 씨에 이어 이정숙 씨 등이 송미영 씨와 맞절을 한다. 신의 형제로 맺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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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주 씨가 새로 신딸이 된 송미영 씨에게 비녀를 질러주고 있다
 
일본 땅에 또 한 명의 무당이 태어나다

일본에도 무당들이 상당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신도들을 갖고 있는 무당도 있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의 무당들과는 달리 신당인 전안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날 굿판에서도 연신 '한국과 일본의 신들이 잘 합수 받아 불려라'고 덕담을 해준다. 산거리를 할 때는 우리나라의 모든 산신령들을 호명하고 난 뒤, 일본 후지산의 산신령까지 거명을 한다.

신의 존재는 무소불위(無所不爲)라고 했던가? 가지 못할 곳이 없고, 어디나 다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일본 땅이라고 신이 없을 것인가? 굿판이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이다.
"올 해는 독일여자와 우크라이나여자도 내림을 해 달라고 해요.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말귀는 다 알아들어요. 이러다가 앞으로는 전 세계에 신딸을 두게 생겼어요. 느지막이 세계일주를 하게 생겼죠."
     
내림굿, 일본 땅에 무녀가 탄생하다_4
10시간에 걸친 굿이 지노귀굿으로 끝났다
 
10시간에 걸친 내림굿이 지노귀굿을 끝으로 모두 끝났다. 11일 오후 비행기로 요코하마로 돌아간다는 송미영 씨. 이것저것 자상하게 챙겨주는 고성주 씨를 보면서, 신으로 맺어진 부녀 사이지만 오히려 친 부녀보다 더욱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많은 신령들을 모시고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야 할 딸이기 때문인 듯하다.

내림굿, 송미영, 고성주, 요코하마, 재일교포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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