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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너머 큰 고을 강릉으로 떠난 역사탐방
이 행복으로 오려고 그동안 분주했나보다
2014-04-11 11:12:48최종 업데이트 : 2014-04-11 11:12:48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10일 아침 8. 수원문화원 인문학 역사탐방의 목적지는 강릉이다. 대관령 고개너머 도착한 유적지에서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기대는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내륙에 비해 추울 것이란 예감으로 옷을 여러 겹 껴입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꺼운 목도리를 가방에 챙겨 넣는다.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난달 청주답사 이후 문화원 역사탐방은 한 달에 한번 손꼽는 행사가 되었다. 기자가 쓴 e수원뉴스 기사를 소식삼아 문자를 보내 함께하길 권하기도 했다. 전국의 유적지를 개인적으로 찾아다니기엔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고, 모르기 때문에 지나치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서다.

출발과 함께 염상균님의 강의는 시작되었다. 문화원에서 준비한 책자를 선물로 받고 이러저리 살펴본후 듣는 실감나는 이야기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언제 들어도 맛깔나고 기자 수준에 딱맞게 쉽게 풀어주신다. 알아듣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대관령 너머 큰 고을 강릉으로 떠난 역사탐방_1
경포대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3시간을 달려 가장 먼저 도착한 장소는 경포대 정자. 물이 거울같이 맑다는 경포호가 바로 앞에 내려다 보인다. 수년전 해수욕장을 찾았다가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경치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던 경포대 해수욕장도 멀리 보인다. 호수주변엔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경치를 뽐내고 있다
정자에 올라 호수와 바다를 바라보며 옛 선비처럼 시 한 구절 읊어보려니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머쓱한 순간 염상균님은 이곳에서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하늘의 달, 호수의 달, 바다의 달, 술잔의 달, 님의 눈동자의 달. 앞서 열심히 들었던 경포팔경은 다 잊어버렸다

아침 찬기운이 아직 남아서인지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동행하는 언니의 팔장을 끼고 온기를 나눠보아도 추위는 매섭게 파고든다. 챙겨온 목도리는 관동지방의 날씨를 예상치 못한 언니가 차지하게 되었다
춥다는 원성을 못들었는지 이내 10분 정도 버스가 달려 바다 앞에 우릴 데려다 놓는다. 밀려오는 파도소리만 들어도 세상 모든 근심이 다 쓸려 내려갈 것 만 같다. 따로 서서 걷기도하고 모래에 글씨도 써보고 연인들의 입맞춤도 부럽게 보기도 했다.

대관령 너머 큰 고을 강릉으로 떠난 역사탐방_2
진또배기. 우린 솟대라 부른다.

"진또배기는 박혀있는 긴 막대란 뜻입니다. 보통 솟대라고 하죠. 3년에 한번씩 깍아 세우는데 우리나라 솟대 중 가장 아름답고 조형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진또배기가 바람,,불 즉 삼재를 막아준다고 믿고 매해 절기마다 제사를 지냅니다." 
해수욕장 남쪽 끝의 강문동에서 진또배기를 만났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어울려있다.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오리. 내게 오는 모든 악재를 막아주길 바래본다.

대관령 너머 큰 고을 강릉으로 떠난 역사탐방_3
허난설헌. 허초희

조선시대의 대표적 여류시인인 허난설헌과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기념관에 도착했다. 어릴적 만화 홍길동은 친구들과 돌려가며 재미있게 읽은 만화책이었다. TV에서 방영된 만화영화도 기억이 생생하다. 최초 한글소설로 씌여진 작품이라 간간히 시험문제에서 만날 때도 있었다
오늘은 동생 허초희. 난초향과 눈처럼 깨끗한 성품을 지닌 허난설헌을 새롭게 만나본다. 그녀가 태어난 집터를 둘러보며 솟을대문과 우물. 방앗간 옆의 협문도 꼼꼼히 본다. 낮은 담장 너머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를 보며 시상을 떠올렸을 초희. 그녀가 남긴 시들이 궁금해졌다.

대관령 너머 큰 고을 강릉으로 떠난 역사탐방_4
선교장 뒷편 소나무숲

"선교장(船橋莊)은 조선말기의 전형적인 사대부의 저택인데 전주사람 이내번이 지은 집입니다." 
활래정이란 정자를 시작으로 안채와 사랑채인 열화당을 차례로 구경했다. 지금껏 정성스레 가꿔온 집주인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잠깐의 휴식이 주어져 집 뒤편으로 조용히 걸었다.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오롯이 홀로 걷고 싶어졌다
소나무향에 놀라 고개를 들자 소나무 숲이 솜이불처럼 둘러져 있다. 감탄사도 사치스럽다. 그저 몸을 맡기고 깊은 숨을 내쉬어본다. 시간이 허락하면 반나절만이라도 이곳에서 머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다. 오늘 하루의 이 짧은 시간이 나에게 행복으로 오려고 그동안 분주했나보다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천원 지폐의 배경이 되는 인물과 장소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10만 양병설과 퇴계 이황의 철학을 발전시킨 이율곡이란 역사책의 밑줄을 기억해냈다. 염상균님의 설명을 들어도 이 부분은 어렵다. 학창시절 몇 번을 들어도 이해 못했던 부분이다
집에 돌아와 나눠준 책자에 다시금 밑줄을 그어보았다. 사고(思考)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더불어 오늘의 막연한 불안이 어쩌면 철학의 부재와 무지에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마지막으로 강릉객사 건물인 임영관앞 삼문에 서있다. 임영관은 중앙의 관리들이 지방에 내려오면 유숙하던 건물인데 2000년부터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이 갖춰지게 되었다

"삼문의 기둥을 보세요. 기둥의 배흘림은 어느 건물보다 심하며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 남은 목조건축 문화재중 가장 크고 장식화 경향이 심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자세히 설명을 듣고 가장 오래된 기둥에 살짝 손을 얹어 세월을 느껴보았다. 지난 겨울 1m넘는 폭설에도 굳건히 견뎌낸 강인함까지 전해진다. 선조들의 지혜와 바른 정신이 내게로 온전히 전해지길.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정리할 틈도 없이 잠에 취했다. 오후 7시 즈음 도청입구에 도착해 함께한 모든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피곤한 몸이지만 다음 달의 일정을 약속해본다. 충절의 고장 예산. 벌써부터 수덕사와 추사고택이 기대된다.

강릉 인문학 역사탐방 수원문화원 염상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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