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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
2014-04-13 08:42:33최종 업데이트 : 2014-04-13 08:42:3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자판기를 누르면 원하는 음료수가 자유자재로 나오듯 하늘과 땅에서 아름다운 시어(詩語)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런 황홀함이라니.
지난주가 벚꽃놀이 절정이라 하여 이번 주말 꽃놀이는 다소 허무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봄날의 또 다른 매력과 마주침으로써 뜻밖의 호사를 맛보았다. 새색시 마냥 수줍은 모습으로, 때론 요사스럽고 화려한 자태로 봄의 향연은 곳곳에 준비돼 있었다. 황구지천 생태로, 매실길 이야기다.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1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1

봄나들이 길, 반할 만하네

12일 점심밥을 후딱 먹고 생태환경으로 조성됐다는 황구지천 매실 길을 찾아 나선다. 변덕스런 이상기온으로 설령 봄꽃들이 다소 지고 스러졌을지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사이 어느덧 목적지 도착이다. 아기자기한 오현 초등학교가 저기 보인다.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4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4

오늘의 목적은 오직 하나, 황구지천에서 '봄 즐기기'다. 서해로 흘러가는 물길을 따라 천변길에 피어난 벚꽃 터널에서 실컷 놀고 넉넉한 마음으로 자연 바라보기다.
"우와~ 이럴 수가 있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름대로 수원의 봄길 명소를 찾아다닌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찾은 이곳, 황구지천 벚꽃터널은 상상 그 이상으로 감동이다. 남매를 데리고 온 엄마 아빠, 이제 갓 연애한지 100일쯤 된 듯 보이는 연인들, 까까머리 중학생들, 자전거 트래킹 족 등 가벼운 옷차림새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야 동네 분들이겠지만 여타의 사람들은 이곳의 매력을 어찌 알고 찾은 것일까. 아니 이제까지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오현초등학교 뒤 둘레길에서 출발해 지금은 시간이 멈춘 협궤열차 수인선의 자취가 남아있는 루트를 따라간다. 자연그대로의 길 위로 함박눈처럼 꽃비가 내린다. 마치 이외수 작품 '괴물'에 그려진 도화촌(桃花村) 복숭아꽃이 하염없이 휘날리듯, 황홀한 풍경에 온몸이 짜릿하다. 
그동안 이런 명소를 놓친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뒹구는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나온 야생화들이며 초록의 새싹이 한없이 예쁘다. 삐죽삐죽 노란색 보라색 하얀색 여리고 여린 꽃들이 경쟁하듯 앞 다퉈 방긋방긋 웃음을 보낸다. 

어라, 봄꽃 축제가 열렸네!

봄 내음에 취해 아래로 더 내려간다. 장수촌 식당을 지날 즈음 어디선가에서 사물놀이패 장단소리가 희미하게 다가온다. 난만한 자연의 축제에 빠져 인간의 축제를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장단을 따라가다 보니 오늘하고 내일 이틀간 벚꽃축제를 연다는 플래카드가 길게 나붙어 있다. 노선을 바꾼다. 행사가 열리고 있는 길로. 

아침에 약간 비가 내린 탓일까? 오전부터 행사가 시작됐다는데... 때는 진즉에 오후 2시가 넘었건만 축제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햇볕도 세지 않고 또한 먼지가 일지 않아 놀기에는 딱 좋은데도 말이다. 축제 일정을 보니 정식 개막공연은 늦은 저녁 7시란다. 어쩐지...그럼에도 어쩐지 쓸쓸하다. 모름지기 축제란 '서로 뒤엉킨 사람들로 바글거려야 제 맛'인데 란 생각을 하며 행사장 주변을 배회한다. 

'허허, 참 걱정도 팔자다...' 
그런데 난 권선구 구민도 아니요, 관공서 직원도 아닌데, 관객이 없는 것을 왜 걱정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나온다. 나의 수원사랑법일 테다. 아마도 저녁 무렵이 되면 사람들이 예서제서 쏟아져 나올 터, 역시나 5시가 넘어서자 축제의 꽃인 먹거리 장터와 체험장, 공연장 주변이 어느새 사람들로 채워진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예비후보자들도 무임승차하듯 잔치판에 끼어들기 시작한다.

생태교통 한마당, 도로를 누비자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2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2

"와우! 브라보~"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행궁동마을 일원에서 성공리에 치러진 '2013 생태교통 수원 페스티벌'같은 풍경이 데자뷰처럼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진다. 한 달 내내 수없이 거닐며 봐온 정든 풍경의 재현이다. 수원산업1단지 내 거리를 누비던 '화석연료 운송수단'이 사라진 도로를 '생태교통 수단'이 차지했다. 

그 거리는 일요일(13)까지 사람 우선이란다. 이색자전거들과 자전거 버스 체험장으로 채워진 '생태교통 수원한마당' 공간이다. 신분증만 맡기면 공짜란다. 30여분 아무것이나 타고 놀고 가란다. 
얼씨구나, 이게 얼마만인가. 이색적인 탈것들은 아이들 몫으로 남겨주고 자전거 한대 빌려 속세를 벗어날 심산으로 안내소로 다가선다. 그러나 체험은 한정된 공간에서만 허용된단다. 때마침 잘 알고 있는 분이 끌고 나온 자전거가 보인다. 흔쾌히 빌려준다. 

세상에 이럴 수가. 황구지천을 따라 조성된 수원 팔색길 중 매실길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일 줄이야. 천(川) 뚝 방을 따라 내려가고 오르기를 한 시간 여 흘렀을까. 우리네 어릴 적 추억의 풍경이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데, 도무지 흥분을 멈출 수가 없다. 
유채꽃과 어우러진 벚꽃들의 조화, 매화를 품은 시골집, 너른 논들과 과수의 풍경... 가다 멈추기를 수 십 번이나 했다. 도심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에 몸의 힘듦도 잊고 가다보니 호매실동이다. 몸과 눈 그리고 정신까지 맑아지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주 오래전의 풍경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탄성은 계속 터져 나온다.

내 몸을 생각했던 황구지천

몸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연의 이치와 같다. 황구지천의 자연은 나의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모처럼 푹 자고 일어난 어느 날 아침, 이전과는 다른 개운함이 찾아온 시간이랄까. 천변 둘레길을 걸을 때도 그러하였고, 자전거로 생태로를 달릴 때 역시나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아름다운 시상(詩想)이 팡팡 쏟아져 나오는 듯 황홀했다. 마치 구름 위에서 신선같은 시인과 노니는 착각이 일 정도로.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고즈넉한 자연을 찾아 몸을 맡기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3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트레킹길, 황구지천 생태로_3

황구지천! 온종일 나를 잊어도 좋은 곳이었다. 가다 멈춘 곳에서 선정(禪定)에 들어도 좋을 만치 한 폭의 풍경은 온몸을 짜릿하게 했다. 
'아, 왜 이제야 이곳을 알았을까!', 그럼에도 이봄이 다 가기 전에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올봄 꽃 나들이 최고의 장소가 되어주었으니. 

딱딱해진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을 만지는 순간  어제의 황구지천 매화길이 이내 떠오른다. 삶이 축복이다. 오늘 이 아침! 

* 황구지천 생태환경 벚꽃축제
- 2014. 4. 12(토)~ 4. 13(일). 
- 황구지천 일원/ 권선구 행정지원과 031-228-6225, 6224, 6223
* 2일차 공연안내
- 오후 2시부터 색소폰과 기타와의 만남, 향토가수 공연, 통기타 연주, 비보이 공연, 난타, 재즈 댄스, 사진촬영대회, 글짓기, 그림그리기 등.
- 단, 최고의 낭만 '생태교통 수원한마당' 체험은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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