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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에 가세요? 자가용은 제발...
2014-04-14 11:41:49최종 업데이트 : 2014-04-14 11:41:4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내 몸을 위해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다른 건 모두 망해도 아웃도어 시장은 건재해 '나 홀로 호황'이라는 소리가 있다. 우리 이웃주민 아주머니만 살펴봐도 그 이유에 대한 답이 나온다. 낮은 동산에 오르던 인근 공원으로 향하던 유명상표를 단 고가의 아웃도어를 입고 나가니 말이다. 마치 누가 더 비싼 옷을 입었나, 경쟁이라도 하듯 야외나 산에 가보면 온통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일요일 아침, 남편은 볼일이 있다고 일찍 출타해버렸다. 홀로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골몰하다 광교산자락에 있는 '이고(李皐) 묘역'으로 낙점했다. 진작에 찾아가 보겠다는 결심과는 달리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평소 등산복 차림새를 좋아하지 않은 터라 그냥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가벼운 점퍼 하나 걸치고 집을 나섰다.

광교산에 가세요? 자가용은 제발..._1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현수막이 있는데도 도로가 주차장처럼 차량들로 메워졌다

주말이라 그런가. 수원북중학교부터 간간이 버스도 끼여 있지만 자가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이 걸음이다. 어차피 운동도 할 겸해서 집을 나섰으니 내려서 걸어가자는 심산으로 하차해 설렁설렁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의 곁을 지나가는 자가용들의 속도가 나의 걸음걸이 속도와 맞먹는다.

역시나 걸으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평소 그냥 지나치는 광교 다리 밑이다. 물이 하나도 없어 박석이 민낯으로 드러나 있다. 활짝 핀 나팔꽃 아래의 풍경이다. 저 멀리 광교공원까지 시야를 넓히니 단란해 보이는 가족들의 신나하는 표정까지 이내 그려진다. 반딧불이 화장실로 향하는 등산로며, 하산한 사람들이 신발을 터는 장소며 형형색색 사람들로 가득하다. 봄날의 주말 맞다.

광교산에 가세요? 자가용은 제발..._2
광교산에 가세요? 자가용은 제발..._2

작년에 조성된 광교 마루길로 올라선다. 벚꽃 풍경이 보태져 완전 명품길이다. 굳이 수원에서 먼 진해나 하동 쌍계사로 벚꽃놀이를 가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다만 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어 걷기가 다소 힘들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가다서다 반복해야 한다. 

사람들을 피해 차도 옆길로 들어선다. 이런, 광교산 들어가는 자가용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그 모양을 보니 숨이 막힌다. 주말만이라도 버스만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루길 중간 중간에 쉼터도 있고, '거리로 나온 예술'을 펼치는 무대까지 있으니 쉬어가는 사람들이 더 쾌적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매연은 줄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광교산에 가세요? 자가용은 제발..._3
벚꽃잎이 흰눈처럼 쌓인 아름다운 길,자가용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오고 있다

걷다가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완전 예술이다. 잠시 쉼을 청한 후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이다. 드디어 이정표가 보인다.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산51번지에 있는 '이고 묘역'가는 길이다. 향토유적 제22호, 고려 말 한림학사와 집현전 직제학을 지냈다. 그에 대한 유래는 수원 팔달산과 권선구 등 지명과 연관된다. 
익히 알려진 사실 하나, 이고(1338~1420)는 고려가 쇠망하자 수원에 내려와 은거했다. 조선을 세운 태조는 그를 등용시키려 했지만 거듭 사양했다. 이에 태조는 화공을 시켜 그가 살고 있는 곳을 그려오라 명했다. 사통팔달 막힘이 없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극찬했단다. 팔달산 지명에 관련된 일화다.

광교 주민의 사유지를 거처야 오를 수 있는 길이다. 하여 다소 주변의 혼잡함이 눈에 거슬린다. 그래도 수원을 대표하는 역사 중 하나인데 잘 정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선조와 후손까지 모신 5기의 묘소는 천하명당에 자리한 것처럼 탁트인 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고 선생은 1795년 정조대왕이 묘에 치제(致祭-임금이 제물과 제문을 보내어 죽은 신하를 제사 지내던 일)하면서 '팔달산 주인'으로 불린다. 정조의 역사도 더해졌으니 두말할 나위없이 우리 후손들이 잘 모셔야 하지 않겠는가.

광교산에 가세요? 자가용은 제발..._4
광교산에 가세요? 자가용은 제발..._4

이곳에 오니 어쩐지 상서로운 기운이 돈다. 그 기운을 받았음인가. 몸이 활성화되고 정신까지 맑아진다. 쌓였던 스트레스가 싸악 빠져나가는 듯하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니 다시 일상으로 출발한다. 
맙소사, 이번엔 나가는 길목이 차로 꽉 막혔다. 들어올 때와는 반대상황이다. 당연하다. 들어온 차들이 오후 들어 나가야 하니.

나 혼자만의  편안함을 추구하며 너도나도 자가용을 끌고 온다. 그것을 강제로 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산에 왜 오르는가, 생각해보자.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러니 좀 걷자. 자신 몸의 활력에도 도움이 되고 또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자가용은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우리가 좋은 아웃도어 옷을 선호하듯 미래에도 청정한 광교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부디 주말만이라도 자제하자.
광교산은 한남정맥의 주산으로서 오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이 숭상했던 산이다. 그 가치 보존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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