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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서점이 없다
다시 찾고싶은 서점을 알게되다
2014-04-01 17:43:21최종 업데이트 : 2014-04-01 17:43:21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4월 한 달 동안 두 권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다. 하루에 한 시간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수원시 평생 학습관 강좌 중 '내 인생의 글쓰기' 수업을 다니면서 혼자만의 숙제가 생겼다. 

이제 4월이 시작되어 새로운 계획이 잡혔다. 책 읽는 습관 기르기는 지난달 시작되어 진행 중이다. 집안일이 생겨 약속을 못 지킨 날은 다음날 시간을 두 배로 늘려 지켜냈다. 아무도 모르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힘이 드는 날도 있다. 100 일 습관 만들기 중 책읽기는 첫 번째였고 힘든 만큼 소중한 약속이 되었다. 

초중고교가 밀집된 동네에 살지만 우리 동네 서점은 참고서가 90%다. 읽고 싶은 책은 시내 백화점 지하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가야 살 수 있다.
8년 전 이사 왔을 무렵 시장근처에 서점이 있어 가끔 들러본 기억이 났다. 하지만 서점은 이내 핸드폰 가게로 바뀌었다. 없어진 후에야 아쉬움이 밀려왔다. 보고 싶은 책을 아무 때나 볼 수 없어지자 책읽기는 자연히 흥미를 잃어갔고 중요도가 떨어졌다.

딸들은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서 받아본다. 온라인 서점은 할인도 많이 되고, 서점에 직접 가서 둘러보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여긴다. 필요한 책을 능숙하게 찾아내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에 쥘 수 있다고 역설한다.
나는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아서 인지 서점에 직접 가서 골라보고 읽어보고 놓고 오기 아쉬운 책은 사들고 온다. 온라인 서점보다 할인은 덜 되지만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른책도 원하는 만큼 보고 왔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엔 서점이 없다_1
오랫동안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서점이다.

3월 31일 오전 10시 글쓰기 수업이 임광 문고에서 있었다.
1.마음에 끌리는 책 20개 제목을 적어보기
2.끌리는 책 5권으로 간추리기
3.서점의 책 분류 살펴보기
4.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 찾아보기
5.머리말과 목차 살펴본 후 최종적으로 구입하고 싶은 책 선정하기

평소 자동차로 임광 아파트를 지나치던 기억만 있다. 근처에 이렇게 커다란 서점이 있을 줄 몰랐다. 서점에 들어서자 한눈에 많은 책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책 제목을 훑어 보다 마음이 끌리는 곳에 붙박이처럼 서서 책을 읽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서점 안에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거슬릴 만큼 서점은 조용하고 쾌적했다. 간간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두 권의 책을 손에 쥐고 앉아 본다. 앞사람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탁자 중간에 나무가 놓여 있다. 주인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했다. 

글쓰기 수업은 임광문고 조승기 대표와의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호탕한 웃음이 매력인 분으로 어색한 듯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서점을 시작한 동기를 묻는 질문을 시작으로 가장 민감한 운영에 관한 질문도 거침없이 답변해주셨다. 

-어떤 계기로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동생이 하던 걸 권유받고 시작했습니다. 돈벌이가 될 때였으니까요."

-인터넷 온라인 서점이 강세인데 운영하기 힘드시죠?
"당연히 매출은 50% 감소 했구요. 서점을 비롯해 출판업계 대부분이 어려움이 많습니다. 올핸 외국계 인터넷 서점이 국내에 상륙하는데 말 그대로 공룡입니다."

-언제까지 운영하실 건가요?
"처음 1층에서 시작된 서점인데 지하슈퍼가 대형마트에 밀려 나가면서 이곳을 매입했습니다. 서점 운영만으로 지탱하기 힘들어 월세 받는 가게를 몇 개 내주었는데 윈윈전략이 괜찮았나 봅니다. 아직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별일 없으면 계속 할 것 같은데요"

우리 동네 서점이 사라지듯 그동안 많은 서점이 설 자리를 잃고 사라졌다.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현실에서 주인은 근근이 버티는 걸 호탕한 웃음으로 말해주고 있다. 함께 웃기도 어색한 대답이다. 분위기를 바꿔보려 질문을 가볍게 던져보았다.

우리 동네엔 서점이 없다_2
임광문고 조승기 대표님을 만나다.

-책 많이 읽나요?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요?
"많이 읽죠. 요즘 '연을 쫒는 아이' 재밌게 읽고 있어요.
출근했을 때 책 읽는 사람들이 많으면 기분이 좋아요. 특히 아이들이 책을 볼 땐 더 흐믓 한데 요즘 애들은 시험공부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네요.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워요. 가끔 지방에서 책을 주문하기도 하는데 믿고 찾아주니 고맙기도 하고 뭐 그렇죠. "

성심성의껏 답변하던 대표님은 바쁜 일정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언제까지나 이 자리를 지켜낼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이 지역 사람들은 복 받은 것 같다는 언니의 말에 공감했다. 대형서점이 집근처에 있어 아이들과 손잡고 언제든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맞는 말이다. 

30분 동안 서점을 둘러보며 수업을 진행하고 마지막에 책 한권을 샀다. 
4월에 읽어야할 책으로 그동안 생각해두었던 책 강신주님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선택했다. 책을 마음껏 읽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이 서점이 언제까지나 존재하길 바라며 수업을 마쳤다. 
오늘 한 달에 한 두번이라도 기회가 되면 다시 찾고 싶은 서점을 알게 되었다. 사라진 우리 동네 서점을 아쉬워할 시간에 이곳에 와서 책 읽는 독자로 남아야겠다.

수원시 평생학습관, 내인생의 글쓰기, 임광문고, 조승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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