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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수다, 행복한 세상 위한 모의
2014-04-08 09:25:35최종 업데이트 : 2014-04-08 09:25:35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여자들은 날마다 일탈을 꿈꿉니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고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탈출을 끊임없이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실행하지 못하고 생각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들이 꿈꾸는 일상의 탈출이란 '나라를 구하는 일' 이런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단지 집안일에서 잠시 동안 벗어나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입니다.

그러한 일상에서 벗어나 7일 불혹을 갓 넘긴 그 중 가장 어린 여자와 지천명을 앞둔 여자 3명이 원천천이 흐르는 광교 카페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들의 수다, 행복한 세상 위한 모의_2
여자들의 수다, 행복한 세상 위한 모의_2

광교박물관 앞에 있는 광교 카페거리는 완전하게 조성 된 거리는 아니었지만 일탈을 꿈꾸기에는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실개천은 봄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부드러운 커피 향기와 고소한 버터 냄새로 브런치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11시에 찾은 그곳은 먼저 온 여자 손님으로 반 이상 테이블이 찼고 학교 어머니 모임인 듯한 팀은 단체로 온 것 같았습니다. 어린 아이 손에 휴대폰 만화를 보여주는 젊은 엄마들도 보였고 손님 중에 남자는 유일하게 만화 보는 어린 아이 밖에 없었습니다. 
"참 여자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에요." 동행중에 가장 어린 P가 말했습니다.
"이 시간에 남자들이 여기 있으면 잘못된 것이지. 한참 돈 벌 시간 아닌감?" K가 말했습니다. 

우리 동행들은 창가의 자리로 유일하게 하나 남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맛집으로 모두 초행이었습니다.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보아도 뉴욕스타일 브런치, 프렌치 토스트, 머쉬룸 오믈렛, 고르곤 졸라 크림버거 등 평소의 먹는 것과는 익숙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가장 많은 A는 "우리. 여기서 여기까지(처음에서 끝까지) 한번 주문해 볼까?" "언니 그게 무엇인줄이나 알고 그러세요? 그것 다 시키면 우리 배 터져서 집에도 못가요." P는 깜짝 놀라면서 대답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가장 많이 묻고 동작이 가장 민첩한 K가 메뉴판을 들고 주문합니다. 수다쟁이 여자들의 주문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언니. 여기 참 좋아요. 우리는 참 복 받은 사람들이에요. 자주는 아니지만 오고 싶을 때 이런데도 오고."
P의 말에 K는 말합니다. 
"나는 오늘 얼마나 기다렸다고. 지난 주말에는 정말 힘들어서 이 시간을 생각하면서 참았어. 주중에도 수업 계속 있었지. 토요일에는 화성행궁 상설한마당 개막식장에서 교통봉사 했지. 또 수원 평화비 기금마련 평화 콘서트 행사에 참여했지. 일요일 오전에는 아침부터 '솔대노리 청소년 도시농부'에서 감자 심었지. 완전 삭신이 쑤신다. 그것뿐인 줄 알아? 또 2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수원시 시립노인요양원에서 바닥청소랑, 식사보조, 체조 함께하기 등 하여튼 나는 오늘 이렇게라도 쉬고 충전해야 돼." 

"맞아. 맞아. 언니 나는 가족 봉사단 첫날 봉사부터 문화적인 충격 받고 왔잖아. 주위에 치매 노인이나 불편한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 쪽으로는 완전 꽝이었거든요. 봉사라고해도 나는 아직까지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한 적이 없었는데 어제는 정말 힘이 들더라고요. 가족이 함께 안 갔으면 아마 도망치고 말았을지도 몰라요." 막내인 P의 엄살 섞인 말이지만 그도 자원봉사에는 이력이 붙은 사람입니다. 

"정말 그런 시설에 한번 다녀오면 몸은 피곤하지만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 남자 50 넘어봐라. 얼마나 기운 딸리고 피곤해 하는 줄 아나? 저절로 남편에게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니까? 그러니까 잘해 이것들아." 가장 연장자의 A의 말이다. 경험자의 말이니 꼭꼭 씹어 삼켜야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봉사 다녀와서 남편 손 꼭 잡고 우리 건강하게 잘 살자하는데 도리어 내가 눈물이 핑 돌더라니까요." 어린 P의 말이었지만 모두 수긍하는 눈치입니다.

여자들의 수다, 행복한 세상 위한 모의_1
여자들의 수다, 행복한 세상 위한 모의_1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빵 뷔페에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푸짐하게 한 상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뉴욕스타일 브런치라더니 결국 베이컨과 샐러드, 오믈렛, 소시지, 과일 한 조각이네. 이름만 뉴욕스타일이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자들의 즐거운 수다가 다시 시작됩니다. 

여자들의 일탈은 작고 겸손합니다. 크고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쌓였던 수다를 풀어내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모의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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