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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사는 당신, 읽기모임 만들어라!
동네마다 독서모임, 더 만들어지기를 희망하며
2014-04-09 10:03:07최종 업데이트 : 2014-04-09 10:03:0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이 글을 읽고 나니 가슴이 답답하네요."
"한시대의 단면이 아닌 전체의 흐름을 생각하게 합니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드는 글이네요."
"자연의 자정능력, 겸손, 생태계의 교란, 자연의 이치 등 많은 것을 일러주는 글인 것 같아요."

8일 저녁7시, 매탄공원 앞 일성 구두방 사이 골목길은 어둠이 살짝 내리고 있었다. 나의 오른손엔 초코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한 달이 채 안된 읽기모임 우두머리 선생님이 동네사랑방 혹은 교육장으로 사용할 '한 벗 연구소'를 열었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읽기모임이 지난주까지는 마을의 주민센터에서 진행했었는데 좌장이 사무실을 열었으니 우리 또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시간구애 안 받고, 하고 싶은 이야기 충분히 나눠보자고!

정신없이 사는 당신, 읽기모임 만들어라!_1
정신없이 사는 당신, 읽기모임 만들어라!_1

3월 초순부터 생애처음으로 독서모임에 다니고 있다. 이른바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으로 질리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나무늘보'라는 읽기모임이다. 전직 언론계 출신으로 박학다식 글쓰기로 유명한 양훈도 선생이 이끄는 이 모임은 함께하는 이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소셜'이 대세인 2월의 어느 날이었다. 검지 하나만으로 페이스북 친구들의 이야기를 휙휙 끊임없이 올리다가 두 눈동자가 딱 멈추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동네 주민들끼리 이른 저녁을 먹고 설렁설렁 모여들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돌려가며 읽기도 하고, 가끔은 막걸리도 한잔 걸치는 모임을 만든다는 소식이었다. 

난 대번에 끼어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지적수준을 요하는 것인지, 행여나 나의 열악한 실력이 통째로 드러나 창피만 당하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지만 그냥 재미삼아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하였다. 

그런데 버스타고 40여분을 가야 모임 터에 도착할 수 있었고, 직업도 없는 이는 나뿐이었다. 총 인원은 10여명 이었는데 사회복지사, 교육예술가, 여성운동가, 마을만들기 활동가 등 저마다 개성이 강한 이력의 사람들이었고 또한, 그들은 모두 '매탄'이라는 공동체로 뭉친 이웃주민들이었다.

그리하여 한번 모임에 참여한 후 '이것 때려 치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일었다. 그런데 정식 읽기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감언이설' '상상목공소'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교황 프란치스코' '네가지 질문 내 삶을 바꾸는 경이로운 힘' '녹색평론'에서 '녹색평론'이 선택되었는데 가만히 내용을 들여다보니 꽤 유익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다. 

정신없이 사는 당신, 읽기모임 만들어라!_2
정신없이 사는 당신, 읽기모임 만들어라!_2

'그래, 윤독의 시간을 통해 이것만은 완독하자. 그간 난 너무 읽기 편식이 심했으니. 그때 다시 생각해봐도 돼.'
늘 소설책만 읽어온 나로서는 이번에 여러 가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는 심산으로 그 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에 삐죽삐죽 말 한마디 못하던 내가 어느 순간 이런저런 말을 꺼내기도 하고, 더불어 타인의 말도 경청하는데... 어느덧 난 경계인의 무장을 스스로 해제했던 것이다. 드디어 읽기 모임의 참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 챕터가 끝나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참여자들이 나누는데, 좌장 양훈도 선생은 늘 저울의 추가 되어준다. 즉, 신변잡기가 아닌 유익한 이야기를 이끌기 내기위해서 중심을 잡아주는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관찰해보니 양선생은 슬쩍 뒤로 빠진 모양새를 취하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유가 있었다.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저마다 적절하고 다양한 시각을 건져 올릴 수 있도록 일러주는 방법이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독서모임의 본질이다. 

인문학 되살리기, 인문르네상스 등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끼리 읽기모임을 통해 공론 주제를 끄집어내고, 거기서 좋은 의견들을 실행에 옮기기도 하는, 이것이 진정 인문학 도시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머리 깨지게 골치 아픈 일도 많다. 요즘 느끼는 건데 독서모임에 참여해보니 즐겁다. 그래서 잘하는 일보다 즐거운 일에 미치라고 했을 게다.
정신없이 사는 당신, 동네 읽기모임 만들어라. 속 터지는 일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참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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