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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배움의 과정을 관찰해야
2014-04-07 14:02:26최종 업데이트 : 2014-04-07 14:02:2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교직 생활을 하면서 매일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드물게 수업을 볼 때도 있다. 동료 직원이 연구 수업을 할 때이다. 참관을 하고 나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그것은 수업 참관에 대한 평이다. 이 평은 대개 두 개로 구분된다. 하나는 지도 조언이다. 보통 손윗사람이 수업을 보고 지도하는 차원에서 이런 저런 것을 지적해 준다. 이 경우는 부드럽게 일러주기도 하지만, 따끔하게 지적해 수업 발표자를 주눅 들게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랫사람일 경우 칭찬을 한다. 이때는 수업 기술적 측면보다는 전체적으로 받은 인상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러한 관찰은 모두 본질이 빗나간 느낌이다. 수업은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학습자의 내적 및 외적 조건을 체계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서 보듯이 수업은 학습자에게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수업 관찰은 학생들로부터 학습이 일어나는 상황을 보는 것이 맞다. 수업 한 것과 학생들이 학습한 것의 일치하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 

수업을 볼 때 교사의 기술적 측면을 보는 이유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수업이 주입적인 강의법이 주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교사의 수업 기술 관찰에 집중한다. 그리고 과거 수업 공개는 주로 저경력 교사의 장학 지도 차원에서 했다. 당연히 수업하는 교사의 지도 방법 및 기술 위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수업에서 학생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학습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 수업에서는 이러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업 장학의 개념도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일방적 지도보다는 컨설팅이 보편화되고 있다. 컨설팅은 의뢰인이 컨설턴트에게 어려움을 요청한다. 의뢰인이 배우고 싶은 내용 혹은 알고 싶은 문제점을 컨설턴트에게 알린다. 이 과정에서 보통 의뢰인들은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임용 시험 마지막 관문인 수업 실연을 심사한 경험이 있다. 그때 놀란 것이 있다. 수업 실연을 하는 선생님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자기들끼리 스터디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또 놀란 것은 역시 우리나라에서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실력이다. 모두 쟁쟁한 실력을 갖추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신규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현란한 수업 기술을 발휘하던 선생님들이 아이들 앞에서는 쩔쩔맨다. 아주 일부지만 오히려 아이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자책감을 토로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이유가 뭘까. 선생님들이 수업 실연을 할 때는 학생이 없었다. 응시자 혼자서 감독관들 앞에서 한 수업이다. 배운 대로 하면 큰 무리가 없었다. 혼자서 하니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와서 아이들 앞에서 하는 수업은 상황이 달랐다. 내가 수업을 해도 들어주는 아이들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자괴감이 들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수업을 학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수업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아이들과 통해야 한다. 그렇다면 수업 관찰도 이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 장면에서 교사와 학생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동료 수업 보기 _1
동료 수업 보기 _1

동료 수업을 볼 때 필요한 것은 수업 담장자의 방법보다 나의 관점이다. 즉 수업 상황을 볼 때 수업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했을까'이다. 발문이 잘못되었거나 수업 상황이 매끄럽게 진행이 안 되었다면, 그 상황에서 나의 대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이 수업을 보는 역동적인 시선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수업 개선을 가져온다. 

수업을 볼 때 전통적으로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학습 목표 진술이 제대로 되었는가. 학습자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가. 학습자가 이해하기 쉽게 핵심 내용을 이끌어 내는가. 교사는 학습자의 말을 존중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가. 배운 내용을 학생 스스로 정리하도록 유도하는가. 제한 시간을 지키는가.' 등 항목에 따라 점수까지 매긴다. 이런 방법은 수업 방법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 수업을 보는 사람은 리스트에 따라 수업을 분석적으로 볼 뿐 대안 제시는 못하게 된다. 이 방법은 수업자나 관찰자 모두 바람직한 개선의 방향을 찾기 어렵다. 

교사에게 수업 공개는 당연한 것이지만, 공개 당사자는 현실적으로 부담을 많이 진다. 가장 먼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러다보니 사전에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도 분위기를 알아 평상시와 다르게 열심히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도움이 안 된다. 그저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 
그렇다면 연습도 필요 없다. 그리고 수업은 보는 사람들도 수업자가 잘하는 것을 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이 수업 목표 달성을 어떻게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것이 수업자와 관찰자 모두의 수업 기술을 발전하게 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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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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