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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
와우리 장애인 보호 작업장을 다녀와서...
2014-04-04 23:37:56최종 업데이트 : 2014-04-04 23:37:56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봉사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쓰여 있다. 요즘은 학교나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채워야하는 봉사시간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봉사라는 걸 하고 있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는 사전적인 의미의 봉사와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하게 된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봉사를 하는데, 상반기에 2번, 하반기에 2번으로 1년에 4차례의 봉사를 의무적으로 해야만 한다. 1년 365일중에 겨우 4번하는 봉사. 그렇지만 겨우 4번이 아니라 4번씩이나 해야 하는 숙제가 되면서 그것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하면 되는 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장소에서, 지정된 날짜에만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보면 어느새 마감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하는 봉사가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봉사와 같을 수는 없다. 과연 이런 형식적인 봉사가 필요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대상들에게 내가 하는 봉사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이렇게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도 나름대로 얻는 게 있다. 

처음 시작은 자발적이 아닌, 강제적인 숙제였지만 직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들에게 마음이 열리면서 차츰 참된 봉사의 의미를 알아가기도 한다. 며칠 전, 상반기에 해야만 하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미리 신청을 했다. 온 세상이 꽃으로 피어나는 화창한 봄날, 모처럼 만의 쉬는 날을 봉사로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간절하게 꽃구경이 하고 싶다. 

한참을 갈등하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인데 마음먹었을 때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봉사 장소로 향한다. 
우리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가는 곳은 한 교회에 부설된 장애인 주간 보호센터이다. 날마다 전해져 오는 봄꽃들의 향기를 뿌리치고 도착한 곳에는 이미 많은 동료들이 도착해있다. 이곳에서 우리가 하는 봉사는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여건상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로 장애인 센터 내부와 외부를 청소 하는 일이 주로 하는 일이다. 가끔, 장애인들의 학습시간과 맞으면 도우미교사로 참여하기도 한다. 

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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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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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의무감으로 시작한 봉사지만 1년에 몇 차례씩 방문하다보니 그곳에 다니는 장애인들과도 꽤 정이 들었다. 만나면 반가움에 아는 척을 하지만, 정작 상대방은 우리를 기억이나 하는지 확인 할 수 없다. 그저 웃거나 별 반응이 없는 얼굴표정으로 무심히 쳐다보기만 할 때는 안타깝기도 하다. 

이번 봉사에서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기로 한다. 장애인센터의 안팎을 구석구석 청소하는 것이다. 팀을 나누어서 각자 맡은 구역을 열심히 청소한다. 장애인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교실도 구석구석 쓸고 닦으며 깨끗하게 청소한다. 화장실도 물을 뿌려가며 시원하고 개운하게 닦아내니 반짝반짝 윤이 난다. 넓은 주차장과 운동장에 굴러다니는 지저분한 쓰레기도 주워서 봉투에 담고 주변에 있던 시설물도 정리를 하니 화창한 봄 날씨 만큼 깨끗해진다. 

이곳에 오는 장애인들은, 신체적인 장애보다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혼자 힘으로 어느 정도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이곳에서는 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교육과 작업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한다. 장애인 최고의 복지는 자립이며 그 방법들 중 최고는 직업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아래 그들이 스스로 일하면서 자립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중에 한 방법으로 몇 년 전, 장애인들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를 교회 내에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다. 커피 값도 저렴하고 케이크도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교인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까지 상당수가 이용하는 카페로 자리 잡으며 장애인들에게 직업을 주자는 첫 번째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둔다. 카페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후, 2014년 2월에는 장애인들이 제빵 기술을 익혀서 직접 빵을 굽고 판매하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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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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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모자와 작업복을 입고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주 행복해 보인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즐겁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표정이다. 이제 겨우 두 달여가 되었을 뿐이지만, 일반 제과점의 빵맛에 결코 뒤지지 않는 빵맛으로 주변의 젊은 주부들과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의무로 시작하게 된 봉사를 통해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 눈에 조금 부족하다고 보이는 이 친구들이 행복해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불평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해서 직접 부대끼며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마음 문이 스르르 열린다. 시작은 자의가 아니었지만 보고 느끼고 부대끼면서 정말 나의 손길이 필요한곳을 찾아나서는 참된 봉사자가 될 것 같은 생각도 해본다. 꽃구경의 유혹을 떨쳐내고 찾아간 곳에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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