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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여행을 하며 만난 일본인들과 TV에서 만나는 일본인의 다른 모습
2014-04-06 09:50:55최종 업데이트 : 2014-04-06 09:50:55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얼마전,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 하고 있다는 내용이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개하며 흥분했었는데, 이번에는 2012 한일 월드컵을 공동개최 했던 사실을 일부 교과서가 삭제했다는 소식이 또 들려온다. 

요즈음, 일본과 관련된 뉴스는 대부분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 미, 일 3국의 정상회담이 열린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터져 나온 뉴스들이다. 참 알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는 나라다. 이렇게 정치적으로는 신뢰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며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이 곱지 않은 감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을 만나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상냥하고 친절한 일본 사람들을 좋은 인상으로 기억한다. 나도 그렇다. 얼마 전 다녀 온 후쿠오카 여행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더할 수 없이 친절하고 상냥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_1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_1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면서도 별 두려움 없이 일본여행을 계획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또한 친절한 일본인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행 일정 중, 둘째 날은 국내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버스를 예약해 놓았다. 전 날 저녁, 버스를 타기 위해 모이기로 한 집합 장소인 호텔을 미리 알아두려고 혼자 지도를 보면서 찾아 나선다. 지도상으로는 하카타역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인데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워낙 호텔이 많은 곳이어서인지 정확하게 내가 찾는 호텔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꽤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겨우 근처까지는 간 것 같은데, 찾고 있는 호텔은 보이질 않는다. 
새벽부터 제대로 잠도 못자고 집을 나섰으며, 후쿠오카에 도착한 이후에도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며 상당히 먼 곳을 다녀 온 터라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 나는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투어버스를 타는 곳을 고려해서 가까운 곳으로 호텔을 정했는데,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결코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온 것이다. 다시 한 번 찾는 곳을 물어보기 위해 눈에 띄는 편의점엘 들어갔다.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고르는 손님에게 지도를 내밀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아가씨는 분명 무언가를 사기 위해 물건을 고르고 있었는데, 나의 손을 잡고 편의점을 나와 한참을 걸어간다. 

드디어 내가 찾고 있는 호텔 앞이다. 자신이 사려고 했던 물건도 사지 못한 채, 낯선 이방인을 안내하는 아가씨를 따라가면서 참 많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이번에는 내가 묵고 있는 호텔까지 다시 돌아가는 길을 물어본다. 이번에도 역시 나의 손을 잡고 한참을 간다. 내가 혼자서도 찾아 갈수 있을만한 지점까지 와서야 자신의 길을 간다. 나와 함께 목적지를 찾기 위해 다닌 시간이 아마 십분 쯤은 되었던 것 같다. 

그 일본인 아가씨 역시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피곤한 몸을 빨리 쉬고 싶었을 텐데, 낯선 외국인이 혼자 헤맬까봐 직접 길 안내를 해준 일본의 아가씨. 짧은 일정이었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모두들 친절하고 상냥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처음 여행하는 초보자에게 여러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었지만,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이 있다. 치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전하며, 일본사람들은 아주 친절해서 안심하고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_2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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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_3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_3
 
만약 어느 외국인이 내게 길을 물어본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 외국인이 나에게 다가 올 때부터 겁을 먹고 긴장할 것이다. 손짓발짓을 동원해서 가르쳐는 주겠지만 과연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을 보면 긴장부터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사람이 한국 땅에서 외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눅들어하며 미리 긴장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친절한 마음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도 힘들다. 

우여곡절 끝에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온 후 천천히 정리를 해본다. 아무래도 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것 같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한 후, 다음날 아침에는 나름대로 정리해서 가장 짧은 거리로 추정되는 길로 들어선다. 아침시간이라 모두들 출근하느라 바쁜 발걸음이다. 

이번에도 몇 번의 질문을 거쳐 드디어 집합 장소를 찾았다. 한국인 가이드에게 전날 저녁과 아침의 긴 여정을 하소연하니 들려오는 대답이 나를 허탈하게 만든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인 호텔이 하카타역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반면, 찾으려고 했던 호텔은 하카타역의 뒤편으로 위치해 있어, 결론은 하카타역 안으로 들어가서 뒤편으로 나오면 바로 내가 찾으려고 했던 호텔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먼 길을 돌아 목적지를 가르쳐줬지만 저녁 늦은 시간, 자신의 귀한 시간을 내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어 줄줄 아는 사람이 바로 일본인들이다. 

다음 날,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TV를 보는데 한국과 중국의 정상들이 만나서 안중근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한 안건에 대한 뉴스가 보도 되고 있다. 
일본어를 모르니 정확한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는 내용이 보도 되고 있다. 

우리들은 말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마음에 안 들지만 일본사람은 친절하며 상냥하다고. 긴 시간을 그곳에서 살면서 일본인들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인의 참 모습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일본인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과연 따로 일수 있을까? 

최근 들어 그들의 속마음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자신들이 목표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며 준비한 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일본인들의 친절은 상대방을 위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이기보다는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한 자존심의 표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한, 일 양국의 문제는 일시적인 감정의 대립으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우리도 냉정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애국심이라는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확실한 자료와 역사적인 사료들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알려야하며,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만 한다. 

뉴스를 들으며 분개하면서도, 우리와 비슷한듯하면서 다른 일본 특유의 문화와 아름다운 일본의 모습과 친절한 일본인들은 다음 일본여행을 계획하게 만든다. 
바로 이것이 일본의 힘이 아닐까. 무조건 일본을 배격해서도 안 되겠지만 눈에 보이는 일본인들의 친절함에 마음을 빼앗겨 일본인과 일본이라는 나라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도 안 될 것이다. 역시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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