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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
2014-04-04 00:23:04최종 업데이트 : 2014-04-04 00:23:0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아이의 학교를 다녀왔다. 정식으로 선생님을 만나거나 학부모 상담을 하기 위해 간 것은 아니다. 
도청 앞 벚꽃이 흐드러지던 날, 갑자기 꽃구경이 하고 싶어, 남편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저녁 늦은 시간에 벚꽃 구경을 나섰다. 
어두운 밤, 언덕길 양쪽으로 피어 난 하얀 꽃송이들은 소설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달빛 아래 흐드러진 메밀꽃을 보고 소금을 뿌린 듯 하다고 표현한 이효석의 마음이 딱 내 마음이다. 

어둠과 적당히 섞여 더 빛나는 벚꽃 길을 거닐다 보니, 아들아이의 야간자습이 끝나고 하교할 시간이다.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고 오는 아들아이를 데리러 학교로 향한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아들아이를 데려다 주는 남편 따라 몇 번 교문 앞까지만 와 봤을 뿐, 학교 안으로는 한 번도 들어 가본적이 없는 학교다. 남편은 하교 때도 가끔 아이를 데리러 오는 터라 익숙하게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_1
늦은 시간, 야간자율 학습을 끝내고 나오는 아이들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이라 조심스러워 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학교 건물 안까지 성큼성큼 들어간다. 쭈뼛거리며 남편을 따라 들어가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들어가도 되나 하는 마음 한편으로는 아들아이가 어떤 교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공부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계단을 오른다. 

학교답게 계단을 오르는 벽면에도 이런저런 게시물이 붙어있다.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한 나는 사소한 것 하나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친구를 칭찬하는 글을 써서 넣어두는 통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게시판도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나의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자신의 장래희망을 그려 넣은 커리어 로드맵이라는 게시판이다. 알록달록 예쁜 색연필로 그림과 함께 무언가를 빼곡히 적어 놓은 종이들이 붙어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하고 싶은 장래희망을 그림과 함께 적어 놓은 곳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적어놓은 계획들이 아주 구체적이다.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_2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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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_3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_3

 예를 들면, 미술심리 상담사를 희망하는 한 아이의 진로 로드맵의 내용이다. 미술심리 상담사가 하는 일을 설명해 놓았고, 미술심리 상담사가 되기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학년별로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고등학교 때는 상담동아리의 부원으로 활동하고 관련학과는 아동학과, 심리학과, 미술교육과 등이 있으며 졸업 후의 진로는 지역 아동센터나 유치원, 교사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되고자 하는 직업들도 다양하다. 법관을 꿈꾸는 아이는 거기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캐릭터 디자이너, 국제 변호사, 의상 디자이너 등을 꿈꾸는 아이들도 세부적인 실천계획을 기록해놓고 있다. 학교 다닐 때의 단골 순서중 하나는 장래희망을 적어내는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니던 때도 어김없이 새 학기가 되면 장래희망을 써냈는데, 부모가 바라는 장래희망과 학생이 바라는 장래희망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때 우리들이 적어내던 장래희망중의 대부분은 교사 또는 공무원, 그리고 간호사였다. 그만큼 세상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온갖 정보망을 통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기도 하고, 간접경험하기도 하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선택의 폭도 넓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아가는 이치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말이다. 

사회가 발달 하는 만큼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지만, 내가 모르면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여건만 허락한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아들아이가 꿈꾸는 희망은 소박하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 입사하는 것이다. 희망대학도, 삼성전자에 들어가는데 가장 유리한 대학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_4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인 아이들_4
 
물론 삼성전자는 세계 초일류기업이자 아이가 희망한다고 해서 쉽게 들어 갈 수 있는 회사도 아니다. 희망하는 대학을 들어가는 일부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수원에 살면서 삼성전자를 들어가는 걸 목표로 삼는 아들아이를 보면서 미안한 생각이 드는 건 아마 엄마로서 제대로 넓은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시간이 안 맞는다는 핑계로 한 번도 학교에 찾아가보지도 않았던 무심한 엄마가, 우연히 방문한 아이의 학교에서 많은 반성을 해본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 요즘, 아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관심과 뒷받침 또한 결코 무시 할 수 없는데, 나는 그동안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았던가 하는 반성이다. 

나의 꿈을 이루어보겠다며 나 자신을 위해 바쁜 엄마지만, 아직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들 녀석에게도 조금 더 충실한 엄마가 되어야겠다.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과 함께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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