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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색이 완연한 융건릉에 다녀오다
2014-03-31 10:33:41최종 업데이트 : 2014-03-31 10:33:41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지난 휴일은 춘색이 완연하여 가는 곳마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들과 산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하였으며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30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융건릉 주차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빈틈없는 만차에 자동차를 주차하기 위해서 애를 먹었다. 입장료를 사기 위해서 길게 늘어선 줄과 음식물 반입을 제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안내가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아담한 전시관을 둘러보고 융릉으로 발길을 옮겼다. 양 길 옆에 진홍색의 진달래가 만개하여 살랑거리는 춘풍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의 모습, 휴대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듯이 가벼운 모습의 중년의 부부, 장난꾸러기 악동들이 무리를 지어 달려가는 아이들. 갑자기 찾아온 따뜻한 날씨에 인근의 주민들이 모두 집합한 듯 많은 사람들이 능을 찾았다.

융릉으로 들어서는 숲속 길은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들이 많아 아주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름드리 활엽수에는 검정 비닐로 칭칭 감아 미관을 해치고 있다. 가까이 가서 자세하게 보니 '시듦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책인 것 같다. 

춘색이 완연한 융건릉에 다녀오다_2
융릉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다

예전보다는 소나무 수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었지만 아직 고고하고 웅장한 푸름을 간직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도 소나무의 여전함은 정조의 효심에서 기인했음을 누구나 다 안다. 
송충이가 창궐하여 융릉의 소나무를 갉아먹어 많이 말라 죽었는데 그것을 본 정조는 차라리 솔잎대신 내 창자를 갉아먹으라고 꿀꺽 삼켰다. 그 후로는 송충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효를 대표하는 일화가 되었다.

세속의 땅에서 신성한 땅으로 진입을 뜻하는 금천교를 지난다. 홍살문을 앞에 두고 곤신지에 먼저 눈길이 간다. 유모차 부대가 곤신지 주변을 메우고 있다. 연못에는 엄청나게 큰 잉어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너무나 뚱뚱하여 움직이기도 힘들 것 같은 볼록 배를 가진 물고기가 날아오를 듯 민첩하게 먹이를 받아먹는다. 서커스를 구경하는 것처럼 유모차에 탄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관람객들이 있기 전부터 무수하게 혼령이 들고 났던 홍살문을 지나 배위에 섰다. 조선시대의 능의 공통점은 홍살문에서 정자각, 능침까지 일직선으로 되어 있지만 융릉은 그렇지 않다. 이것 또한 명당에 대한 풍수에 의해서 정해진 것이라고 하니 자손이 조상에 대한 섬김이 얼마나 세세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춘색이 완연한 융건릉에 다녀오다_1
융릉은 사도세자와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무덤이다

춘색이 완연한 융건릉에 다녀오다_3
초등학생들이 예감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엄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을 참도에서 아이들이 뛰어 논다. 조상 앞에서 낮은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가 있는지, 그것에는 단지 메아리가 되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의 대화가 더 가관이다. 
"세금은 따박따박 다 받으면서 이 길은 도대체 왜 이렇게 울퉁불퉁 유모차도 못 가게 만들어 둔거야." 

뒤 이어 가족들과 아이들이 줄을 지어 해설사와 함께 오고 있었다. 겉옷을 벗어 허리에 묶고 있는 아이는 벌써 땀으로 얼굴이 흥건하다. 신도와 어도에 대해서 해설을 들은 아이들은 참도 옆으로 걷는다. 

수라간 툇마루에 앉아 능에 대한 해설을 듣는다. 슬쩍 옆에 앉아 귀를 기울인다.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 두 분을 모신 곳임에도 혼유석이 하나인 것은 합장을 의미한 것임을 설명한다. 흔히 시제나 소분에서 음식을 차려 놓은 상석의 용도가 다른 것도 정자각이 있음과 없음에 기인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양과 호랑이 그리고 말의 형상들의 임무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강력한 군사력을 대표하는 무신석은 오로지 왕릉에만 세울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융릉에서 건릉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로 나눠져서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소나무가 많았던 융릉 진입로와는 다르게 건릉으로 가는 숲길은 소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 활엽수들이다. 과히 북새통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북적거린 융릉과는 다르게 건릉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춘색이 완연한 융건릉에 다녀오다_4
건릉으로 가는 숲속 길이다

사람들이 적고 한적하여 한가롭게 능을 둘러보기는 참 좋았다. 하지만 능 주변으로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사람들이 몇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입장하면서 물을 제외하고는 음식물 반입을 금지한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또 건릉으로 들어가면서 의식하지 못했던 금천교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쇠를 얹어 뼈대를 만들고 흙을 담은 부대가 지탱하고 있다. 부대 여기저기 터져서 흙이 흘러나오고 흙으로 살짝 입힌 외관에서 금천교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인인 어떤 이는 봄나들이 가는 것은 자신 스스로가 봄이 되고자하여 떠난다고 한다. 봄이 되고자 하여 나갔던 하루의 춘색은 짧았으나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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