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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현명하게 다툼을 지나치는 방법
순간적인 화를 누르고 상대와 나의 입장차이를 생각해보자
2014-03-31 11:50:15최종 업데이트 : 2014-03-31 11:50:15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좀더 현명하게 다툼을 지나치는 방법 _1
상큼한 봄처럼 마음도 새롭게,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우리가 되길

"이제 겨울옷들 좀 정리하고 자기 여기 쌓아놓은 책들 좀 버리면 안돼?"
이제 제법 따뜻한 봄날이 되었다. 아니, 완연한 봄이다. 그 봄을 잘 지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바로 옷장정리이다. 
이 옷장정리는 매 계절마다 어찌나 귀찮고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지는지 '해야지'하는 마음은 제법 오래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남편의 잔소리가 내 행동을 앞서 버리고 말았다. 더군다나 늘 책 욕심이 많은 나를 못마땅한 남편으로서는 덧없이 쌓이는 책장이 정리대상 1순위로 보일 수밖에 없을 터.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믿고 기다려주면 안돼?"
"아니, 그 소리가 언제야? 특히 자기 책들은 저렇게 쌓여있은 지가 언제인지 알아?"

어느덧 우리는 따스하고 밝은 봄맞이를 언성을 높여 집안 정리 문제로 화를 내고 있었다. 결국 남편은 씩씩거리며 자신의 옷장을 정리했고 나는 짜증을 내며 설거지를 달그락거리며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 아빠 곁에서 조용히 얼굴이 빨개진 채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아웅다웅하며 다툰 지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꼭 그렇게 화를 내며 싸워야 했던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남편이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 같이 성을 내기보다 그냥 "알았어, 치울게. 미안해." 했다면 그 정도로 서로 얼굴 붉히며 다퉜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뒤에 이어질 남편의 잔소리를 원천봉쇄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도리어 더 크게 오버해서 언성을 높이고 그냥 두라고 당신이 그렇게 조바심 내는 게 더 문제가 아니냐고 다그쳤던 게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방어하려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한숨 마음을 꺼뜨리고 상대를 다독이며 나를 낮출 줄 알아야 하지만 그 행동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특히 가족에게. 남들을 대할 때는 이성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여유와 계기를 가지려 애쓰지만 늘 함께 하는 가족에게는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와 시간을 용납하지 않고 자신의 틀에 맞추려고 억지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가족은 "남들한테 하듯 가족에게도 해봐!"라는 말을 던진다. 그리고 말을 듣는 이는 곧 죄책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나는 정말 이중인격자인가? 정말 나는 타인에게는 한없이 좋은 사람으로 비추려 애쓰면서 가족에게는 악인으로 사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가족은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진짜 속성을 보여주고 그렇게 서로의 허물을 보면서 맞춰가자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런 이해가 없이 상대의 외부에서의 모습과 내부 모습을 자꾸 비교를 하다 보면 문제해결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밖에서의 내 가족의 모습과 안에서의 내 가족의 모습은 이중인격적인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것은 그 사람의 사회성이자 둘 다 존중해줘야 할 관계의 방식이다. 그 모습이 매번 일관적이지 않다고 해서 질타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조차 때로는 가늠하기 힘든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타인의 행동에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내 자신이 이럴 때는 이랬다, 저럴 때는 저랬다 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는 점을 곧 알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상대의 잘못된 점, 일관적이지 않은 면만 예민하고 세세하게 따지려고 한다.

'역지사지',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가진 좌우명이다. 사실 살면서 자주 타인과 충돌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고 그럴만한 이유를 찬찬히 찾다 보면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이해심이 발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를 살면서 스마트한 판단과 분석이 마치 올바른 삶의 방식인 양 아는 우리는 그런 감성적 상황인지보다는 이성적 논리와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이다. 그래서 상대의 잘잘못을 또렷하고 명확히 잘 따질 수 있는 사람이 잘한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잘못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금만 더 참고 이해해보기.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상대를 대할 때 가장 우선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여유를 조금 두고 순간적인 화를 잠시 누른 상태에서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디에서부터 서로 의견에 차이가 발생한 것인지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워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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