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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어요?
2014-03-31 17:10:43최종 업데이트 : 2014-03-31 17:10:4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선생님, 우리 집에서 내가 밥 한 번 해 주고 싶어요!"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말 나를 위해서 밥상을 차려 주겠다는 수강생이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식사를 하러 가는 일이 낯설기만 하다. 

요즘 바깥 외식으로 가볍게 한 끼 식사를 하고, 차 한잔 나누고 헤어지는 것이 신 풍속도이기에 집으로 찾아가는 일이 왠지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거창하지는 않지만 집에서 밥을 같이 먹자고 하신다. 성의와 호의 때문에 꼭 가겠노라고 하였다. 어떤 선물을 갖고 가야할까, 고민고민을 하였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서 갈 때 예의상 빈손으로 가면 안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절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한다. 꽃이라도 사가야 하나, 과일이라도 사가야 하나. 생각하다가 책 두권을 들고 갔다. 여행 에세이 사진책 두 권을 리본 묶어서 가지고 갔다. 

최근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어요? _1
다른 사람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다
 
오랫동안 관계 해 온 사람이긴 하지만, 집으로 찾아가는 마음은 설레이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사람의 성격이 집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어떤 모양으로 살고 계실지 궁금했다. 새로 지어진 수지의 아파트, 광교산 자락이 이어져 아파트 뒤로 산책로가 등산로로 연결되는 곳이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호수를 눌러서 인터폰을 하였다. 문이 열리고, 10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는 것처럼 두근 반, 세근 반 떨림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현관문도 열렸다. '어서오세요!'라는 환영인사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의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성격이 그대로 집에 반영된 듯 군더더기 없는 집안의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매우 정리정돈을 잘 하시고, 지저분한 것들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지 않으시는 그분의 모습이 집안 곳곳에서도 드러났다. "오늘의 메뉴는 스파게티에요!"하면서 거의 대부분 준비해 놓은 요리를 데우셨다. 이미 만들어 놓은 스파게티 소스에 다양한 부재료를 넣고, 스파게티 면을 가볍게 넣어 버무려서 완성해 내었다.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까르보나라 크림 스파게티를 넓은 접시에 펼쳐 내어 예쁘게 담아 주셨다.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또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거기다가 집에 가서 한 끼 더 해 먹으라고 하시면서 소스를 담아 주시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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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요리까지 해 주시면서 맛있는 스파게티를 해주셨다
 
쉽게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지만, 직접 집에까지 초대하여 요리를 대접해 주시고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니 기분이 남달랐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환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에 감동이 밀려왔다. 가족 사진도 구경하고, 사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주고받았다. 집이라는 공간 때문인지 좀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술술 나오는 듯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신의 집을 꽁꽁 걸어 잠그고, 밀실처럼 나와 가족만이 기거하는 곳으로 집을 생각하게 되었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척들이 집을 방문하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 나 역시도 친정 부모님 댁에 가는 일이 흔치 않고, 부모님 생신이나 가족 모임도 인근의 한정식집 혹은 갈비집에서 하곤 했다. 
집에서 밥 차리는 수고로움을 서로 덜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바깥에서 밥을 먹고, 잠시 앉아 차를 마신 후에는 그냥 각자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생활을 어느순간부터 반복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나의 부모, 형제도 집안으로 발을 쉽게 들여놓지 못하는 문화가 되어버렸다. 

최근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어요? _2
최근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어요? _2
 
편리하고 쉬운 시대의 문화 속에 집이라는 공간의 역할도 변화하고, 모임의 모양도 달라졌다. 집을 오픈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집에서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그 분의 성의와 사랑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거창한 요리는 아닐지라도 한 그릇 풍성한 스파게티 한 접시 만으로도 감사함이 느껴졌다. 맛도 훌륭했지만, 집에까지 친히 누군가를 불러서 음식을 소중히 대접한다는 것, 그것이 놀라운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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