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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바로 병원가세요!
2014-03-22 10:37:53최종 업데이트 : 2014-03-22 10:37:5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아, 이상하다. 배가 살살 아픈 것이 참 이상하네. 아침에 뭘 잘못 먹었나. 아니지 조금 전에 먹은 날김치와 마른 김에 이상이 있었나? 아니야, 어젯밤 마신 술이 과했던 게야...'
아침과 점심을 잘 먹고 집안청소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빨래를 널다가 배가 심하게 당기면서 아프기 시작하는데....첫 번째 설사가 시작되더니만 배앓이 증세는 오후 2시가 지나면서 정도가 심해져오기 시작했다.

아프면 바로 병원가세요!_1
아프면 바로 병원가세요!_1

집안에 있는 상비약 통을 꺼냈다. 가뜩이나 시력이 안 좋은데 마음이 급하니 더 보이지 않았다. 안경을 찾아 증세에 따른 복용법을 읽고 '대충 이것이다' 싶은 것을 골라 단숨에 넘겨버렸다. 
아, 그런데 그때부터 설사에 이어 구토가 시작되는데 방금 먹은 알약이며 물이며 아침과 점심에 먹은 밥까지 넘어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토하다 힘이 다 빠지니 또 물을 마시고, 또 토하고.... 구토 증세에 나도 질수 없다는 듯 이젠 복통이란 놈도 배속을 거침없이 휘젓기 시작했다.

복통에 먹는 약이라고 쓰인 것을 찾아 또 먹고, 또 토하고, 설사하고... 진짜로 죽을 맛이었다. 예전엔 약 먹고 뜨끈한 방에서 푹 잠을 자고 나면 거의 완쾌되었던 터라 잠을 청해 보아도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았다. 그러기를 서 너 시간, 아픔을 참고 끙끙 앓고 있는데 둘째 놈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아이가 나의 혈색을 보더니 "엄마 어디 아파요. 왜 그래요!"한다. 

그러나 전날 취흥에 겨워 무지막지하게 마신 술 때문이란 것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어, 영 배속이 좋지 않네. 미안한데 아쿠르트 아주머니에게 가서 '쿠**' 2개만 사다주라!"아이에게 전날 과음 때문인 것 같다는 소리는 하지 못하고 그냥 음료수(간 회복에 좋다는 이 음료의 효능을 아이는 모른다)만 사다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비싼 음료를 들이키기 무섭게 화장실로 직행해 또 토해버렸다. 탈이 나도 단단히 났던 모양이다.

대한민국 주부들은 이런 경우 나와 같은 마음일 게다. 그냥 일을 하다가 몸이 안 좋아 탈이 난 것이 아니라, 전날 술 때문에 병이 났다고 생각되면 식구들에게 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술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이에 동의 하실 터인데, 나 역시 그때까지만 해도 시간이 흐르면 아픔도 사라지겠지, 라며 그냥 버티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예전에도 자주 있어왔던 일이라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조금 있으면 가라앉겠지'라고 생각했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어느새 시계바늘은 밤 9시가 다 되어 가는데 그때까지 5분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둘째 놈은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남편과 큰놈도 아직 귀가하지 않았는데, 배가 많이 아파 계속 '침대에서 일어났다, 누웠다'만을 반복하다보니 힘이 다 빠져 버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남편과 큰아이에게 SOS를 쳤다. '활명수 좀 사다줘, 급체한 것 같아. 될수록 빨리 와 줘'라고!

남편보다 큰아이가 가까이에 있었는지 활명수와 함께 사이다까지 사가지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런데 아이는 나의 혈색을 보더니 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난리였다. 결국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엉금엉금 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기다시피 찾아갔다. 병명은 '급성 장염'같다는 소견이 나오고 결국 병원에서 몇 시간의 신세를 져야했다. 의사는 입원을 권했지만 내일아침 식구들의 밥도 준비하지 않았기에 그리할 수는 없었다.

"그냥 배 안 아프게 주사만 놔 주세요."
매우 조그만 병에 든 약들 4~5개가 소염제에 섞여 나의 왼쪽 팔로 투여됐다. 어느 정도 들어갔을까. 그 무렵 남편도 허겁지겁 창백한 얼굴로 하고선 병원 3층에 있는 나를 찾아왔다. 

"아니, 아프면 진즉에 연락을 하던가, 병원을 찾았어야지! 지금은 좀 어때!"
"주사 맞으니 좀 덜 아픈 것 같아. 아이랑 집에 가 있어요. 다 맞고 나 혼자 가도 돼!" 
좀 나아졌다는 나의 말에 안심이 좀 되는지 남편의 직격탄이 바로 날아들었다.
"그러게 술 좀 그만 마셔. 빈도가 잦으니 너의 몸속 면역체가 약해져 음식이 조금만 이상해도 탈이 나는 것이야. 어제 밤 뭐 먹은 거야."
"어, 생굴을 좀 먹었더니 그것이 탈이 났나봐....."

처음 아픔이 시작되었을 때 낮에 병원을 찾았어야 했다. 미련하게 참고 견디느라 온몸은 힘이 빠지고 급기야는 야간 응급실을 찾았으니 이 얼마나 무지한 행동이란 말인가. 또한 밤12시가 넘도록 식구들이 병원에서 함께 고생을 했으니.

아프면 바로 병원가세요!_2
엄마가 아프면 식구들 모두도 아프답니다. 그러니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세요. 나중에 일이 더 커지니 말입니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어젯밤 식구들이 고생했으니 죽어도 밥상은 차려야한다는 생각이 앞서서였다. 남편이 '좀 어떠냐!'고 묻는 말에 '그냥 아직...'이라며 싱크대로 나가보니 세상에, 미역이 퉁퉁 불어 스텐 양푼에 가득 담긴 채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부글부글 끓는 나의 배속이 연상됐다. 저녁 국으로 끓이려고 담가 논 미역이었는데, 너무 배가 아파 그냥 내팽개치곤 배앓이를 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일찍 일어난 둘째 놈이 '자기가 한번 끊여보겠다'고 나섰다. 아이에게 내가 한다고 하곤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들고 늘 하던 대로 고기를 넣고 끓여냈다. 
간은 보아야 했기에 국물을 떠 억지로 입안으로 밀어 보냈다. 완전 소태였다. 미리 낮에 병원에 갔다 왔으면 온 식구들 고생은 안 시켰을 텐데, 라고 구시렁거리며 한사발의 물을 붓고 다시 가스레인지를 틀었다. 미련한 곰탱이 주부의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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