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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지도 않은 이를 그냥 뽑아 버려요?
입 속 건강이 온 몸 건강..건강한 치아는 오복 중 하나
2014-03-28 11:42:11최종 업데이트 : 2014-03-28 11:42:11 작성자 : 시민기자   윤주은
"그간 잇몸 관리를 너무 안하셨네요. 잇몸이 가라앉아서 이를 지탱할 수 없으니 어금니를 빼야 합니다. 소염제 먹고 잇몸 부은거 가라앉으면 이 빼러 오세요. 며칠 후로 예약해 드릴게요." 
지금은 잇몸이 부어서 이를 빼면 너무 아프니 통증이 가라앉으면 예약 날자에 다시 오라는 말이 마치 나를 위해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말투다. 
얼떨결에 예약 날자를 정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며칠치의 소염진통제를 받아 나오자 두려움과 황당함이 서서히 분노로 바뀌었다. 

나이 50을 바라보며 생전 처음으로 이가 아팠다. 
치과 가기를 차일피일 미루며 며칠을 보내던 차에 어느날 아침 일어나보니 아픈 쪽의 볼이 왕사탕을 물은 것처럼 부어올랐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로 며칠 잠을 설치는 날에는 잇몸이 흔들리고 양치질 할 때 피가 나는 일이 간혹 있기는 하였으나 이가 아프거나 붓기는 처음이었다.

덜컥 겁이 나서 호들갑을 떨며 여기저기 소문을 내어 치과를 알아보았다. 급한 김에 지인들에게 추천 받은 몇 개의 치과 중 일을 마치고 귀가길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치과에 들렀다. 
치아 엑스레이를 찍고 입 안을 살펴보더니 썩은 이는 하나도 없지만 잇몸이 너무 약해져서 이를 뽑아버려야 한다는 의사의 설명이다. 


"예? 썩지도 않은 이를 그냥 뽑아 버려요?"하는 나의 황당한 질문에 "이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를 지탱할 잇몸이 중요한거예요."하고 답답하다는 듯 대답한다. 
"...그럼 이를 빼면 비어있는 그 자리는 어떻게 하나요?" 
그간 잇몸 관리를 소홀히 한 스스로의 부끄러움에 기가 죽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묻자 "그냥 살든가, 나중에 임플란트를 하던가 해야지요."하고 퉁명스레 대답하고는 바쁜 듯 진료실로 들어가며 "이 빼는 날자 예약해 드릴테니 잇몸 가라앉으면 오세요."한다. 
요즘 애들 말로 멘붕에 절로 '헐~'소리가 난다. 잇몸을 맛사지하듯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이를 향해 닦아 내야 한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으나 잘못된 양치 습관으로 잇몸이 상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도 칫솔모가 뭉개지도록 빡빡 닦는 양치질 습관을 고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지금까지 이는 썩은 이 하나 없이 깨끗하지만 정작 잇몸이 중요하다는 것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 첨단 과학 시대에 이를 뽑아버리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니 이건 말도 안돼. 다른 치료방법이 있을거야. 남의 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거 아냐?' 

화가 나서 그 길로 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치과를 찾아갔다. 똑같은 절차를 거치고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잇몸이 많이 상했네요. 이대로 그냥 두면 결국 지탱을 못해서 뺄 수밖에 없을거예요. 일단 잇몸 부은거 가라앉은 후에 치석 제거하고 빼야할지 어떨지 생각해봅시다. 소염제 먹고 잇몸 가라앉으면 다시 오세요."한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말에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혹시라도 이를 빼지 않고 치료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정성들여 약을 먹었다. 

다음 날 다시 다른 치과를 찾아 갔다. 몇해 전부터 지인들로부터 추천 받은 치과였다. 아무리 의술이 발달해도 본인의 원래 치아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 최대한 원래 치아를 지키자는 의사의 소신이 몇사람을 통해 이야기거리가 되었던 치과였다. 
헛소문이 아니라는 증명이라도 하듯 이미 예약 환자로 꽉차서 진료를 할 수 없다며 접수대의 간호사가 진료일을 예약하시겠냐고 묻는다. 병원측의 예약진료 일정의 빈 시간과 나의 일정을 맞추어 시간을 조절하느라 일주일 뒤에나 진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사이 소염제의 효과로 부어 있던 잇몸도 가라앉고 통증도 이미 없었으나 진료 날자를 기다려 다시 진찰을 받았다. 다른 치과와 같이 치아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가 치아 상태를 확인하며 향후 치료 과정을 말했다. 
"잇몸이 많이 안좋아요. 일단 치석을 제거하고 정기적으로 잇몸 치료를 해야겠어요. 평생 쭈욱 해야 된다 생각하고 귀찮다 하지 말고 꼭 치료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잇몸이 더 안좋아져서 지금 상태도 유지 못하면 잇몸 수술을 해야 돼요. 그래도 안되면 이를 뽑아야 될 수도 있어요. 그런 최악이 되지 않도록 일단 꾸준히 잇몸 치료를 하면서 상황을 봅시다." 

이를 빼는 일은 먼 후에 최악의 경우이고 지금은 꾸준히 잇몸 치료를 해서 지금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간 무서워서 피하던 치과 치료를 기꺼이 예약 날자까지 철저히 지키며 치료하게 되었으니 의사의 신뢰감 있는 한마디가 환자에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얼마전 신문에서 서울의 치과병원 치료비가 크게는 30여만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똑같은 증세로 한사람이 몇곳의 치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은 결과 치료방법도 천차만별이거니와 그에 따른 치료비도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사의 가벼운 판단으로 쉽게 이를 빼고 난 후엔 임플란트까지 해야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그 차이가 수백만원에 이르게 되니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적어도 두세곳의 병원을 다녀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듯 싶다. 

언젠가 출판 기념 행사에 특별 초청으로 나온 치과 의사의 특강이 생각난다. 
입 안의 세균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 입안이 깨끗하면 모든 병에 걸릴 확률이 0에 가깝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 환자들이 치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으며 치매 역시 치아가 안좋은 사람에게 더 빨리 많이 발생했다는 통계자료도 있다고 하며 입안의 건강이 모든 건강의 기본임을 강조하였었다. 

몇 년전에 비해 이제는 치과치료비도 의료보험혜택을 받는 것이 많아져서 환자의 부담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치아의 건강이 모든 건강의 기본임을 생각하면 아직도 서민에게는 부담스러운 치과 치료비가 서민들을 위해 더욱 향상된 의료혜택으로 문턱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치아는 오복 중의 하나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새기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방법으로 치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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