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도시에서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길은?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곳이 살기 좋은 동네
2014-03-30 16:58:56최종 업데이트 : 2014-03-30 16:58:56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안녕! 너 귀엽다. 몇 층에 살아?"
"쟤 2층에 살아."
"네가 어떻게 알아? 우리 집 위층에 사는 애니까."

아빠 차에 장난감을 두고 왔다고 용감하게 자동차 키를 들고 우리 집 빌라 주차장으로 가서 장난감을 빼오던 7살 큰 아이가 누나 2명과 형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같이 껴서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엄마, 나 저 누나들이랑 형이랑 놀다 들어와도 돼?"
"그래, 그렇게 해."

좀 전에 찾으러 간 장난감을 가슴에 잔뜩 안고 올라와서 다시 내려놓고 다급히 밖으로 나가는 아이 모습에 웃음이 났다. 조용히 베란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니, 아이들은 7살 꼬맹이가 귀엽긴 하지만 놀이에 거추장스러워 하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가장 큰 여자 아이가 놀이방법을 일일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배려하는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은 얼마 동안 즐겁고 신난 목소리로 빌라 앞 골목을 쟁쟁하게 울렸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한데 모여 노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린 시절 "세정아, 노~올자."하고 친구나 동네 언니, 오빠들이 부르면 나가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이 먹기', '다방구' 등을 했던 기억들이 아스라히 떠올랐다. 그 시절엔 동네 곳곳에 그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즐거움이 신명 나게 울려 퍼졌었고 전봇대마다 아이들의 놀이 터전이 되어 주었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길은?_1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요즘 아이들

아이가 형, 누나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아빠가 없는 또래집단에서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할 수 있어서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역시 아이들은 그들끼리 서로 어울리면 놀 때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가장 어린 우리 아이는 누나와 형들이 말하는 놀이의 룰을 잘 경청하면서 눈치를 살펴 행동하고 형과 누나들은 어린 동생을 먼저 배려하고 차가 지나다니는 위험한 상황에서 제일 먼저 아이를 보호해주었다. '참 사랑스럽구나, 이 도시에 저런 모습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낮잠에서 막 깨어난 둘째 아이가 칭얼거려 달래고 있는데 큰 아이가 울상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3층에 아저씨가 자야 하는데 시끄럽다고 뭐라고 해서 들어왔어."
고작 10여분쯤 놀았던 거 같은데 더군다나 이런 날씨 좋고 환한 오후 4시에 아이들의 집 앞에서 뛰어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뭐라고 한 이웃집 아저씨가 참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런 소리들도 용납하지 못하는 마음씀씀이,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며 즐기는 것을 무시하며 자기 개인의 낮잠을 우선시 하는 모습이 정말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아니 사실은 좀 전까지만 해도 '그래, 도시에서도 얼마든 이렇게 서로 어울리며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라고 희망을 품었던 마음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듯 해서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조차 소음으로 느끼는 이 도시의 풍경을 과연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우리 아이들에게 서로 배려하고 사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야 할지 조금은 암담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이웃집 아저씨가 밤샘 일을 하셨다면 그 시간이 아무리 환한 대낮이라 해도 그 아저씨에게는 매우 소중한 '숙면'의 시간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매일 이곳 저곳의 굴레에서 놀이를 잊은 아이들이 오랜만에 친척과 동네 아이와 어울리며 노는데 단숨에 그 '불'을 꺼뜨리기보다는 좀더 다정하게 다가와서 "얘들아, 미안한데 아저씨가 낮잠을 좀 자는데 너희들이 조금만 조용히 놀아주면 좋을 것 같구나."라고 다독이는 말로 그들 나름의 조용한 놀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할 수는 없었는지 하고 말이다.

좀 전에 신나게 뛰어 놀던 아이들이 단숨에 집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밖은 조용하지만, 마음은 썰렁하고 '이래서 이 도시에서 아이들은 참 각박한 일상을 살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놈의 자식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네!!"
큰 아이가 좀 전에 이웃집 아저씨의 야단 치는 소리를 흉내 내며 놀고 있다.
"아저씨가 그렇게 뭐라고 하신 거야?"
"응! 난 더 놀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집 앞에서 어울리며 노는 재미를 느낀 아이는 놀이의 절정을 맛보고 있을 때 끊긴 게 못 내 아쉬운 느낌인 듯 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자라는 동네가 좋은 동네라고 했다. 도시에서 그런 동네를 만드는 것이 지금은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아이들의 동심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는 곳, 서로 놀면서 공감하고 배려하고 경청하는 것을 몸소 체득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아이들은 어리다고 무시할 대상이 아니라, 아직 어리고 경험치가 작기 때문에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위대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삶'의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