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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을 통한 작은 친절에 타인이 느끼는 기쁨
하찮은 배려와 친절은 없다
2014-02-25 19:33:16최종 업데이트 : 2014-02-25 19:33:16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버스를 올라 타는데 운전기사 아저씨의 상냥한 인사 한마디에 무표정했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에는 별 것 아닌 친절로 인한 기분 좋은 일들이 의외로 많다.

지난해 어느 여름날이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길을 나섰는데 유모차 하나에 두 녀석 모두 타겠다고 난리가 난 것이다. 어쩔 수없이 두 아이를 한 유모차에 태우고 길을 나섰다. 뜨거운 태양 아래 유모차를 끙끙대며 끌고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가려니 등줄기와 이마에는 땀이 흥건해져 이만저만 짜증이 나는 게 아니었다. 얼굴은 이미 오만상이 되어 있었고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그저 둘이 서로 부둥켜안고 신나게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멀리 형광연두색 옷을 입은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그런 우리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더니 바쁘게 움직이던 빗자루를 멈추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짜증 어린 내 얼굴을 보면서 힘을 내라는 듯 미소도 보내주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힘들고 짜증나던 마음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사실 환경미화원 아저씨는 그 더운 여름날 긴 팔, 긴 바지 그리고 모자까지 쓰시고 뜨거운 태양 아래 지글지글 타오르는 아스팔트 위를 청소하시느라 나보다 더 힘든 분이셨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으셨고 보이지 않았지만 차림새로 보아 온 몸에 땀으로 뒤범벅되셨을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게 도리어 내게 고생이 많다는 듯 손을 흔들어주시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감동이 되었던 것이다. 

나의 일을 통한 작은 친절에 타인이 느끼는 기쁨 _1
감사의 마음만 있다면 삶은 늘 기쁠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쁨은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로 승화된다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소변이 마렵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에 갔더니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유모차의 바퀴만 계속 째려보시면서 쫓아다니며 닦으시는 게 아닌가. 계속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시는 게 유모차 때문에 건물바닥이 더러워지는 게 못 마땅하다는 이야기였다. 

좀 전에 미소를 건네주시던 환경미화원 아저씨로 인해 기분 좋았던 마음이 보기 좋게 날아가버렸다. 아주머니의 눈치가 보여 바쁘게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기분이 언짢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머니도 힘드실 테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 종일 오고 가는 사람들의 더러운 발자국이며 여러 흔적들을 깨끗이 지우느라 얼마나 힘드실까?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내가 만일 오는 길에 미소를 건네주는 환경 미화원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힘들게 땀을 적시며 아이 둘을 유모차에 태워 끌고 온 내게 아주머니가 인상을 찌푸리고 잔소리를 하시는 모습을 못 견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전에 자신의 힘든 상황은 뒤로 한 채 내게 상냥한 인사를 건네주신 환경미화원 아저씨 덕분에 나의 마음은 한시름 온화해진 상태여서 비록 건물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셔서 나 역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돌이켜 '저 분도 힘드실 테지'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자신의 일로서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친절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고 가는 손님에게 상냥한 인사 한마디 걸어주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의 한 마디로 친절한 기사 분이 운전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작은 쓰레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정성껏 쓸어 담는 우리 동네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보면서 우리 동네를 저런 분이 빛내주시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반면에 노인 분들의 힘든 거동으로 버스 승차를 할 때 집에 그냥 앉아계시지 왜 밖에는 나오셔서 고생이냐고 핀잔을 주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를 만나게 될 경우에는 그 버스에 타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기분이 안 좋아진다. 또 앞에서 말한 대로 사람을 쫓아다니며 작은 오물도 예민하게 청소하는 건물 관리 아주머니를 만나면 그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슴이 막혀온다.

어쩌면 소심한 나에게만 국한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뭘 그리 확대 해석해서 문제 삼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일로서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순간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을 하다가 받게 될 전화 한 통에도 귀찮은 업무라 생각지 않고 기왕이면 좀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 보기, 업무로 또는 일상에 많이 지쳐 보이는 동료에게 따뜻한 차 한 잔 건네 보기, 빠른 일 처리가 필요한 일은 상사나 동료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기분 좋게 말끔히 제 때 처리하기 등.
 
이는 비단 직장인에게만 속한 일은 아닐 것이다. 주부도 마찬가지다. 기왕 해야 할 밥이라면, 좀 더 정성을 들여 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보기, 청소나 빨래를 할 때도 한숨 쉬며 어쩔 수 없이 하기보다는 우리 집과 내 가족의 옷이 청결해진다는 것에 기뻐하며 좀 더 즐기며 해보기,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어린 아이가 어서 자라나길 바라기보다는 아이가 자라가는 순간순간에 감사하며 키우기. 아무리 소소한 일에도 그 의미를 부여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도 크게 귀감이 되고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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