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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전중 송별회장, "역시 선생님들은 달라요!"
2014-02-26 22:59:28최종 업데이트 : 2014-02-26 22:59:2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학교에서의 2월은 송별회 달이다. 승진, 전보, 전직, 퇴직 등으로 인해 함께 근무했던 교직원들이 저녁식사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이상 함께 근무했으니 정이 두텁게 쌓였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헤어지기가 아쉬운 것이다.

학교마다 교직원 송별회를 한다. 우리 학교 교직원 송별회, 돼지갈비집으로 정했다. 인근에 있는 음식점이다. 예약된 시각, 음식점에 도착하니 벌써 상차림이 되어 있다. 메뉴는 목살이다. 더 드실 분은 추가로 돼지갈비를 청해도 된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이럴 수가? 송별회 현수막 글씨 중 학교 이름이 틀렸다. '율전중'인데 '율현중'으로 되어 있는 것. 음식점에서 서비스로 설치해 주는데 소통에 오류가 있었나 보다. '율전중 송별회'인데 현수막은 이웃 학교 '율현중 송별회'가 된 것이다. 어떻게 할까?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율전중 송별회장, 역시 선생님들은 달라요! _1
우리 학교 송별회장. 현수막 제목이 '우리의 만남을 추억으로'다. 하단 글씨 율전중 상조회에서 '전'자를 붙인 흔적이 보인다.

하나, 현수막 자체를 떼어 내는 것. 우리 교직원만 모였으므로 현수막이 없어도 그만이다. 다른 학교 명칭이 붙은 것을 놓고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러니까 떼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음식점 주인은 얼마나 무안해 할까?

하나, 틀린 글자 현수막이 있는 아랫부분 전체를 가위로 오려내는 것. 이렇게 하면 잘못된 학교 이름이 없어진다. 그러나 깨끗이 자르지 않으면 보기에는 흉하다. 현수막 세로폭이 줄어드는 것이다.

하나, 틀린 글자 '율현중'만  도려내는 것. 그러면 현수막 하단엔 상조회만 남는다. 그러나 미관상 보기 흉하다. 현수막에 구멍이 났으니 기록으로 남겨도 보기에 안 좋다. 주관하는 상조회의 오점이다.

하나, 틀린 글자를 땜질하는 것. 그러니까 틀린 글자 '현'자를 '전'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고가 뒤따른다. 종이에 검은색 글씨를 써서 투명 테이프로 붙여야 한다. 아마도 미술교사가 나서면 잘 할 것이다.

이 네 가지 중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무엇을 택했을까? 바로 네 번째. 틀린 글자가 보이지 않게 종이에 올바른 글자를 써서 투명 테이프로 붙였던 것, 이렇게 하니 별로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다. 이 작업 누가 했을까? 바로 작년까지 상조회장을 했던 체육부장이다.

송별회 시작 전, 남자교사 몇 명이 글자 고치는 일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옥신각신, 설왕설래하더니 종이와 유성펜을 준비하고 글자를 쓴다. 현수막에 대어 보니 글자 크기가 맞지 않는다. 다시 글자를 쓴다. 아마도 설계가 잘못되어 가로 세로 길이를 잰 듯 싶다. 시행착오 후에 제대로 된 글씨가 나왔다.

상조회장의 진행으로 전별금 전달, 학교장 인사, 건배의 의식을 마치고 회식에 들어 갔다. 요즘엔 송별회장에서 과음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 음료수를 마시거나 술을 마셔도 집배만 하는 수준이다. 교장도 전직을 하니 몇몇 부장교사와 교사들이 교장에게 잔을 건넨다. 그러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대화와 덕담을 주고 받는 것이다.

오늘 송별회장에서 있었던 현수막 사건을 목격하면서 느낀 점 하나. "역시 선생님들은 달라요!"다. 특히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다르다. 교직원 풍토가 한마음 란 뜻이 되어 화합한다. 어려움을 나눌 줄 알고 나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 한다. 교장으로서 그게 고마운 것이다.
이영관님의 네임카드

이영관, 송별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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