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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걸었다, 그곳에서 틈을 보았다
오는 28일까지 안택근展 ‘산-시간의 틈’ 남문크로키에서 전시
2014-02-24 01:06:48최종 업데이트 : 2014-02-24 01:06:4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이 제일 싫었다. 당연히 점수는 낮은 '양'이나 보통인 '미'였다. 무엇보다도 좋아했던 과목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고 놀 수 있는 체육시간이었다. 
당연히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운동을 좋아했던 터라 유도부에 들어가 운동에 심취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나의 주변을 배회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림을 그렸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중학교 3학교 때부터 난 화선지와 팔렛트를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낱 구경꾼에서 생산자의 입장으로 바뀐 시점이었다.'

수원에서 꽤나 유명한 미술학원 대표이자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택근 작가의 이야기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설치미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본디 선(線)에 의하여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는 드로잉(drawing)이 좋았다. 

능선을 걸었다, 그곳에서 틈을 보았다_1
중앙대 조소를 전공하고 현재 수원에서 미술학도들을 가르치고 작품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안택근 화가

수원의 원도심인 팔달문에서 옛 중앙극장 뒤편에 위치한 선술집 갤러리 '크로키'에서 그를 만났다. 조촐한 안주와 막걸리 두병을 탁자에 올려놓고 이야기는 시작됐다. 

"이번에 크로키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의 키워드는 산(山)이다. 나는 생명이 태동하는 봄과 겨울 산을 좋아하는데 유독 겨울을 더 좋아해 전시작품들 대부분 우리나라 설경(雪景)이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눈치 채시겠지만 모두 현장에서 그린 그림이다. 지류가 아닌 능선을 따라 오랜 시간 걷고 또 걸었다. 떠있는 길이기도 했고 하늘 길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그 길은 시간과 시간이 바뀌는 시간 '틈'이다. 특히 여명이 밝아오기 전 마주하는 시간(틈)은 나를 지우고 다시 태어나게 하는 듯 경이로웠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화가가 아닌 시인과의 만남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시적인 표현을 잘 사용하는 문학도처럼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현재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본업이지만 그는 모든 사물을 탐색하고, 그것을 읽어내고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아 틈나는 대로 산에 오른다. 물론 시(詩) 쓰는 것을 좋아해 언젠가는 시집출간을 위해 꼭 기록으로 남긴다. 그러니 그에게 화(畵)는 곧 시(詩)인 셈이다.

소설보다는 시가 좋아 늘 시집 한권을 지니고 다닌다는 안 화가, 그는 문학이야기로 흘러가자 신이 난 듯 자신의 철학까지 끄집어낸다. 물론 미술이나 시가 모두 예술에 속하니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전시된 작품의 이야기를 해 달라며 에둘러 그림화제로 돌렸다.

능선을 걸었다, 그곳에서 틈을 보았다_2
능선을 걸었다, 그곳에서 틈을 보았다_2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엔 시· 공간적 틈이 존재하고 우리들은 그 틈의 경계를 걸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전공은 조각이지만 '먹을 쌓아 올리는' 혹은 '선(線)의 기(氣)를 구축하는' 필력으로 경계의 틈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화선지 위에 단숨에 풀어냈다."

자신의 그림스타일을 시적으로 표현하길 좋아하는 작가에게 있어 예술가로서 자긍심이 심어지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기존 예술의 주류에서 벗어난 미술 운동이었던 '컴아트수원그룹(1990년 초반)'이 주최한 예술제에 참여하면서였다. 당시 수원이 한국미술의 중심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최전성기였다고 미소를 지으며 회고했다. 

현재 그는 수원외곽지대에서 작업실을 갖추고 전원생활을 한다. 크로키에서 전시중인 '산-시간의 틈'이란 작품들 모두 작가의 여유로운 전원생활에서 건져 올린 드로잉이다. 
수원의 주산인 광교산부터 도봉산, 설악산, 태백산 등이 종이 위에 수채로, 한지 위에 먹과 수채로, 붓끝의 담묵 선묘가 살아 움직인다. 고요하고 그윽한 환상적인 풍경에 한참이나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굵직한 색체의 뼈대에 의해 걸린 것처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작품도 간간이 만난다. 틈새의 미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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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저장된 작가의 집 근처 옛풍경이 따뜻하게 빛난다

"여기 이것 좀 보라.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는 길목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옛 풍경을 지닌 자연이 있다. 오롯함과 절절함을 펜 하나 만으로 순식간에 그린 그림이다."
자신의 그림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이 다소 쑥스러워 당신의 스마트 폰 안에만 담아 간직한다는 다소 이상한(보통의 화가들이 드러내기 좋아하는 성격과 대비되는) 이 화가는 약간의 취기가 오르자 폰에 저장된 그림과 사진들을 연이어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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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 갤러리 크로키 벽면에는 늘 차별화된 예술작품이 상설전시된다

* '산-시간의 틈' 안택근展
장소: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781-13(팔달문 옛 중앙극장 뒷골목) 선술집 갤러리 '크로키'
전시: 2014. 2. 6~ 2. 28
전화: 031- 248- 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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