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명절이란?
명절이 되면 설레는 가슴으로 시댁에 간다
2014-01-30 19:18:36최종 업데이트 : 2014-01-30 19:18:36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명절이란?_1
도착지에 다다르니 마음이 편안하다

설 명절을 지내기 위해, 남편의 고향이자 나의 시댁 함평으로 향하는 길. 누군가는 그 길이 죽을 맛이고 힘들다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 시댁으로 가는 길은 그저 반가운 형제들과의 만남이 기대되는 즐거운 시간이다. 
남편은 삼형제 중 둘째이다. 2006년 12월 우리는 삼형제 중에 처음으로 결혼을 했고, 이후 1년마다 차례로 결혼을 했다. 그 후 각자 1년에 한번 아이를 낳아 어느덧 지금은 각자 두 아이를 낳아 키워 5명에서 시작된 식구가 14명의 대가족을 이루었다.  
 
"아이고, 불과 8년 만에 이렇게 식구가 불어 난 거여?"
2006년에 삼형제와 부모님이 단출하게 찍은 사진이 뒤로 미뤄지고 작년에 찍은 14명의 가족사진이 부모님의 안방 메인을 장식하게 되었다. 
마치 성형 전과 후를 보는 것처럼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가족 모두의 웃음을 자아내기 그만이다. 당시에 삼형제가 서울에서 전전긍긍하면서 각자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 이제는 서로 가정을 이뤄서 가장이 되어 풍성한 삶을 일궈가고 있으니 어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얘들아, 너희들 여기 다 모여서 봐~"
넓은 시골 잔디 위에 땅에 줄을 그어놓고 아이들을 쭉 세워 달리기 시합을 시키면서도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우리 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그저 경이롭고 감사하기만 하다. 서로 먼저 가겠다고 달리면서 넘어지면서 1등을 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우는 아이도 있고, 뭔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쪽으로 빠져 나온 아이도 있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조화로움을 배우며 커나가고 있다. 모두 또래인 아이들이 서로의 눈높이로 같이 어울리며 때로는 투닥거리면서도 함께 노는 모습은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세 명의 며느리가 어머니의 진두지휘에 따라 명절 음식을 만들고 매끼니 상을 차린다. 아이들이 줄줄이 달려있는 며느리가 어머니 곁을 계속 지키며 일손을 돕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맘처럼 쉽지 않아 왔다 갔다 할 동안 쉴 틈 없이 부엌과 아궁이, 곡간을 오락가락 하는 것은 어머니다. 
아침 결에 일찍 일어나 상을 차릴 준비를 하는 것도 여전히 어머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며느리들은 아침잠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며느리들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어머니의 넉넉한 마음이 도리어 우리 스스로를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인도한다. 하나라도 더 싸서 제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바쁜 손길이 그냥 감사할 따름이다. 집 주변 논밭에 심은 곡식과 채소들은 오로지 자식들의 먹성에 따라 제 각각의 비율로 심겨져 있다. 

시댁 오는 길이 마치 여행 오는 길처럼 행복한 것은 서로 네 일, 내 일 떠맡기지 않고 나서서 도우려는 형제간의 우애도 한 몫 한다. 와이프들이 밥을 차리면 그것을 당연시 하지 않고 식사정리는 삼 형제가 스스로 일어나 돕는다. 
아침 설거지를 큰 형이 했다면, 점심 설거지는 둘째가 하고, 저녁 설거지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막내가 팔을 걷어 붙인다. 누구 한 명이 피곤해 보이면 도시에 쌓인 피로를 잠시나마 이곳에서 씻기 바라는 마음으로 한 숨 자라고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준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날 밤은 어김없이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삼형제 부부가 나란히 깊은 밤의 고즈넉함을 빌미로 서로의 삶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눈다. 새해를 맞아 올해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아이들이 커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과 부부 사이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의견의 격차를 서로에게 토로하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조언한다. 
그런 과정 하나 하나가 우리 가족에게는 남다른 힐링 과정이 된다. 부부 둘이서 해결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형제가 함께 둘러앉아 공론화시켜 같이 나눌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또래 아이들을 두고 있기에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도 큰 화두이자 즐거움이다. 아무리 형제간이라도 각자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방향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으므로 정답 없는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의외로 가족끼리 둘러앉아 자기 인생 이야기를 드러내고 계획을 진지하게 풀어놓기 힘든 게 요즘 현실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기쁜지도 모르겠다. 이런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명절을 마치 하나의 관례처럼 '어서 지나가라'하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하다. 

물론 우리 가족의 특성상, 이 일이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이 명절이다. 그저 서먹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전이나 같이 붙이며 한 곳에 있는 것만으로 명절을 지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좀더 가까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같이 고민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어떨까? 

시골 집 한 켠에 오랫동안 묵혀있던 기타를 꺼내 튜닝을 하고 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신나는 동요를 연주해주니 아이들 얼굴에서 웃음과 기쁨의 환성이 터져 나온다. 명절을 단순히 모여서 힘들고 거추장스런 시간으로 여기기보다는 우리가족 안에서 늘 머물고 있는 이 행복을 같이 꺼내서 즐기는 시간이 되길 소망해본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