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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며
축하드릴 부모님이 계심이 행복합니다
2014-01-26 14:23:44최종 업데이트 : 2014-01-26 14:23: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 언제 했으면 좋겠니?" 매년 설이 가까워올 무렵이면 우리 자매들끼리 상의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친정아버지 생신날을 의논하는 것이다.
예전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생신날과 설이 바로 하루 차이라는 것이 곤란한 일인지 잘 몰랐다. 열심히 설 준비와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하는 엄마 옆에서 들락거리며 먹을 음식에 눈독들이다 한 소리 듣기도 했지만 설 전날은 어린 내게는 잔칫날이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 생신 상을 차려내는 것은 가정주부가 되어서야 그 당시 엄마에게는 벅찬 일이었음을 기억해본다. 섣달 그믐날 다시 말하면 설날 전날이 바로 친정아버지께서 태어나신 날이다.
딸들이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의 생신을 제 날짜에 치룰 수가 있었는데 시집가고 부터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제각각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 시댁으로 가야 하기에 정작 설날 전날은 친정이 아닌 시댁에서 명절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들의 편리한 시기에 맞추어 아버지의 생신을 차리기 시작한 것이 꽤나 오래되었던 것이다.
그때그때 자식들 형편에 맞추어 생신 2주나 1주전에 시간을 맞추어서 부모님을 찾아뵙고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얼굴 보며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생신날을 대신 하게 되었다.

자식 입장에서는 제 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죄송스러움에 한 번씩 말을 꺼낼라치면 부모님께서는 손사래를 치면서 "다 같이 모여서 이렇게 얼굴 한 번 보고 또 건강해서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언제하든 그것이 뭔 상관인데 신경 쓰지 마라."
자식은 제 사정이 먼저가 되어 버렸고 부모는 그런 자식을 끝없이 이해하고 언제나 자식편이 되고 마는 인생길인가 보다.

토요일 아침부터 언니와 서둘러 생신 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간 밤에 불렸던 미역으로 국을 끓이고 좋아하시는 쪽 갈비를 양념을 재어서 큰 솥에 한 가득 끓여 냈다. 생선 야채 전을 부치니 온 집안에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면서 살짝 잔치 분위기까지 연상된다. 준비해간 생선과 나물 잡채를 해서 상을 차리니 그럴듯한 잔치 상이 되었다.

친정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며_1
여든 아홉번째 생신을 맞이하신 아버지 모습

다 같이 둘러앉아서 친정아버지의 생신을 축하 드렸다. 
아버지의 얼굴에 아이 같은 환한 미소가 퍼지면서 한 마디 하신다. 
"바쁜데 애비 생일이라고 모두 와주어서 참 고맙고 좋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일에 충실하고 건강하기 바란다."

세월이 훌쩍 흘렸음이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느껴진다. 예전에는 참 카랑카랑하니 목소리에 힘이 있고 어디 나가시면 목청이 좋아서 말씀을 잘하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목소리에 그런 기운을 찾을 수가 없고 세월의 흔적만큼 희미해진 목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케이크에 꽂혀진 빼곡한 초의 숫자가 아버지의 연세를 가늠하게 한다. 다 같이 목청껏 축하 노래를 합창한다. 언제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절단하고 조카아이가 가져온 즉석카메라로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찍자마자 금방 쭉 내밀어 지는 사진이 신기한지 자꾸만 사진을 만지작거리다 당신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얀 칠판위에 사진을 올려다 놓는다.

함께 한 이 시간이 소중하고 함께 한 자식들을 기억하고픈 당신의 마음이 느껴진다. 무엇을 해주어서가 아닌 그냥 그 자리에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우리 자식에게 주는 부모의 큰 선물이 되리라. 아버지의 생신을 맞이해서 다시 한 번 부모님이 계셔 주심이 크나큰 복임을 깨달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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