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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자연을 꿈꾸는 승림 식물원에 가보세요
봄이 오면 다시 화초를 살까한다
2014-01-24 19:13:17최종 업데이트 : 2014-01-24 19:13:17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승림 식물원에서 일해요. 놀러 오실래요?"
평소 싹싹하게 인사도 잘하고 밝은 표정의 동생이 지나치듯 말한다.
"난 나무를 좋아하긴 하는데 우리 집 화초와 나무는 내가 다 죽였어~"
화원에서 사오는 즉시 하루하루 시들하다가 이내 한 달을 못 넘기고 모든 화초가 죽었다. 집들이때 선물받은 고무나무도 겨울에 얼어죽었다. 햇볕을 많이 받아서,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온도 조절을 못해서, 화분갈이가 적절하지 못해서 등등 이유도 다양하고 변명도 가지각색이다.
한겨울 추위에 집밖을 나갈 기회가 없었는데 약속이 생기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자연을 꿈꾸는 승림 식물원에 가보세요_1
의왕시 청계동 승림식물원에 가다

의왕시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승림 식물원은 기대 이상 규모가 컸다. 아기자기한 화원에서 일하는 꽃집의 아가씨 정도로 동생을 생각했었다.
예쁜 화분 몇개 정도를 사오려던 계획은 식물원 입구에서 변경되었다. 자연 체험 학습장으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대형버스가 여러 대 주차장으로 들어오더니 수 백명의 꼬마 아이들이 식물원 견학차 밀려 들어왔다. 조용한 식물원에서 따듯한 차 한잔 마시는줄 알고 따라온 언니의 표정이 알 수 없는 근심으로 바뀐다. 예정에 없던 상황에 당황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꼬마들의 동선을 피해서 최대한 한적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며 나름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여긴 농약을 치지 않아서 잡초가 많아요."
"폐목을 살려내는 기술을 가진 원장님의 손길이 곳곳에 나타나 있을거예요. 잘 살펴보세요"
선종순 실장의 설명이다.
나무병원의 푯말이 쓰여진 곳에 다다르자 정말이지 약주머니를 달고 있는 고목이 보였다. 죽은 고목에 뿌리를 내려 나무를 살리는 특허받은 기술로 치료 받고있는 국내 유일의 나무란다. 아프리칸 튜립 트리. 

허브관에 들어서자 허브향기가 가득하다. 바닥은 잔디로 덮여있어 발을 내딛자 스폰지처럼 내려앉는다. 촉촉함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디에선가 청개구리 한 마리 불쑥 튀어나올만하다. 로즈마리는 볼 때마다 싱그럽고 향기롭다. 우리 집 거실 한 쪽에서 말라죽은 로즈마리 화분이 생각났다. 주인을 잘못만나 애처로운 삶이 되어버린 로즈마리 화분은 너무 많은 물을 먹고 탈이 났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나오는 식충식물을 볼 수 있는 식충식물관도 보이고, 생태연못에는 치어들이 한겨울인줄 모르고 헤엄치며 아이들을 반긴다. 공기정화가 뛰어나 요즘 인기 많은 다육 식물과 선인장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이구아나, 장수풍뎅이, 애벌레등 곤충관은 보기에 섬뜩하면서 신기한 체험이 되었다.

아이들과 자연을 꿈꾸는 승림 식물원에 가보세요_2
30여종의 귤나무와 나무병원을 만나보다
안내에 따라 이동한 곳은 귤 나무관.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귤나무가 400여그루 심어져있다. 크기와 색이 다양한 귤들이 아이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새 한마리도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직접 귤을 따보는 체험에 들떠 일렬로 줄을 서있는 아이들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선생님과 두 손 맞잡고 가위질을 하니 손안에 커다란 귤이 이내 들어온다. "와~" 아이들은 집에 가져갈 생각에 웃음이 떠나질 않고 마음마저 풍요롭다. 지켜보는 우리도 재밌고 행복함이 전해졌다.

식물원밖은 청계산 자락으로 나무들이 많았다. 겨울 나무는 어딘지 외롭고 쓸쓸해보였다.
부지런한 주인은 낙엽하나 남기지 않고 쓸어 담았나 보다. 주변이 깨끗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다. 식물원에서 나온 연탄재도 질서 정연하게 쌓여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이들이 연탄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 처음 본다는 눈빛을 주고받겠지. 말없는 연탄재는 며칠 전 내린 눈을 머리에 이고 있을 뿐이다.

3살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토끼장앞에서  떠날줄 모르고 탄성이 쏟아진다. 너무 많이 먹어 토끼인지 돼지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토실토실하다. 배추잎 하나 들고 토끼입에 가까이 다가선 아이손이 파르르 떨리고 지켜보는 선생님은 웃느라 정신없다. 
식물원 곳곳에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배치한 손길에 정성이 느껴졌다.

1시간정도 구경하고 무농약으로 재배한 귤을 한보따리 선물로 받고 식물원을 나섰다. 오는 길에 눈여겨본 팥 칼국수 집으로 서둘러 갔다. 식물원에서 다하지 못한 사는 이야기로 신나고 국산팥으로 국물을 낸 칼국수는 맛이 특별했다. 

겨울날씨에 바깥 활동이 뜸해서 답답하던 차에 둘러본 식물원이다. 수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잠시 짬을 내서 다녀올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봄이 오면 다시 화초를 살까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키워봐야지 마음을 먹었다. 정성껏 키우다보면 우리집 거실도 언니집 베란다처럼 멋진 식물원이 되겠지. 오늘 식물원에서 보았던 로즈마리와 페퍼민트도 사야겠다.
 
 

승림 식물원 선종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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