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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
2013-11-07 08:10:29최종 업데이트 : 2013-11-07 08:10:29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늦을 만, 가을 추, 만추.
만추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하루다.늦 가을, 소리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스산한 듯, 쓸쓸한 듯, 비에 젖어 바닥에 납작 붙어 있는 낙엽들과 함께 가을은 깊어만 간다. 

청계천에서 열리는 등 축제를 보러 가기위해 수원역에서 선배언니를 만나기로 했다. 수원역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지하에 있는 서점이라며 그곳으로 오라고 한다. 서울에 관한 안내 책자를 사려고 서점엘 들렀는데 생각보다 두꺼운 책들만 있어 고르질 못하고 있단다. "기껏 서울 가는데 무슨 안내책자가 필요해. 나만 믿고 따라와" 서울이 익숙한 나는 언니의 손을 잡아 끈다. 

서울행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언니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얼마나 오랜만에 전철을 타 보는지 전철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를 보고도 감탄, 역 구내가 깨끗해졌다며 또 감탄이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게 벌써 몇 년전인것 같은데 말이다. 

수원과 서울, 거리상으로는 아주 가깝지만 특별한 볼일이 없으면 갈 일이 별로 없는곳이기도 하다. 몇 년만의 서울 나들이로 인해 긴장한 언니를 안심시키고 만추를 즐기기위해 먼저 덕수궁으로 안내한다.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잎, 그리고 초록물이 다 빠져 버린 갈색의 잎들이 어우러진 덕수궁 돌담길은 가을로 가득차 있다.  돌담길을 따라 가을을 밟으며 걷다보니,정동교회 앞쪽으로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비가 서 있다. 

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1
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1

가수 이문세가 부르는 많은 노래들을 만든 작곡가로 몇 년전, 아직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다. 광화문의 모습들을 한 편의 시처럼 써내려간 가사와 잔잔한 곡으로 광화문을 한번쯤 거닐어본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추억에 젖어들도록 만들어준 노래, 광화문연가 노래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노랫말에 나오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에도 들어가 본다. 비록 노래가사처럼 눈에 덮혀 있지는 않지만 그 대신 가을이 깊게 내려앉은, 100년 넘은 교회당은 바로 우리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듯하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던 연인들이 다시 그 길을 걸어 남남으로 돌아선다던, 덕수궁 뒤편의 옛 가정법원 건물은, 지금은 서울 시립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술관 오르는 길에도 가을이 가득하다.
미술관 마당에서, 비에 젖어 촉촉하게 가라앉은 가을을 느끼며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신후 마침 전시중인 2013 서울 사진축제,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를 관람한다. 

올 봄, 수원박물관에서 전시된 '옛 수원 사진전'이 생각나는 전시회다.
'엇갈린 시선들'이라는 수원 박물관 전시회를 통해,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찍느냐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달라진다는걸 배운 덕분에 덕수궁 사진전은 조금 더 쉽게 이해 하면서 볼수 있었다. 

우리나라 초상사진 130년의 역사를 기록한 이번 전시 작품중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일제시대 수감된 우리독립 투사들의 수형기록표 사진이다. 하나 같이 게으르고 불결하며 범죄자의 유형으로 그려진, 조선인 수감자들의 모습은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한 일제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2
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2

수원 박물관 전시 당시, 낙후되고 비위생적인 조선을, 일본이 근대화 시킨 것처럼 포장된 모습들의 사진이 생각나면서 다시한번 내 나라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초상화에서부터 시작된 초상 사진은, 부와 권력을 가진 조선시대 인물들의 사진에서부터 결혼 사진, 가족 사진,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찍었던 나뭇잎 그려진 증명사진을 거쳐 잡지의 표지모델 사진까지 수 많은 초상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때 잡지의 표지는 예쁜 여자 모델로만 장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저 얼굴이 예쁘기만한 사진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발행 주체에 따라 달리 표상하는 여성상이 표지 사진을 통해 나타나는걸 알수 있다. 

사진전을 본 후 에는 서울시립 미술관에서 상설 전시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중인 방으로 지인을 안내한다.  언니는 유명화가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니 그저 즐겁고 행복해 한다.

덕수궁에서는, 궁궐의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고, 광화문 광장에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을 만난후 드디어 등축제가 열리는 청계천을 향한다.
'한성 백제 천년의 꿈' 이라는 주제로 청계광장에서 삼일교까지 0.9km 구간에 걸쳐 펼쳐지는 등축제는, 백제의 여러 모습들을 아름답고 화려한 등으로 만들어 전시중인데, 춥지도 덥지도 않은 늦가을의 저녁을 따뜻하고 풍성하게 보낼수 있는 시간이다. 

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3
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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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4
만추에 만난 덕수궁과 청계천 등 축제_4

흐르는 물에 비친 따뜻한 불빛과 함께 잘 조성된 청계천을 따라 걸으면서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등을 감상한다. 어두운밤에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등을 만들기 위해 참 오랜시간 수고한 이들이 있어 가을밤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추억할수 있으니 감사하다.  청계천 등 축제를 보러 나온 수 많은 사람들로 인해 더욱 풍성한 축제 마당이다.
청계천과 가까운 무교동에서 매콤한 낙지볶음으로 만추의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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