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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북경의 뉴 트렌드 ‘798 예술구’를 찾다
2013-08-27 13:08:05최종 업데이트 : 2013-08-27 13:08:0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공장과 예술'이라....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손님을 맞이한다. 베이징의 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다산쯔(大山子) 798 예술구' 이야기다. 
789 예술구는 원래 중국 전자공업의 요람지였다. 이름도 없다. 단지 797, 718, 798, 706, 707 등 주홍글씨처럼 숫자로만 불리는 예술타운이다.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들어낸 첨단 무기와 비행기 부품들이 이곳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극비리에 가동된 공장이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_1
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_1

이처럼 당시 첨단공업 생산지였던 곳이 2008년 북경 올림픽을 기점으로 예술의 거리로 완전 변신했다. 예술특구로 자리하기 전까지 저렴한 임대료가 가난한 중국의 예술가들을 끌어 모았다. 2001년 중국최고의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이 터를 잡더니 2002년엔 한 미국인 예술가가 둥지를 틀었다. 

이후, 외국인 예술가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하는 이른바, 외국인 러시아워를 이루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곳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베이징 관광의 뉴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까. 워낙 단지가 넓다. 하루 꼬박 발이 부르트도록 다녀도 모자란다. 그리하여 극히 일부만 돌아봤다. 그럼에도 여운은 길고도 깊었다.

겉모습이 후지다(?)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나라마다 어렵다는 소리가 지속된 지 오래다. 허우적거리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소비심리를 대변한다. 그렇지만 베이징의 이곳 '798 예술구'엔 예외다. 거리마다 젊은이들의 활기찬 움직임이 돋보인다. 전 구역에서 뿜어내는 예술가들의 기운 덕택이다.

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_2
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_2

겉모습은 영 볼품없다. 한마디로 후져 보인다. 물론 간간이 세련미 넘치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노상에서 빛을 발하지만 전체 미관을 고려한다면 영락없는 밀집형 공장들의 연속이다. 
모두가 신중국을 대변하는 군수품 공장의 외관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역사성은 보존하고 건물 안의 내용만 달리하는 리모델링이다. 이것이 이곳만의 최대장점이다.

삭막하기까지한 겉모양과는 달리 형형색색 최상급 갤러리부터 일반적인 갤러리가 정말 많다. 무궁무진 다른 소재를 담은 아트 숍과 개인의 작업실, 고예술품 전문점, 예술서점 등이 하나같이 진귀하다. 
가격역시 일반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것과 천문학적인 고가의 작품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역시 구경은 자유다. 그러니 이보다 좋을 순 없는 최적의 예술거리인 셈이다.

정중동의 공간, 행복이다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갤러리 구경도 좋지만 생경함이 느껴지지 않는 거리를 활보하는 매력이 으뜸이다. 
50m마다 예술특구 전체의 지도가 상세히 그려져 있어서 내가 찾고자하는 지점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어디에 서있든 광고판엔 회색공장 어디에서 무슨 전람회가 열리고 어떤 퍼포먼스가 있는지 안내팸플릿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북경에 13년째 살고 있는 지인이 말한다. '주말이면 사람에 치여서 사람구경만 해도 재밌는 거리'라고. 무슨 소리! 평일인 지금 비록 인파는 적지만 딱딱한 공장 벽에 그려진 재밌는 그림이며 내부의 다양한 공간에 살거리 볼거리가 많아 눈을 어디에 먼저 주어야할지, 마음을 어디에 잡아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즐거움을 주는 거리인 것을. 

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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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취미대로 갤러리를 찾아가는 사람들, 붉은 벽돌 공장건물 외벽을 따라 조용히 걷는 사람들이 모두 한 공간에서 숨을 쉰다. 저마다의 질서를 찾는 798 예술구의 풍경은 '정중동(靜中動)'이다. 만행 끝에 오는 희열이랄까. 어느 곳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행복감을 안겨주는 공간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조형물 곳곳에 배치, 이미지 증강

공장을 예술무대로 탈바꿈한 것이 세계이목을 끄는 데에 한몫했을 터이다. 그 탁월한 선택이 여전히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곳에 오면 무엇이 있나'를 보여주듯 현대조형 예술품들이 랜드마크처럼 거리 곳곳에서 위용을 뽐낸다. 아트 숍에 들어가면 포토 카드첩에 이것들을 담아서 상품으로 팔정도이니 이들의 관광 전략법은 한마디로 '닥공(닥치고 공격)'마케팅이다.

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_4
삭막한 공장지대가 예술마을로..거기가 어디야? _4

여자들이 좋아하는 장신구 숍만 가더라도 단순한 상품이 아닌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여 사고 싶은 욕망을 한껏 부풀린다. 아름다워서, 독특해서, 정교해서, 저렴해서 등등의 이유로 갈등을 일으키게 만들고 꼭 하나쯤 사게 만든다. 왜? 전통과 현대를 희석한 이곳만의 특징을 담고 있으니까.

798 예술구를 떠나며

이제 우리나라의 예술거리를 살펴보자. 우리의 것이라고 늘 자부하는 한옥만이 우리전통이라 여기고 약간 오래된 것 같으면 부수고 새로운 건축물로 대체하던 방법이 그간의 행태다. 
더불어 낡은 것은 없애면서 현대의 것들을 들여와 천편일률적으로 개성도 없이 꾸몄다. 매력도 없다.

도심의 정겨움이 사그라지는 개발은 무의미하다. 오래된 것들(역사성)은 살리면서 향수를 자극하는 건축물로 재생해야 사람냄새가 난다. 이런 진리는 동서양 모두 똑같다. 
겉모습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거리 전체를 바라볼 때, '798 예술구'는 그 자체가 예술품이다. 이곳이 부러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도시르네상스를 추구하며 좋은마을만들기가 한창인 수원시가 양질의 마을이 되려면 다시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한번쯤 이곳, '798 예술구'를 생각해 볼 일이다.

북경 798예술구를 보고나서 평동에 있는 옛 선경합섬 공장건물이 생각났다.
SK그룹의 결단이 있어야 겠지만 이곳을 그렇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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