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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으로 내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
수원평생학습관 강좌 '옷장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 수강생과의 인터뷰
2013-05-02 00:03:15최종 업데이트 : 2013-05-02 00:03:1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우리는 아침마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어 입는다. 습관처럼 비슷한 옷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마다 무얼 입을까 오랫동안 고심하는 사람도 있다. 옷을 입지 않는 사람들은 없으니까 옷은 그냥 보통 말하는 의식주의 한 부분, 생활의 기본이라고만 생각하곤 한다. 
누군가 지나치게 화려한 옷을 입으면 사치스럽다거나 너무 튄다고 말한다. 또 격식있는 자리에서 누추하게 혹은 촌스럽게 옷을 입으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또한 사람들의 눈을 가장 의식하게 되는 것이 바로 '옷'이다. 

이러한 옷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강의로 풀어내는 현장이 있다. 바로 수원평생학습관의 인기 강좌인 '옷장 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 라는 수업이다. 미술이 지닌 치유기능을 경험했던 강사 제미란은 자신의 삶의 철학을 그대로 강의로 표현한다. 고려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 후 서양화를 다시 공부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다가 프랑스 파리 8대학 여성학과에서 현대 여성 미술에 대한 공부로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미술평론가이면서 의상스타일리스트인 제미란 강사는 "매일 옷을 골라 입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행위"라고 말한다. 

'옷장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 6회 강좌를 참여한 수강생 한미연 님을 만나보았다. 이미 옷을 좋아하고, 의상을 공부해왔지만 강좌제목이 인문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느낌이 들어 호기심으로 듣게 되었다고 한다. 
(이하 김: 시민기자, 한: 한미연 님 )

김 : 강좌를 들으신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었나?
한 : 학교 교사, 장교 제대한 남자 분, 자기계발 강사, 일반주부 등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과 직업대가 폭넓었다. 대부분 수업 내용을 잘 모른채 그냥 리폼이나 코디 잘하는 수업인 줄 알고 오신 분들이었다. 직업상 옷을 잘 입어야 하는 고민을 가진 사람도 참여했다. 

김 : 첫 강좌의 느낌은 어땠나?
한 : 제미란 강사가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의외성 있으면서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동안 가지고 있던 옷에 대한 생각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게 된 시간이었다. 
1) 자기가 생각할 때 옷이란 무엇인가? 
2)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옷을 갈구하는가?
3) 입고 싶은 스타일의 옷이 있는데 이를 방해요소는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사람들은 얼굴이 심각해지고 불편해했다. 사실 제미란 강사가 이끌어내고자 했던 것은 옷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미 형성된 나의 모습, 나의 생각의 근원까지 옷을 통해서 파헤쳐가는 시간이 됐다. 

김 : 예를 들면 어떤 점이 그러했나?
한 : 사람들은 옷을 의무나 책임처럼 힘들어했다. 내가 입고 싶은 게 아니라 직업에 맞는 옷을 입는다. 혹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의식하면서 옷을 입는다. 고정된 스타일로만 옷을 입는 사람들은 어쩌면 정신적으로도 경직되어 있는 셈이다. 틀에 갇혀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옷으로 내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 _3
자신이 리폼하거나 코디한 옷으로 품평하는 시간
   
김 : 어떤 수업들이 이루어졌나?
한 : 사실 1~6차시의 수업이 고정된 커리큘럼이 아니었다. 강사의 표현에 의하면 '의식의 흐름대로' 그날 그날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수업이었다. 지금 최신의 트렌드에 맞추어서 옷을 입으라는 내용이 아니라 나다운 옷,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옷을 입으라는 내용이었다. '내면의 영혼이 옷을 통해서 흘러나올 수 있도록' 옷을 입으라고 말한다. 

김 : 인상적인 수업은?
한 : '아트 퍼포먼스' 형식으로 한 사람씩 무대에 올라와서 자기가 왜 이 옷을 왜 선택했는지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했다. 그러면 다른 수강생들이 옷에 대해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준다. 이를 통해서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선명하게 바라보게 된다. 타인의 눈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일까!
그리고 제미란 선생님이 해외에서 전시했던 작품을 관람하기도 했다. 패션잡지에서 보여지는 스타일은 디테일이 화려하고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트렌드 경향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미란 선생님은 시대를 거스르는 원시적인 원형을 보여주는 옷을 만들어낸다. 원단을 가위질로 잘라 내어서 아주 간단한 작업만으로 옷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아트 퍼포먼스 형식으로 원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의 의례를 표현하는 공연을 했다.
현대인은 마음이 빈곤하기 때문에 외면의 화려함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 같다. 패션은 상업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옷을 통해서 인간의 원시적인 따뜻함, 근본, 편안함 등을 추구해나갈 수 있다. 사실 지금 시대와는 반대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옷으로 내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 _1
천연염색장면, 왼쪽 위가 인터뷰어
 
김 : 제미란 의상스타일리스트의 강의를 들으면서 떠오른 이미지는?
한 : 열망, 치유, 회복이라는 3가지 단어가 작품 및 강의를 통해서 떠올랐다. 옷에 대한 강좌이지만 오히려 치유와 힐링에 가깝다. 

김 : 실습같은 수업도 있다고 들었는데?
한 : 수업 중에 천연염색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옷 중 잘 안입거나 색을 바꾸고 싶은 옷을 가지고 와서 학습관 마당에서 천연염색을 한 후 빨랫줄에 걸어 놓았다. 실크, 면, 마 등의 천연소재가 염색이 더 잘 되긴 하지만 기존의 옷감이 가진 색에 천연염료가 더해져 오묘한 색이 나오게 된다. 옷장 속에서 선택받지 못한 옷들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빛을 보게 된 듯한 느낌이었다. '존재하는 것은 새로워짐으로써 다시 의미가 생긴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김 : 강의 중 기억나는 말이나 의미있었던 부분은?
한 : 어떤 사람은 고급스럽거나 비싼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는다. 아우라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우라'가 있어야 함을 알게 된다. 다름 아닌 자신감이다.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다니면, 절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허름한 청바지만 입어도 멋이 나는 사람은 내면의 자신감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김 :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했는가?
한 : 어떤 수강생은 자신의 심리적인 것을 건드렸기 때문에 나오지 않기도 했다. 무의식의 불편함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사람들은 너무 좋아했다. 감동적이고 놀라운 수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통 있는 지식을 그대로 표현하는 강의가 대부분인데, 제미란 강사는 기존의 것을 자기 식으로 다시 만들어서 표현하는 수업을 한다. 전통적인 강의, 학습법이 아니라서 매력적이고 독특했다. 

김 : 수업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한 : 옷은 단순히 코디를 잘 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옷을 통해 '치유'가 되는 과정이 신선하다. 마음까지 치유되면서 옷을 보는 사고를 바꾸게 되었다. 또한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은 새로운 것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옷, 심리, 코칭, 치유가 연결된 강좌는 아마도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이제는 융합의 시대다. 다른 분야를 서로 조합하여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창조성'과 '상상력'의 힘으로 가능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확장된 사고를 갖게 되었다. 옷을 다양한 기준으로 보게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얻었다. 제미란 선생님은 '억울하게 살지 말자!'라고 했다. 사회의 관습이나 도덕과 남들이 요구하는 것에 갇힌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나답게 표현하며 살라고 한다. '당신의 삶을 살아라' 이 말이 떨림을 주었다. 

김 : 이 수업을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가?
한 : 옷을 잘 입고 싶은 사람도 물론 이 수업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알고 싶은 사람이 들으면 좋겠다. 자신을 알고 타인을 사랑하게 하는 수업이다. 내 가슴이 뜨거워지고 사람들과 하나됨을 느끼게 된다. 

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 : 그 사람의 입은 옷에서 자유가 느껴져야 한다! 

옷으로 내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 _2
마지막 수업, 제미란 선생님의 스튜디오에서 파티
 
'옷장 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 워크숍은 6회차 강의로 진행되며, 지금까지 수원평생학습관에서 3번 진행되었다. 독특하고 신선한 강좌여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 또 마지막 수업은 서울 부암동에 있는 제미란 선생님의 오픈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파티의상'을 입고 파티로 마무리를 한다. 

나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의상을 입고 누군가와 행복한 파티를 하는 것도 일상의 새로운 경험이 된다. 제미란 강사는 현재 옷을 만들고 아트 디렉터를 하며, 책을 쓰고 강연도 한다. 지금은 흙으로 그릇을 만들고 있다. 옷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사람, 옷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강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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